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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리 May 14. 2024

저는 오래된 벤츠 디젤을 탑니다.2

Mercedes-Benz W212 E220 CDI 이야기

2022년 6월.

수원에서 Mercedes-Benz W204 C220 CDI를 구매한 후, GTSM에서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이후 여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소소한 것들을 복원하고 있었다.


W212 E300이 '벤돌이'라 부르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이 친구를 '벤순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자동차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닭살스럽다고 늘상 생각해왔지만,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네이밍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E클래스보다 크기가 작은 차인 만큼 훌륭한 연비를 보여주었다.

가솔린에 비해 훌륭한 디젤의 연비 덕분에 출퇴근 유류비가 매우 절감되었다.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 따위는 절감된 유류비와 충분히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유류비 뿐인가 저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토크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전 차주가 모든 것을 싼마이로 해놓은 것들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느라,

고생 아닌 고생을 했지만 스스로 복원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뭔가 차 나가는게 시원치 않다고 느끼면 엔진오일도 마음대로 교체했고,


스티어링휠도 패들 달린 AMG 스티어링휠로 교체했다.


배터리가 메롱이라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배터리도 교체해주고,


지저분한 센터 콘솔 커버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까진 조수석 윈도우 버튼도 교체해주고,


백미러도 분해하여 누런 퍼들라이트도 흰색 LED로 교체해주었다.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듯한 블로우모터도 탈거하여 세척해주었다.


적산거리가 237,495km 였기에 부담없이 뜯을 수 있었다.

C220 CDI를 구매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낙인찍힌 디젤차량과 키로수 많은 차량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었다.

물론, 차를 봐주시는 든든한 지원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온라인에서 보면 다들 가솔린 M272 엔진의 내구성과 완성도를 칭찬하지만,

디젤 OM651 엔진의 내구성과 완성도는 M272를 뛰어넘는듯 하다.

디젤엔진의 내구성이 가솔린엔진의 내구성보다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렇게 잘 타고 있던 2023년 4월.

어떤 분의 운전미숙으로 벤순이를 전손처리하고,

(※ '마른 하늘의 날벼락' 포스팅 참조)

새로운 벤순이 Mercedes-Benz W212 E220 CDI를 맞이하게 된다.


상대방 보험사의 보상가격에 맞는 차량을 찾아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가격에 맞는 매물이 엔카에 나왔고, 1인 신조 무사고 차량이었기에 보상금이 나오기도 전에 차량을 구매했다.

싸부님께서 직접 수원으로 가셔서 구매해주셨다.


C220 CDI의 시트 뜯어짐, 커맨드 화면 불량, 묻지마 필름의 썬팅 등등

짜잘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들이 차를 교체함으로 한 번에 해결되었다.


물론 새로운 벤순이 E220 CDI의 적산거리도 231,171km 였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싼마이로 도배된 C220 CDI 보다는 모든 면에서 컨디션이 좋았다.

센터 관리 차량이라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 중 하나였다.


데려오자마자 각종 오일류들 교체해주었다.

전차주의 이력이 확실하지 않다면 마음 편하게 구매하자마자 오일류는 교체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엔진마운트와 미션마운트를 교체하니 한결 정숙해짐을 느낀다.


이상은 느끼지 못했지만 유튜브 촬영을 위해 V벨트도 교체해주었다.


V-COOL 필름으로 썬팅도 재시공하고,

지저분한 17인치 휠을 대신하여 쌔삥한 W212 후기형 순정 18인치 휠로 교체했다.

타이어는 넥센 엔페라 SU1 245-40-18을 장착했다.

가성비 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넥센인듯 하다.




그렇게 나는 2년째 OM651 엔진이 탑재된 오래된 벤츠를 잘 타고 있다.

정숙성에서는 가솔린 차량보다 못하지만, 출력과 연비 모두 가솔린 차량보다 우월했다.


수입 디젤차량이기에 정비비용이 저렴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반 회사원이 유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이 차량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미케닉이 차를 봐준다는 전제지만 말이다.

가끔 E300을 타보면 정숙함에 감탄하곤 하지만, 뚝뚝 떨어지는 기름 게이지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나에게 복원이라는 개념은 새차 만들기가 아니다.

주행에 문제가 있지 않게 차량을 정비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수정해가는 것이다. 

23만키로를 주행한 10년 넘은 중고차라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W214가 출시된 현시점에서 W212 E클래스에 대한 하차감 따위는 없다.

벤츠 탄다고 누가 "와~" 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제는 도로에 널린게 벤츠다.

벤츠도 그냥 인간이 만든 물건일 뿐이다. 그 중에서 잘 만든 물건.


하차감이 중요한 사람은 신형 벤츠를 사시라.

하지만 벤츠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오래된 벤츠를 사셔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전자장비가 즐비한 요새 벤츠들보다 더 좋은 주행질감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럼 나는 왜 굳이 하차감 따위도 느끼지 못하는 벤츠를 타는가?

벤츠를 타며 벤츠의 만듦새를 이해하다보면 이놈들에게는 자동차에 대한 '철학'이 있다.

어떤 것이 운전자를 위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운전자를 안전하게 하는지 알고 있다.

벤츠를 소유하고 운행하다보면 현대차에서 느끼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한다.


무조건적으로 현대차를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20년간 경험해본 현대차에는 '철학'이 없었다.

현대차의 휘황찬란한 인터페이스 기술은 감히 벤츠의 것을 뛰어 넘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수단인 자동차 고유의 특성과 관련한 기술은 아직도 멀었다.


그래서 나는 내 주머니 사정에 맞는 오래된 벤츠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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