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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Jul 11. 2023

나는 할머니가 되어도 할미입맛이 될 수 없을거야.

할미 입맛도 다 같은 할미 입맛이 아니다. 입맛 취향 찾기 (1)


   동생이 연양갱을 좋아한다고 하고나서부터, 연양갱이 사실 꽤나 맛이 괜찮다는 걸 알게됐다. 밤맛과 고구마맛인지 아무튼 간에 여러가지 맛이 나왔을 때도 새로운 맛이 나왔다면 사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연양갱을 꽤나 즐기게 됐다.


   얼마 전부터 편의점을 가면 눈에 띄던 얼그레이 크림 맛 연양갱을 결국 구매했다. 나는 얼그레이도 연양갱도 좋아하니 사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매를 하고서도 사흘 정도를 책상 위에 방치했다.

   며칠 뒤 배가 너무 고파서 누워 뒹굴거리던 와중에 연양갱이 눈에 띄었다. 마침 입도 궁금하고 맛도 궁금하니 껍데기를 까서 얼른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으면서 생각했다.


'분명 맛은 있는데...'


   맛은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어딘가가 찝찝했던 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양갱의 맛이 아니라, 얼그레이와 연양갱에 대한 내 반응이.


   흑임자, 녹차, 인절미, 쑥, 약과 등 '할미입맛'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온 음식들이 꽤나 유행을 타고 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에게 무엇이든 잘 먹는 말 다음으로 '너는 어른들과 입맛이 똑같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는 스스로가 어른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할미입맛 디저트들도 모두 내 입맛이라고 생각하고, 눈에 한 번 보였다 하면 '내가 좋아할 맛이다.'하며 얼른 손을 뻗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입에 넣을 때면 썩 유쾌하진 않았다. 나는 항상 음식이 그 맛을 담지 못한다고 말하고는 다시는 그 할미입맛 음식들에 손을 대지 않았다.


   편의점 냉장칸에 흑임자맛 우유, 초코맛 우유가 있다면 나는 초코맛 우유를 고른다. 마찬가지로 쑥맛 아이스크림과 초코맛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나는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고른다. 혹은 그 사이에 끼어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고를지도. 어쨌든 나는 할미입맛을 주체적으로 고르는 편은 확실히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음식들을 고르며 살아왔던 것은, 내 취향을 그렇게 잘못 정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지만, 내 취향에 대해 공부해보는 그 시작점이 음식에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는 일이다. 그도 그럴게 나는 먹는 양이 아주 적고 먹는 것 자체를 그닥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어라, 어쩌면 이것도 나에 대한 나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 내 취향 찾기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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