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 속을 걷 듯 나주의 초록에 빠지다
각지에서 출발해 나주역에서 만난 우리들은 나주 곰탕집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나주역 인근에 줄지어 대기 중인 택시를 타고
감정마을에 내려 지난번 끝난 지점에서 다시 이어 걷기를 시작,
감국이는 왜 저리 분주할까...... 그녀의 출발 준비가 심상치 않다.
저 멀리 수리, 햇살, 성애 도반이 가을의 따가운 볕을 양산으로 받아 내며
마을 길을 돌아 사과밭을 지난다.
하늘엔 구름조각들이 솜사탕이 돼 흐르고 양쪽 논에서는 벼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작물 과일 취득 시 형사처벌' 살벌한 문구가 눈에 띈다.
걷다 뒤돌아 본 풍경은 고흐의 그림을 닮아 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우산을 받쳐 든 여인네들이 걸어온다.
두 볼이 발갛게 익어가고 둑길이 끝나갈 즈음에 다리 아래 시원한 장소에서 쉬기로 한다.
가방을 앞에 두고 무심한 표정으로 쉬고 있는 햇살,
해죽 웃으며 핸폰 카메라에 초점을 맞추는 감국,
바람을 맞으며 먼 산을 바라보는 수리,
뭘 찾는 걸까 배낭 끝까지 손을 디밀어 보물찾기 하는 성애,
서둘러 저널 북과 펜을 꺼내들고 전봇대가 늘어 선 눈앞 풍경을 종이 위에 그려보는 나.
솜 이불 같은 구름이 파란 하늘 위에서 넘실대고,
물댄 논에 비치는 플라타너스 나무들의 반영이
너무나 아름다운 이 풍광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다시 걷기를 이어간다.
나무그늘조차 없는 둑길을 하염없이 걸어 갔다.
이 길을 지날 때 감국이는 매우 힘들었던 듯 후에 댓글로 아래와 같이 적어놓았다.
- 숨이 턱턱 막히게 더운 날 둑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어요.
코로나 뒤 잔기침에 민폐를 끼쳐가면서 잘 걸었습니다.
앞서 걸어가면서 켈룩캘룩 안 듣게 하려고 나름 애도 써봤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감국이를 많이 챙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어느새 식수가 동이 난 위급상황, 한적한 길가에 허름한 농막한 채,
들어가 봤지만 사람이 없다.
우리는 나무 그늘 아래 주저앉았다.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카카오택시를 농담 삼아 불러봤는데,
도로도 좁고 인적이 드문 곳인데도 불구하고 기적처럼 택시가 도착했다.
이리 좋을 수가.. 일단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로 더위를 시켜본다.
나주향교 해설사님과 함께 향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가을의 전령 해바라기가 무성한 밭에서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곰탕의 원조라고 표시된 상호를 보고 들어가 어제 아침에 이어
곰탕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감이 주렁주렁 주홍빛으로 익어가는 마을 길을 지날쯤 우리의 숙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광주가 집인 성애 도반은 해설사님이 알려주신 바른인사 공수법으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고단한 하루가 지나고 있다.
이튿날 걷기가 시작됐다.
오늘은 프로언니와 함께 걷는 날이다.
수리도반이 선물로 가져온 비니들을 색 맞춰 하나씩 쓰고
영산포 철도공원을 지나 영산포 홍어거리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황포돛배 선착장을 바라보고 서 있노라니 강바람이 시원하다.
저 멀리 프로언니, 성애도반
고모와 조카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정겹다.
넓은 들길은 땅으로 꽂히는 햇살을 한 입에 삼키는데
간간이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걸어가는 도반들
길 위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문을 나서면 길 떠나는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한다.
꿈과 열정을 얘기하기에는 늘그막의 가을쯤을 지나고 있지만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한 사람들
태양 저물어 집으로 돌아서 가는 머나먼 들길이 끝을 보이고
오늘뿐인 가을날을 걷고 걸어서 작별해야 하는 지금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우린 동창사거리에 도착한다.
인증 사진을 남기고 프로언니 차로 다시 나주역으로 회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