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푸꾸옥 Episode 2

해외에서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by 벤리

성경에서는 바벨탑 이후에 사람들의 언어가 나누어졌다고 나와있다.

그래서 나는 바벨탑을 쌓았던 인간들을 매우 증오한다.

뭐 그렇게 따지면 아담과 하와부터 증오해야 하나.


해외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의 장벽이다.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영어를 추가해야 한다.

베트남 관광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왠만하면 영어를 구사했다.

발음은 영어 듣기 평가에서 들리는 것과 매우 다르지만..


소싯적 영어를 좋아했고, 수능 영어 점수도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영어 점수와 말하기 능력은 결코 비례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영어로 막힘없이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투브를 통해 여행영어 패턴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항공을 타는 순간,

스튜어디스가 다가오면 어떻게 말해야할까를 생각해본다.

이륙 후, 30분 정도 지나니 스튜어디스가 음료 카트를 밀고 다가오는게 보인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건다.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그리고 나는 머리속으로 콜라 한 잔 주세요를 생각해본다.

"Yes. Please give me a glass of cola"라고 말해야 했지만,

나는 "Cola"라고 말했고, 콜라를 마셨다.


베트남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 외우고 또 연습했지만,

결국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져 단어만 말할 때가 더 많았다.

그리고 안되면 그냥 번역기를 돌려 보여주었다.


6박7일 동안 영어를 쓰다보니 자신감이 조금 붙어 문장은 점점 완성되어 갔지만,

상대방에게서 의도치 않은 질문을 받을 때는 여전히 머리가 하얘졌다.

베트남 사람들의 발음도 제각각이라 잘 들리는 사람도 있고 도저히 못 알아 먹겠는 사람도 있었다.




베트남 여행이 끝나갈 때 쯤, 문득 완전한 영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저 사람들도 영어가 외국어고, 나도 영어가 외국어니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나의 엉망진창 영어 사용은 과감해졌고, 못 알아 듣는 상황이 생기면 핸드폰을 이용했다.


또한, 대화라는 것은 결국 말하기와 듣기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주구장창 내가 원하는 것만 말했지 상대방이 뭐라 하는지 듣는게 쉽지 않았다.

특히, 얼굴을 볼 수 없는 전화로 말할 때 듣는 것이 더 어려웠다.


분명 영어를 잘하면 불편함이 덜 하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쉽게 얻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알 수 있기에 불안감이 감소한다.

하지만 영미권 국가가 아니라면 그들도 영어가 외국어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한다면 정확한 영어를 구사해야겠지만,

단순 여행 중이라면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겠다 싶다.

그저 내가 원하는 바를 말하고 알아듣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시간이 흘러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외국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될 때가 올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영어 잘 하는 사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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