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무거워지는 캐리어와 배낭을 짊어지고
숙소를 옮겨 가이아 지역으로 출발하는 날이다.
짐을 1층으로 옮겨놓고
눈여겨보고 있던 숙소 옆 카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하기로 했다.
구수한 빵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줄 서는 맛집이라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들어가니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듯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주문한 에그타르트 위에 시나몬 가루를 뿌리고 에스프레소 한 잔에
여행자의 느긋한 마음을 담아 본다
적당한 크기의 사방형 창문으로 바라다 보이는 도루강 풍경이 압권이다.
우리가 가야 할 가이아 풍경이 창문 프레임에 담겨있다.
액자에 껴 놓은 그림 같은 풍경을 저널 북으로 옮길 생각으로 맘이 급하다.
빵 케이스 너머 올블랙 차림의 두건까지 쓴, 잘 생긴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찍다가 본인 찍고 있다는 걸 감지한 듯
살짝 가자미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청년의 표정이 미소를 부른다.
도루강을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나뉜 가이아에 도착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 위층에 거주하고 있는 친절한 주인의 안내로 짐을 내려놓고
도루강 쪽으로 방향을 잡으니 와인 냄새 가득한, 기라성 같은 와이너리 저장고가 밀집해 있다.
도루강 상류에서 실어 나른 와인들이 모여 저장되고 숙성되는 곳이다.
로지들마다 엄청난 크기의 와인 통이 일렬로 누워 있는 생산 시설과 와인 저장고를 둘러보고
밤에는 와인 애호가나 여행객들이 시음까지 할 수 있다는데
연나샘과 함께 했던 레알 콤파니아 벨라 로지도 이곳에서 와인 유료투어를
하고 있다.
거대한 와이너리 저장고를 지나 도루강으로 다가갈수록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여유롭게 강변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바에서 달콤한 포트와인 향을 맡으며 오감을 열고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
관광객을 유혹하는 포르투 감성이 깃든 기념품 물건들이 도루강 주변으로 즐비하다.
무엇보다 가이아 부두에는 옛 포트와인 수송선이 점점이 떠
도루강 물결에 흔들리며 정박돼 있는 모습이 포르투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여유롭고 느리게 가는 포르투가 좋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리 에펠탑을 만든 건축가 알렉상드르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이던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하여 완성한 동루이스 1세 다리 위에 서면
도루강변의 멋진 풍경을 만난다.
낮에는 언덕 위 마을은 빛바랜 영화 속 풍경을 그대로 품고 있는 멋진 전망을 선사하다가
밤이면 황금빛 조명을 밝히며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이아와 포르투 양쪽을 오갈 수 있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넘어
우리는 익숙한 걸음으로 포르투 시내로 향한다.
눈에 익은 건물과 상점들을 지나
다시 찾은 화방에서 물감도 구입하고
지난 여행에서 제대로 못 본
타일 가게를 가보고 싶어 하는 친구 뒤를 따라
수많은 타일이 전시된 가게를 찾았다.
내 두 눈은 유독 타일 안에 그려진 그림들에 고정된다.
포르투의 명소들이 작은 타일 안에 가득하다.
노란색의 트램, 동루이스다리,
가이아 지역에서 바라본 포르투
포르투에서 바라본 가이아
2층으로 올라가니 타일에 그림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타일 아트를 조용히 관망하고 깨지지 않는 물건들을 구입했다.
포르투 청사 근처에서는 국숫집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들어간 식당에서 샹그리아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맛난 점심을 한다.
포르투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로 손 꼽히며
해리포터 시리즈를 집필했던 조앤 롤링이
가끔씩 들렸다는 마제스틱 카페는 오늘도 발 디딜 틈이 없다.
돌바닥인 거리를 걷다 지치면
강가의 시원한 바람을 만나러
포르투의 빈티지한 느낌에 빠져들만한 곳
히베리아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은 흥겨운 노래로 가득 차기도 하고
사람들의 웃음이 높아지며 에너지가 넘친다.
저마다의 여행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지난번 황홀한 야경에 빠졌던 그 장소에서 서성이다
빠른 걸음으로 카페를 찾아 자리를 옮겼다.
어김없이 또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할 재간으로
우리는 노천카페에 앉아 카페 콘 레체 잔을 앞에 놓고
무심히 쏟아져 내리는 폭우를 바라본다.
여행지라는 낯선 땅에서 만나는 폭우조차 특별해지는 시간이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카페 문턱에는 소박한 무대가 꾸며져 있고
통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와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빗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2일간의 가이아에서의 시간으로 달뜬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간이다.
또다시 버스를 타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에그타르트도 먹고
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구식 노란색 트램에 몸을 싣고
매력적인 도시 리스본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