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 조각같은 내 인생

붙이면 뭐라도 될까요?

by 홍진이

나는 오랫동안 블로그를 했다. 내가 고등학생 때, 광고에 전지현을 앞세운 네이버가 처음 나왔는데 그때 선생님께서 블로그 만드는 숙제를 내주셔서 만들었던게 나의 첫 블로그다. 그리고 그 블로그에 문제가 생겨 아깝지만 비공개로 돌리고, 임신기록을 하려고 만든 새 블로그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사실 블로그에는 홍보용으로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진지하게 적는 글들에 찐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그냥 혼잣말을 하는 공간이 되었다. 물론 소통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나의 블로그는 그런 용도는 아닌것 같다. 그리고 나를 아는 지인들도 이웃이 되어 있다보니 때로는 정말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을때가 있다.


가끔 생각해본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시골에 가서 사는 생각. sns도 없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면 나는 화장도 안할거고 다이어트도 안할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들중에 정말 날 위해서 하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다 누군가의 시선때문에 했던것일까? 하지만 내 눈으로 보는 나에 대한 만족을 위해 하는것도 있으니 모든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겠지. 그 자유라는 것이 먹고싶은대로 먹고, 입고 싶은대로 입고,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는건 더더욱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시골에 간다고 해도 나는 sns를 완전히 끊지 못할 것이고 그곳에서 난 또 시골라이프 같은것을 sns에 올리며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할것 같다.


나는 대학생때 처음 혼밥을 해봤다. 어색했지만 괜찮았다. 혼자 하는 쇼핑도 누군가 나를 기다리거나 내가 기다려야 하는 수고가 없으니 편했고, 그러다 보니 혼자 영화를 보기도, 미술관을 가기도 했다. 그런데 종종 소통이 그리울때가 있는데 이제는 마음 편히 연락해서 어디 가자, 뭐 하자, 할 친구가 생각나질 않는다. 이정도면 없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 일것 같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지금과 어릴때의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나와 공통 주제를 가진 사람들과 온라인모임이 더 찐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 그 또한 내가 돈을 내고 어떤 모임, 수업을 듣는게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만든 만남이 오래가면 좋겠지만 아직 나에게 그런 인연은 없는것 같다.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참 인간관계를 어렵게 하는 사람인것 같기도 하네)


나는 인스타를 여러개 하고 있다. 돈이 돼서 여러개가 아니라 그냥 내 관심사에 따라 이것저것 만든 계정들.. 독서, 육아, 그림, 공방, 운동, 심지어 전에는 기타 독학 인스타도 있었다는 사실.. 계정을 분리할 때는 그것을 좀 더 진지하게 운영하거나 수익화를 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는데.. 결국 또 그 안에서 나는 일기를 쓰고 앉았.. 내가 너무 답답했는지 수익화 인스타를 하는 동생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알려주었지만 그게 부끄러워 또 비공개로 만들었으니.. 도대체 계정을 여러개 만든 이유가 뭔지.. 나도 참!!!


당연히 유튜브도 있다. 처음엔 공방 인테리어 기록, 그러다가 홍보 목적에서 내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 운동을 하니 운동까지 올리는.. 뒤죽박죽 유튜브다. 구독자? 당연히 별로.. 거의 없다...ㅎㅎ 쓰레드도 당연히 하고.. 글쓰기 수업이 한창일때 브런치까지 도전했었으니 지금 이곳에 글을 쓰고 있네..?ㅎㅎ


그림을 그리고 싶어 그림을 시작해 인스타에 올리며 작년엔 페어도 나갔었고, 작가가 되고 싶어 독립출판 수업을 들으며 그동안 그렸던 그림, 글을 모아 책도 만들었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워 홍보도 하지 않은채 두권 팔린게 다 이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샀...


독서 또한 문어발. 어제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면 오늘은 신앙서적을 읽고, 저녁엔 미술사를 읽는다. 그러다 에세이를 읽기도 하고 요즘은 안읽던 문학소설까지..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봤고, 부동산 공부를 잠깐 해봤다. 미니멀라이즈에 꽂혀 짐을 버리기도 했고 베이킹 도구를 잔뜩 사기도 했다. 글쓰기 수업, 온라인 판매수업, 독서 모임, 브랜딩 수업... 왜이렇게 내 관심사들은 조각조각 나 있는건지.. 조각들은 붙이면 패치 이불이라도 되지 나는 아직 붙여지지도 않은 느낌이다. 여기서 더 많은걸 시도하면 조각난 패치들이 더 많아져 이불을 꼬매기도 힘들것 같다. 꼬맬 능력이라도 있다면 더 다채로워지겠지만.. 이제 더 이상의 조각을 만드는 일은 멈추자.


그래 나는 돈이 벌고 싶다. 무엇이라도 하나 제대로 해서 돈을 벌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 이것저것 하는것 같다. 나에게 돈이 해결된다면 뭐 하나를 진득하게 할수 있을까? 아니, 돈은 돈대로 벌고 이 일, 저 일 해보는 거라면 그냥 호기심 많은 탐험가 정도는 될 텐데.. 가끔 나는 이것도 저것도 다 미완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돈보다 중요한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돈과 부딪혀 그 모든 환상과 꿈이 깨어지기도 하니..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들은 채우고 해야 하는데 나에게도 정한 마음이 없는듯 하다.


어제 남편과 남편의 일에 대해서 얘기 하다, 결국 내가 도대체 제대로 하는게 뭔가? 하는 생각이 1차로 들었는데, 읽은 책 내용을 남편에게 얘기하다가 나의 모든 행위가 비겁한 변명 정도 밖에 아니라는 생각에 2차로 뼈를 맞은 기분이다.


나는 하루안에서도 몇가지의 행복 포인트, 내 인생이 빛나는 순가들, 아름답게 여기는 순간들이 많은데.. 그걸로만 내 만족을 삼기엔 내 숨은 야망이 너무 큰 것 같다. 그 순간들에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했다가 얼마안돼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허우적대니까..


가창력이 애매한 어떤 가수 지망생이 세계적인 스타를 꿈꾸지만, 객관적으로 그에겐 재능이 없는것을 볼 때.. 그사람은 그 순간 노래하며 행복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옥탑방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볼 때.. 그에게 여전히 꿈을 꾸라고, 당신의 삶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할수 있을까? 아니면 이제라도 다른 일을 하세요. 그리고 그 노래는 취미로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해줘야할까. 아니면 내가 모를 인생역전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까? 그의 꿈은 또 누군가의 꿈이 될까?


이 책이 너무 재밌고 좋은데.. 내가 지금 나비가 되기 위한 번데기의 과정인줄 알았는데 내가 나비가 아니라면? 그저 헤매이는 이 시간을 예술이라고 포장할 수 있을까. 정말 남편의 말대로 비겁한 변명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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