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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향찾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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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노유정 Jul 27. 2023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뭐예요?

복숭아? 딸기? 바나나? 나 무슨 과일 좋아했더라...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 명확하지도 않다. 그래서 취향을 묻는 질문 중 음식에 대한 질문에는 항상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와 식사 메뉴를 정할 때면 무엇을 먹고 싶냐기보다는 무엇을 안먹고 싶은지를 먼저 묻고는 했다.

두리안처럼 냄새나 맛이 특이한 과일이 아니면 대부분 잘 먹으면서도, 유달리 좋아하는 과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겨울이 되면 딸기를 먼저 찾으면서 온갖 딸기 음식을 먹고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런 것에 반해 나는 끌리는 과일이 없었다. 이것도 저것도 맛은 있지만 돌고돌아 결국 바닐라와 초코 같은 맛을 찾게 됐다.

어느날 어머니께서 파인애플 맛 필라델피아 크림치즈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먹은지가 꽤 오래된 이 크림치즈는 이미 단종되었지만 내 혓바닥의 기억 속에는 선명한 맛이 자리잡고 있었다. 적당히 향긋하면서도 달달해서 어느 빵에 올려먹어도 맛있었는데. 한 번 맛이 기억이 나니 종일 크림치즈의 향이 내 주변을 감도는 듯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적여서 겨우 비슷한 맛이라고 하는 크림치즈를 한 통 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내가 일하던 편의점에서는 음료수를 묶어놓은 비닐을 칼로 뜯어 재고를 정리했는데, 급한 마음에 커터칼을 잘못 쓰면 음료수통에 종종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내 사비로 그 음료를 사 마셨다. 그렇게 몇 번 사 마신 음료 중 환타 파인애플 맛이 있었다. 원래 인공적 향이 강한 음료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유독 과일향이 나는 음료에는 손을 안댔었다. 그래서 그 환타를 사야했을 때, 나는 '차라리 이온음료를 잘못 그었으면 좋았을걸'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칼로 그은 틈으로 폭포처럼 쏟아져나오는 음료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조금 말라서 끈적이는 음료를 닦아내고 나니 목이 탔다. 어쩔 수 없이 환타를 들이켰다. 어라, 맛이 좋았다.

최저시급에게 과일은 사치라고 느껴지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서 텁텁한 느낌을 없애기에는 또 과일만 한 것이 없었다. 동생과 함께 장을 볼 때면 괜히 과일코너를 한 번 돌아보고 나오고는 한다. 지난 번엔 체리였고, 그 전에는 메론이었고, 그 전에는... 파인애플이었다.

요새 1인가구가 늘은 덕인지 마트에 가면 손질 된 과일을 소량 팔기도 한다. 그런 과일에는 대표적으로 메론, 수박, 그리고 파인애플이 있다.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것에 의하면 파인애플이 소화에 도움을 준다던데, 마침 나와 동생은 소화기관이 좋지 않고 상큼한 과일을 찾고 있었던 터라 둘이 금방 마음이 맞아 파인애플을 샀다.

오랜만에 파인애플을 먹으려니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깎아주신 파인애플을 먹을 때마다 혀가 아렸던 기억이 난다. 따끔거리고 아릿한 그 감각이 떠오르니 파인애플 하나 먹는 데에도 괜스레 긴장이 된다. 맵고 짠 맛이 혀를 떠나지 않고 있을 때 동그랗게 잘려있는 파인애플을 한 번 더 포크로 작게 잘라 입에 넣었다. 그러자,

파인애플이 혀가 아렸나..?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은 보통 사 먹는 편이다. 가끔 출근길에 빵집이 보이면 빵을 사고, 그렇지 않으면 편의점에서 간단한 과자나 에너지바를 사먹는다. 회사에 정수기가 있어 아까운 마음에 음료는 잘 사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음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모구모구 파인애플 맛? - 대학교 1학년 시절에 자주 사마셨는데, 파인애플맛은 처음 본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소비를 했다. 젤리와 음료를 같이 입에 넣고 씹으니 마치 과즙이 많은 파인애플과 파인애플 젤리를 같이 먹는 기분이 든다. 음료에 포함된 당류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좋아졌다.

음료를 다 마시고 나니, 내가 펑리수(주로 파인애플이 들어있는 대만 과자)도 좋아하고, 건강 음료라고 해도 일단 파인애플이 들어가면 맛있겠다고 했던 것들이 기억이났다.

이제 누가 무슨 과일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금방 대답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