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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Sep 12. 2023

블랙서바이벌, 기술을 넘어선 스릴러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 후속작의 장르 변경


Microsoft Bing Image Creator


 아크베어즈 개발사가 2015년 11월에 모바일 게임으로 정식으로 출시한 '블랙 서바이벌'은 10명의 플레이어가 무인도에서 마지막 1인이 될 때까지 대결하는 턴제 게임입니다. 출시 직후, 타카미 코슌의 '배틀로얄' 소설을 모티브로 한 웹게임 '배틀로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아크베어즈는 저작권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반박했습니다. 개발자는 공식 카페에서 웹게임 '배틀로얄'의 팬이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 후, 2022년 12월 8일에 게임의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2020년 10월에는 후속작 '영훤회귀: 블랙서바이벌'이 PC 게임 형태로 얼리액세스로 출시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최대 24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해, 재료를 수집하여 장비와 음식을 제작하는 배틀로얄 스타일로, 전작의 게임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전투는 쿼터뷰 시점의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으로 변화되었습니다.

2019년도에 제가 '블랙 서바이벌'을 직접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데, 출시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성도에 감탄했습니다. 게임은 세련되었고 크게 수정할 부분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2018년 3월에 출시된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에 비해 '블랙 서바이벌'이 훨씬 더 서바이벌 게임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는 조작이 어렵고 PC에서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반면, '블랙 서바이벌'은 독특한 게임 매커니즘이 있어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블랙서바이벌 게임화면


 '블랙 서바이벌'은 턴제 스타일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게임처럼 연결된 흐름과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긴박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다양한 물품 조합을 통해 상위 장비를 제작하는 메커니즘은 '롤토체스'의 컨셉 플레이와 유사하여 매 게임마다 특정 장비를 목표로 설정하며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게임 메커니즘은 한 가지라도 빠질 경우 게임의 흐름이 깨지거나 올드해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2011년 12월에 대한민국에서 출시된 '리그오브레전드'나 2000년대의 PC RPG에서는 실시간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을 볼 수 있었기에, '블랙 서바이벌'의 플레이어 턴제 네트워크 방식에 대한 의아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화면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실시간 동기화하여 움직임과 채팅을 보여주는 기술은 쉽지만, 복잡하며 개발 및 유지 비용이 큽니다. 그러므로 턴제 스타일의 서바이벌 게임은 예외 처리나 버그가 최소화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블랙 서바이벌'은 평면적인 UI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플레이어에게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캐릭터가 지역을 탐색할 때 카메라의 줌인을 통해 배경에 커지기 때문에 다가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카메라를 수직으로 흔들어 걷는 것과 같은 체감을 줍니다. 또한 화면 중심이 불이 빛나는 '램프'가 좌우로 흔들려 이동하는 것처럼 느끼게 함으로 플레이어가 평면적 UI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양한 장치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블랙서바이벌의 지역


 세번째로, 다양한 아이템 조합으로 많은 경우의 수가 생성되며, 특정 장소에서만 특정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일부 지역이 닫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됩니다. 이 메커니즘은 '배틀 그라운드'의 경기 구역 축소와 '라이즈 오브 킹덤즈'의 관문 시스템을 연상시킵니다. 이렇게 독특한 게임 구조는 다른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게는 쉽게 모방하기 어렵게 만들었으며, 아마도 '블랙 서바이벌' 개발사도 이러한 구조에 얽매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블랙 서바이벌'은 그 완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임에서 주력 매출원으로 캐릭터 판매를 중심으로 했을 것인데, 이는 큰 고민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게임의 특성상 많이 과금하는 사람이 반드시 승리하기 쉬운 구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과금을 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을 너무 많은 리스크 없이 플레이하게 둔 것도 문제였을 것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처럼 개발과 아트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드는 '스킨'을 판매하는 방법도 시도해보았을 텐데, 서로를 빠르게 죽이며 게임에서 제외되는 구조상, 스킨에 대한 구매 욕구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대전 게임에서의 과금 구조는 항상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 멀리 살인마가 달려온다.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은 2023년 7월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는데, 이에 앞서 무려 3년 간 얼리액세스를 진행했습니다. 그 게임의 이름은 '이터널 리턴'입니다. 얼리액세스 기간 동안 '이터널 리턴'의 동접자 수는 5,000명에 불과했고, 그 때문에 게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전작처럼 그 독특한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바일의 기술적 제한에서 벗어나 PC 시장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많은 게임들이 평범해지는 경향이 있었고, '이터널 리턴' 역시 그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전작은 기술적 제한 속에서도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이었지만, 후속작은 다소 평범한 서바이벌 게임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Steam'에서는 '배틀 그라운드'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같은 서바이벌 장르의 게임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장르를 대표하는 킬러 타이틀들 앞에서 '이터널 리턴'은 특별한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쉐이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쉐이프'라는 살인마 캐릭터는 '할로윈 시리즈'의 '마이클 마이어스'를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그 살인마가 저를 따라다니며 묵묵히 쳐다보는 것에 대해 플레이 도중 의아해하며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살인마의 특성으로 생존자를 몰래 따라다니며 내면의 악을 충전하는 시스템과 관련이 있었는데, 그 점이 영화의 컨셉과 깊은 연관이 있어 감탄했습니다. 

전작 '블랙서바이벌'을 플레이할 때의 느낌은 이국적인 북아메리카 요리를 맛보면서 맥주를 즐기는 것과 같았습니다. 반면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는 스페인 음식점에서 국가의 전통을 들으며 새해에 12개의 포도알을 먹는 경험과 닮았습니다. 이국적이고, 어디서나 아는 척할 수 있으며 맛있기까지 했기 때문이죠. '이터널 리턴'은 닭갈비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콜라를 동시에 먹는 것 같은, 대중적이면서도 특별한 맛이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의 기획적인 차별성이나 철학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님블뉴런 이터널 리턴

 2023년 9월, '이터널 리턴'의 동접자수가 5천명에서 무려 4만명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게임 순위도 단 한 달 반 만에 33위에서 10위로 급상승했습니다. 이 게임은 전작의 서바이벌 배틀로얄 장르와 캐주얼한 PC AOS 장르를 결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얼리액세스 기간 동안 많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 짐작되는 개발팀은 그들의 개발 일지를 통해 지표의 하락과 외부에서의 압박, 그리고 시간과 자원의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하였습니다. 결국, 개발진은 기존의 다크한 서바이벌 플레이를 버리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솔로 모드와 듀오 모드는 삭제되고, 3인 스쿼드 모드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24명의 캐릭터가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싸우는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되었습니다. 개발진은 자존심도 잠시 내려놓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의 '룬'이나 '솔방울탄'과 같은 요소를 '전술 스킬'과 '점프 패드'로 잘 접목하여 게임을 개선했습니다. 2010년대 후반의 모바일 시장에서 '블랙 서바이벌' 역시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맛있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서바이벌 게임으로 '배틀 그라운드'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같은 킬러 타이틀과 경쟁하기보다는, 장르의 변화를 선택하여 새로운 방향을 찾아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터널 리턴'에게 박수를 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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