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를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 건 올해 초부터였다.
나이가 40대 중반을 지나가니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아져 지금은 주 4회 정도 5~10km 정도의 러닝을 하고 있고, 먹는 것도 최대한 건강한 것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물론 최애 하는 술(특히 소맥...)을 줄이거나 삼겹살과 소갈빗살 등의 육고기를 자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침이라도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와 이리저리 알아보고 상의한 결과 아침은 블루베리 열 알, 바나나 반 개, 당이 많지 않은 시리얼 반주먹, 그릭요거트 다섯 스푼, 삶은 달걀 2개로 정해 연초부터 서너 달 가까이 먹어오고 있는 중이다. 뭐 그렇게 다양한가 싶을 테지만 차려놓고 보면 얼마 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또 먹다 보면 이상하게도 든든해지는 식단이다.
서너 달 먹다 보니 블루베리는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보관 때문이라도 냉동 블루베리를 사서 먹고 있는데, 먹을 때마다 찬물에 헹구어 녹여먹는 미국(칠레) 산 블루베리라니 왠지 새하얀 도화지에 옅은 얼룩마냥 건강한 밥상에 불순물이 섞여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문득 블루베리 묘목을 사서 한번 키워볼까 싶은 생각이 들어 초록창을 검색해 보니, 먼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에 놀라고, 두 번째는 생각보다 블루베리가 키우기 쉽다는 사실에 놀라고, 세 번째는 블루베리 열매가 꼭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한 여름에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블루베리 열매가 열린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블루베리 묘목을 구매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빠가 블루베리 묘목을 사려고 하는데, 한번 키워볼래?”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들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그걸 집에서 키울 수 있어?”라고 되물었고, 나는 “한 사람에 한 그루씩 사 줄 테니 하나씩 맡아 키워보고, 혹시 열매를 맺게 되면 아빠가 열매를 되사줄게”라고 이야기하니 당장 “열 알에 천 원?”이라는 딜이 들어온다. “그건 좀 생각을 해보자”라는 말로 결정을 미뤘으나 잘만 키운다면 얼마라도 주고 구매할 생각이다. 자신이 키울 블루베리 묘목의 이름을 지어보라는 내 의견에 첫째 아이는 ‘엘리자베스 2세’라고, 둘째 아이는 ‘일론 머스크 3세’라고 했다가 자기도 이상한지 ‘무럭이’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렇게 해서 초록창 쇼핑채널을 통해 블루베리 묘목 두 그루와 전용 흙 세 포, 부직포 화분 두 개를 구매하게 되었고, 구매 이틀 후 택배를 통해 그것들을 받을 수 있었다. 블루베리 묘목은 일곱 가지 정도의 종류가 있었는데, 추위에 강하고 당도가 높다는 레가시와 레카 한 그루씩을 구매했다. 택배로 배송받은 블루베리 묘목은 4년 정도 지난 묘목임에도 둘째 아이가 “이거 잘못 온 거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작고 앙상한 묘목이 들어있었고, 그에 비해 전용 흙과 부직포 화분은 너무 많고 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대했다.
묘목을 부직포 화분에 옮겨 심으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집에 들였으니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싹을 틔워 풍성해지고 가지도 굵어져 지금보다 훨씬 크고 튼튼하게 자라 맛있는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 잘 키워달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분갈이를 마치고 나서 첫 물을 줄 때 둘째 아이가 자신의 나무인 무럭이가 추울까 봐 따뜻한 물을 한 대접만큼 부어 주었던 것을 제외하면 큰 사고 없이 분갈이를 마칠 수 있었다.
건강한 아침식사를 위해서 생각한 블루베리 기르기지만, 나는 아이들이 이것을 통해서 생명을 귀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웠으면, 새싹이 나고 지고, 꽃이 피고 떨어지는 섭리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시간의 중요함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으면, 가족공통의 관심사로 가족 간에 쓸데없지만 다정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쨌든 살아가야 하는 인생 중에서 경험한 이런 사건들로 인하여 무엇이든 하나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가득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