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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Jul 04. 2023

나에게 취향이 있을까?

취향찾기 프로젝트 ep.0 |프롤로그

   


고등학생 시절, 이제 막 꾸밈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권하는 다양한 화장품에 용돈을 쓰기 시작했다. 얼굴은 하얗게, 입술은 붉게 칠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 보면 어색하기 짝이없는 그 얼굴이 그 때는 맨얼굴보다 나아보였다. 점점 화장품의 답답함에 적응해갈 때 쯤, 이제 맨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았고, 집 앞 마트를 나설 때는 적어도 색이 있는 립밤을 입술보다 두껍게 칠해야했다.


   그렇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던 시기에 대학교에 진학했다. 학과는 의류학과로, 학과 오티 날에는 온 지역에서 옷에 관심 많은 아이들이 모여 다양한 스타일의 착장을 보느라 눈이 쉴 틈이 없었다. 마냥 그림만 좋아서 디자인과에 진학한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동기들 대부분은 각자의 취향이 확고했다. 밀리터리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동기가 있는가 하면, 프릴과 레이스가 가득한 옷을 좋아하는 동기도 있었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동기도 있었다. 매일 입는 옷은 달라져도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에 반해 내 옷은 오늘과 내일이 아주 달랐다. 인터넷에서 예쁘게 입은 착장을 보면 금방 눈이 가서 이것저것 사버린 것이 원인이었다.


   그 때 참 많은 옷을 사고 버렸음에도 나는 여전히 내 취향이 어떤지를 모른다. 다만 내 취향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정도만 알 뿐이다. 그나마 옷은 양반이다. 음악도, 음식도, 사람도, 어떤 면에서도 나에게는 명확한 취향이 없다. 그러니 어떤 것을 하든지 간에 깊게 빠져 몰두하는 것이 잘 없다.


   일주일 쯤 전에 「남기자의 체헐리즘」이라는 저널을 봤다. 유명하고, 인기 많은 것과 남의 경험들, 알고리즘 등으로부터 벗어나 살아본 날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그는 리뷰를 참고하지 않고 만난 떡볶이집의 메뉴에 만족했고, 지도앱을 참고하지 않고 들어선 길과 그 길을 지나며 들은 새로운 노래들(순위에 있지 않은 노래들)에 즐거워했다.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목록을 지나쳐 책장에 꽂힌 책들 중 무작위로 골라낸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도 발견했다.

 

   힌트를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알고리즘과 광고, 정보들에 내 취향을 뺏겨왔는가?


   그래서 시작하려고 한다. 내 취향 찾기 프로젝트. 

   유행과 알고리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되도록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며 무엇이 더 좋았는지를 비교,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나를 공부해보기를.


내 취향과 시선이 담겼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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