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주름

by 차순옥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먼저 하루를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먼저, 말보다 먼저.

허리를 펴기까지 잠시가 필요하고

무릎은 천천히 오늘의 속도를 알려줍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 오릅니다.

우리는 이럴 때

몸을 탓합니다.

관리하지 못했다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몸은 정말 잘 버텨준 게 아닐까.

젊은 날의 몸은 늘 앞에 섰습니다.

잠을 줄여도, 밥을 거르면서도

일을 먼저 하고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겼습니다.

몸이 힘들다는 신호는

늘 나중 일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지키고,

자리를 지켜야 했던 시간들.

그 시간 동안 몸은 한 번도 투덜대지 않고

묵묵히 버텨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통증은

벌이 아니라 기록일지도 모릅니다.

이만큼 살아왔다는

증거 같은 것.

거울 속 주름을 바라보며

한숨 쉬는 날도 많아졌지만

그 선마다 웃음이 있었고

눈물이 있었고

참아낸 하루가 있었습니다.

주름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흔적이 아니라

시간을 살았다는 흔적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남지 않았을 선들입니다.

몸은 말로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대신 뻐근함과 통증으로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이제는 속도를 조금 줄여도 괜찮다고,

나를 조금만 더 돌봐달라고.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다시 가까워집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건강은 되찾아야 할 무엇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과거의 몸을 후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몸으로 우리는 충분히 애썼고

충분히 견뎌냈습니다.

이제는

젊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

지금의 몸과 잘 지내는 법을

배워가면 됩니다.

오늘은 이 몸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봅니다.

고생 많았다고.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몸과 함께

아직 남아 있는 날들을

천천히, 정답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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