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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Sep 08. 2023

낯선 도시

그림과 글



   도시의 바닥을 보면 언제나 일정한 규칙 속에 놓여있다. 이 정갈한 돌바닥을 보고있자면 시골의 흙길과 논길이 그립다.
도시에 질릴 때 쯤이면 시골의 거름냄새마저 헛으로 맡게 될 정도다.


   도시의 피곤함에 절여지니 시골을 가고싶다. 텔레비전이니 스마트폰이니 하는 것들에는 금새 피로를 느끼고 만다. 시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쓴 소설을 모두 읽고,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려하니 눈이 괴롭다.


   당장 아주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웃기지만서도 서울에서는 집에서조차 쉬는 기분이 나지를 않고, 낮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끊임없이 귀를 채우고 밤에는 풀벌레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시골이 보고싶어지는 것이다.
   수도권에 거주한지가 벌써 6년차지만,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글을 쓰는 것조차 두꺼운 타자를 쳐내는 것보다 펜을 쥐고 직접 잉크를 긋는 것이 편한 것과 다르지 않은 결이다.


   그런 나를 살피고 있노라면 발가벗은 기분이 든다. 집 밖에서 발가벗은 자신을 떠올려보자. 아주 생소하고 낯설 것이며 부끄러움을 느끼고 말아 집으로 얼른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내겐 도시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 곳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수치심을 느끼고,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붕 뜬 느낌. 특히 밤에 별 대신 반짝이는 건물의 불빛들을 보고 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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