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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진이 Mar 19. 2024

누가 나의 글을 읽어줄까?

나의 글을 읽어주는 이가 없어도 나는 글을 쓸까

두번의 낙방, 세번째 도전에 나는 드디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나는 글쓰는 '작가'라는 타이틀보다 도자기나 그림을 창조하는 '작가'에만 관심이 있었다. 맞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writer의 느낌보다 maker의 느낌..?


내 인생은 진짜, 글쓰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살아왔고, 글을 쓴다는건 왠지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앞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분은 너무나 당연해..ㅎㅎ


글쓰기라는 단어에 따라오는 이미지는 마치.. 시끄러운 쉬는시간에도 하얀색 커튼이 나풀대는 창문앞에 앉아 책을 읽고있는 단발머리 여고생의 느낌..이랄까..ㅎㅎ 밥을 먹을때도 비단같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책을 보며 먹는둥 마는둥 하고, 노는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얌전한 여고생..의 느낌ㅋㅋ 정말 딱! 그 느낌..!

그러니 공부와도 거리가 멀고, 놀기 좋아했던 나와는 전혀 교집합이 없는 딱딱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런 내가 글쓰기를 시작한 건, 그저 인생역전을 하는데 글쓰기와 독서 두시간이면 충분했다는 책 한 권 때문.

혼자 쓰는 글은 그저 끄적이는 일기에 지나지 않았고, 나도 깊이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머릿속에서 꺼낼게 별로 없었다. 인터넷으로 어떤 주제로 글을 쓰면 좋을까? 주제들을 검색했고 어느날은 재밌게, 어느날은 식상하게 써내려갔다. 그러다 글쓰기를 멈추기 일보 직전! 내 인생 첫 글쓰기 수업을 결제하게 된다.

(물론 대학생때 필수교양수업을 제외하고, 그것도 B였던걸로 기억...ㅎㅎ)


매일 글을 썼지만, 나는 아마 그 리더님이 보시기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였을거다. (아마 그 누가 봐도 ㅋㅋㅋ) 그러다 마지막 수업 때, 정말 내 글이 좋아서라기 보다, 이미 그분이 작가였기 때문에 '너도 언젠가 글을 쓸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 같은걸 심어주셨다. 그때도 전~~~~~~혀 나는 책을 낼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누가 알까봐도 민망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다.남편에게도 이러이러한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언젠가 책을 쓴다면... 하면서 작가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웃겼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두번이나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들었고, 그림이 있는 책 만들기 라는 펀딩도 구매해 작가의 꿈을 키우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대단한 작가가 될만한 인물도, 멋진 이력을 가진 사람도,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글을 쓰는 재주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온라인 수업일지라도 돈을 내고 신청했으니 뭐라도 남기고 싶었던 것이 '브런치 작가 타이틀'이였고, 비싼 돈을 내고 책만들기 펀딩 수업을 구매했으니 죽이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 라는 심정이 다였다.


아직 책 신청이 승인이 난것이 아니라 정식 판매도 아니고, 어쩌면 반려가 될지 모르겠다. 블로그조차 누군가에게 알려주지 않았는데, 나의 글을 공개한다는 것은 어둡고 구질구질한 날것을 드러내는것 같은 마음이라 꺼려지는 마음이 있어서 내 책 사주세요!! 의 마음이 가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또 뭐 누가 읽어주고 공감해준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거같다. 


물론 누가 읽어주지 않더라도 내 감정을 쏟아내는것만으로도 나에게 좋은 장치인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비밀 일기도 쓰고, 비공개로 글도 쓰고 그런거겠지?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글을쓸까? 누군가 나를 보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무인도에 떨어졌다면!) 나는 다이어트를 할까? 또 그것도 아닐것 같다.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내 마음을 공감해줬으면 좋겠고, 나만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싶은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여기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브런치보다, 여전히 불특정 다수에게라도 보여지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나는...관종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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