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건축과 스페인 최고 수준의 명작들을 소장한 미식의 도시,
빌바오에서의 하루가 기대로 가득하다.
푸짐한 숙소식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택시를 불렀다.
철강 산업의 쇠퇴로 퇴색한 도시였던 빌바오 이름을
구겐하임 미술관의 성공적인 유치로
재 탄생된 도시를 천천히 관통하며 택시가 달린다.
유난히 빨간색 건물이 강렬하게 시각을 자극한다.
3만 장이 넘는 티타늄 강판을 사용해 미술관 외관을 장식한 구겐하임 미술관 앞에 도착하니
도시의 마스코트가 된 초록 풀잎의 옷을 입고 있는 대형 퍼피가 반겨준다.
계절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초록 풀잎 사이사이에 수채화 빛을 띤 꽃송이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건물 자체가 멋진 작품인 미끈한 미술관 건물 1층에는
철강도시답게 육중한 철재로 만든 원형 구조물이 전시되어 있다.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 균형을 이루고 세워져 있음이 신기하다.
나선형 곡선을 따라 숨바꼭질하듯 구조물의 안과 밖을 체험해 본다.
부드러운 곡선이 주는 온화함과 단단한 철재의 차가운 질감이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살짝 어지러움을 느낀다.
2층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조물의 조화도 신기할 뿐이다.
이어 널찍한 전시공간에서 여유롭게 감상하는 피카소 조각전은
눈에 익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층 팝아트 전시장에는 다양한 대형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크롬 스테인리스 스틸 재료의 7개의 튤립 송이가
사탕처럼 알록달록한 작품의 제프 쿤스의 <튤립>은
따뜻한 색감과 귀여운 꽃송이 모양이 보기 좋다.
소장품을 응용한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뮤지엄숍에서
재프 쿤스의 작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튤립 티셔츠를 하나씩 구입했다.
건축물과 설치작품, 전시공간 등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구겐하임 투어를 마치고
박물관 안에 위치한 비스트로 레스토랑에서
친구가 쏘는 맛난 음식과 와인으로 박물관 투어로 지친 심신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빌바오 시내를 배회하다 들어 간 한 카페에서
배우 황정민을 닮은 듯한 종업원을 만났다.
"He looks like Hwang Jung-min, a famous actor in Korea"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다.
급기야 황정민 배우를 검색해서 보여주니 겸연쩍은 웃음을 날린다.
옆 동료에게 스페인어로 우리의 얘기를 전달하며 큰 웃음을 지어 보인다.
최첨단 디자인과 고풍스러운 도시가 묘하게 어울리는 빌바오에서의
알차고 유쾌한 하루가 지나고 있다.
오후 4시 15분 브루고스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한낮 기온이 29도를 넘기는 가을 더위가 등줄기를 타고 또르르 땀이 되어 흐른다.
마음은 수수롭기 그지없고,
아직 갈 곳이 있고,
충분히 자유로운 지금,
길 위에 있음이 행복한 나는
햇살 속으로 천천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