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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일의승기 Oct 03. 2022

준비하던 것을 그만두고 개발 공부를 해도 괜찮을까요?

사회복지학과 출신이, 어떻게 개발자가 었나요?


개발 일에 호기심과 흥미를 느꼈기에 개발자가 되었다. 흥미를 느꼈기에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다시 그 꾸준함 덕분에 적지 않은 나이에 직군을 변경했음에도 데이터 엔지니어로 빠르게 취업할 수 있었다.


나는 문과 출신 중에서는 제법 개발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에 있었다. 학부 시절에는 빅데이터 분석학을 복수 전공하였다. 데이터 분야에 취직함에 있어 마냥 ‘비전공자’ 취급을 받지는 않게 되었다. 더불어, 주변에 개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지인이 여럿 있었다. 그 덕분에, 아무것도 모르는, 소위 ‘제로 베이스’라 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개발 분야에서 종사하셨다. 과거 빅데이터 분석학을 복수 전공한 이래로, 아버지께서는 내가 개발 분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해주셨다.


이러한 환경들이 처음부터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만은 않았다. 나는 원래 사회복지 행정 분야로의 취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권유하셨던 개발 공부가 그리 달갑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기존에 준비하던 사회복지 분야 공부를 관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빅데이터 분석학을 복수 전공했던 것은, 개발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행정 분야에서 취직이 잘 될 것 같다.” 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 번은 대형 IT 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지인과 개발 분야의 취직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프로젝트와 공부량을 난 도무지 반만큼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당시의 나는 그저 '빅데이터 분석학'이 적혀있는 졸업장을 취득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역량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했다. 그 프로젝트 경험을 쌓기 위해, 빅데이터 프로세싱 관련 국비 교육 과정에 등록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개발 분야에서 기존에는 느끼지 못하던 재미와 흥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관점을 바꾸어 달리 생각한 것에 있었던 것 같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치환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기존에는 막연히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코딩 공부였지만, 새로운 것을 처음부터 배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나서서 진행했다. 프로젝트 진행 간에 문제 상황을 직접 정의하고, 이에 직접 구현한 코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보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소통하며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 그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며, 어제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오늘 해결하고, 나아가 내일은 보다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며 비로소 개발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 흥미 덕분에 꾸준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었다. 국비 교육 과정 또한 썩 괜찮은 성과를 거두며 마치게 되었다. 마침 프로그래밍과 데이터에 대한 내 흥미가 잘 어필된 덕분인지, 국비 교육 과정 종료와 동시에 지금 다니는 스타트업 회사에도 취직하게 되었다.


두 번의 프로젝트에서 팀장을 담당했다. 그리고 그 두 번 모두 우수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개발에서 이런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개발 분야 공부를 시작하는 문과 출신이라면 이런 걱정을 안 할 수가 다. 개발자 인력난 광풍 뒤에 남겨진, ‘국비 & 부트 캠프 출신 개발자의 현실’ 운운하는 현실적인 조언들은 우리의 선택을 더욱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나는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5~6 개월 짧은 교육 과정 이후 바로 취직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보았던 경험,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이 성과를 내었을 때 기뻐했던 경험, 논리적으로 퍼즐,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며 즐거워했던 경험,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보시라. 만약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코딩 공부를 ‘찍먹’ 정도 해봐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 말하고 싶다. 충분히 코딩 공부에 흥미를 갖고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흥미를 갖고 일단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면 된다.


다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문과생으로서 기존에 준비하던 것, 공부했던 것을 관두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 공부를 한다는 것이 기존에 하던 것을 마치 없던 것처럼 내던진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도메인 지식은, 새로운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강점이 될 수 있다.


내 주전공도 사회복지학이었다. 개발 분야에서 일하는데 사회복지학적 지식은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복지학 도메인 지식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휘되고 있었다.


사회복지학은 클라이언트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발견하고, 가용한 자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개발자들이 하는 일 또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받는 요구사항에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막연히 ‘불편하다’라는 문제만 인식하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있다. 나는 사회복지학도로서, 이 분야에서만큼은 남들보다 조금은 괜찮은 소통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주로 ‘프로그래밍’을 활용하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다를 것이 없었다.


이는 비단 사회복지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각자의 문과 도메인에 걸친 이야기이다. 특히나 데이터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면, 각자가 갖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 혹은 배경지식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도메인 지식, 그리고 강점을 생각해 보시라. 컴퓨터 공학적 지식, 그리고 탄탄한 프로그래밍 실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여러분만이 가진 문제 정의, 문제 해결 능력, 통찰 등은 보다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좋은 동기에서 시작했지만, 아직 주니어인 내가 괜한 장광설을 늘어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다만, 이 분야에서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다른 분들이 걱정은 덜고 보다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개발이라는 분야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이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꿔 생각하는 순간,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번 시작했으면 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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