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타는 사람들의 모임
"OO지역 △△차량 잘 보는 정비소 추천해주세요."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다.
그렇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비소가 가장 중요하다.
막상 정비소를 가려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마치 병원 가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제조사에서 운영하는 정비소를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집에서 가까운 정비소를 이용한다.
어떤 사람은 동호회를 통해 '성지'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차주들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트를 만든다.
정비소를 여러군데 다녀본 사람일수록 리스트의 색체는 뚜렷해진다.
여러사람들의 만족스러운 경험담은 곧 성지를 만들어 낸다.
엔진오일 교환주기가 5,000km라는 것 밖에 모르는 차알못일 때는 가까운 정비소에 다녔다.
"이거는 더 타도 돼요" 라고 말하는 정비소가 좋은 곳인줄 알았다.
이제는 엔진오일도 내가 직접 사서 들고가는 깐깐한 진상(?)이 됐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졌는지, 요새는 공임나라라는 정비소도 생겼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집 가까운 정비소를 가지 않는다.
나만의 정비소를 찾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의 종식을 앞둔 이 시점에 정비사의 꿈을 꾸게 만든 롤모델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이 분을 싸부님이라 부른다.
싸부님은 자동차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동차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자동차 정비를 배운 적도 없다.
남들이 만져놓은 것에 만족하지 못해서, 혼자 뜯고 공부하고 알아내다가 진짜 정비사가 됐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그랬다. 이 세상에서 독학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사람이라고.
싸부님의 샾은 포털에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다.
오래된 단골들만 알고 찾아오고, 가끔 소개로 오는 사람도 있다.
차가 16대인 분의 차량이 돌아가며 싸부님 샾에서 정비 중에 있다.
(우리는 이 분을 만수르라 부른다.)
직원은 없다. 모든 것을 혼자 하신다. 홍보 따위 하지 않는다.
(그 직원 내가 하고 싶다.)
고객들이 모두 단골들이니 정비료를 과하게 받지도 않으신다.
나처럼 주머니 가벼운 사람에게는 서비스가 과하게 많다
그래서 싸부님이 부르시는 가격에 항상 올림으로 결제하려고 한다.
아카디아에서 시작된 싸부님의 정비는 벤츠, BMW는 물론 죽은 람보르기니까지 살려낸다.
단순히 '실력'이 좋아서 싸부님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실력은 프로 정비사의 필수조건이니까.
내가 싸부님이라 부르는 이유는 자동차에 대한 그 분의 '철학' 때문이다.
원리와 해결방안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주는 정비.
엔진오일팬 드레인볼트 와셔 재질까지 신경쓰는 정비.
키복사 시, 리모컨 등록은 물론 키까지 완벽하게 깎아 주는 정비.
누래진 라이트 복원, 휘어진 범퍼 그릴까지 잡아주는 세심한 정비.
돈 되는 정비보다는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정비.
빨리빨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업시간과 정비의 완성도는 비례하는 법.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것이지 그렇다고 시간당 공임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돈 보다는 사람이 먼저인 싸부님의 철학.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여태까지 자동차 정비소에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
'원래 그런거에요'
나는 이제 더 이상 이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고쳐타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면.
정비 외에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싸부님을 제외하고 이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