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입은 개발자들
본디 나는 문과 출신이었고, 그중에서도 사회복지학도였다. 큰 꿈이 있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성적 맞춰서 갈 수 있는 과 중에 사회복지학과가 있었기에 그 길로 갔을 뿐이었다. 성적 맞춰서 입학한 것 치고는, 평소 사회과학을 좋아했던 데다가 학부에서 배우는 내용에 썩 재미도 느끼고 있었기에 장차 복지, 행정 분야의 일을 하고자 공공기관 취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랬던 내가, 별안간 개발자가 되어버렸다. 공공기관 사무직을 준비하던 취준생의 결말로는 다소 뜬금없는 결말이다. 물론 아무 맥락 없이 개발자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최초에는 이 길로 오게 될 것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발단은 있었다. 대학 시절, 사회복지학 외에도 빅데이터 분석학을 복수전공하였다. 당시 ‘빅데이터 프로세싱’이란 용어가 세간의 화두로 대두되었던 관계로, 이 분야를 공부한다면 취직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취직에 도움이 되고자 데이터를 공부한 것은 무모한 발상이었다. 당장 단순한 알고리즘 구현조차 못했으며, 데이터베이스라거나 자료구조 운운하는 컴퓨터 과학 관련된 용어들은 그저 생경할 뿐이었다. 결국 졸업 후 남은 것은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과 저조한 학점뿐이었다. 이미 프로그래밍이라 하면 학을 떼고 있었고, 그저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앞으로도 할 일은 없으리라 지레짐작만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 분야라 하여 내가 내세울 만한 마땅한 스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중간한 상황에서, 처음의 목표였던 공공기관 취업은 요원하기만 했다.
당장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니,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 상황에서의 결정이라는 것은, 개발, 특히 데이터 개발 분야에 대한 공부 재개였다. 생각해보면 데이터란 쓰임이 없는 분야가 없다. 단지 학부 시절의 기억이 썩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스로 가능성을 제한하고 하지 않는 것은 우둔한 생각이라 판단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나는 데이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다만 학교는 이미 졸업한 후였기에, 재수강이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은 국비 교육을 통한 데이터 사이언스/엔지니어 과정 수강이었다.
스스로 돌이켜 보아도, 그 5개월 간의 국비 교육 과정은 성공적이었다. 우수 훈련생 표창 수상, 중간 프로젝트 우수상, 그리고 최종 프로젝트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으며 과정을 끝마쳤다. 더불어 과정의 종료와 동시에, 나는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취뽀’를 달성하였다.
지난 2022년 3월 처음 국비 교육을 시작하며, 블로그를 개설하였다. 처음 국비 과정을 수강하였을 적부터 주니어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를 하고 있는 요즈음까지, 이 일련의 과정 간에 내가 느낀 것 외에도 배운 것, 배울 것 등을 함께 정리하고 있다. 나 또한 개발이라는 생소한 분야에서의 새 출발이 쉽지 않았음을 안다. 이에 내가 작성한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혹은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게시를 이어가고 있다.
마침 대학 시절 함께 수학한 동문 동기 후배들과 함께 브런치에 글을 작성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우리의 글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혹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심심한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글로써 자취를 남기고자 한다.
나아가 독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그로써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