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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Sep 11. 2023

라면처럼 편안한 게임, 카이로소프트

카이로소프트의 게임은 왜 항상 사랑받을까?


Microsoft Bing Image Creator


 카이로소프트(Kairosoft)는 일본 게임 개발 회사로, 독특한 아트 스타일과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200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주로 일본에서 유명하다가,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작으로는 '게임개발 스토리', '온천골 스토리', '던전마을 스토리', '만화가 스토리', '써니캠프 스토리'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의 공통 목표는 각 단체의 CEO로서, 단체를 성장시키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한 것은 2022년 5월에 출시한 '아카데미 스토리3'와 2020년 11월에 출시한 '온천골 스토리2'입니다. 이 2개의 게임들은 실제로 스마트폰 앱 마켓에서 만원이 안 되는 8,000원~9,000원 가격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최근에 닌텐도 스위치에서 TV 화면으로 송출하여 아내와 딸과 함께 같이 즐깁니다. 이 경우 15,000원 선의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풀 프라이스(full price)'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일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래 가격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으로 가격이 줄어들기 전의 원래 가격을 지칭합니다. 게임 시장에서 '풀 프라이스 게임'은 스마트폰 앱 게임과 다르게 한번 구매 시 과금을 유도하지 않고, 인터넷 없이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스탠드 얼론 패키지 게임' 가격을 말할 때 많이 쓰입니다. 최근 '스팀(Steam)'의 게임들의 높은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퀄리티와 콘텐츠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입니다. 또한 비슷한 가격이 책정되는 인디 게임들 역시 큰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게임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퀄리티와 콘텐츠 문제는 동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팀 플레이어들은 가격 할인이나 프로모션만을 기다립니다.


요즘 뭐 할 게임 없나요?라는 주변 지인의 문의에 저는 언제나 자신 있게, 카이로소프트의 게임들을 추천합니다. 만원이 안 되는 금액에 짧게는 3일, 길게는 7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리뷰들을 살펴보면 돈이 없어서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던 시절 이 게임 하나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버텼다.라는 등의 후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카이로소프트의 게임들은 2000년대부터 크게 바뀐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소한 향기가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최근 청취하는 팟캐스트에서 게임 과금에 대해 진행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었는데, 30대 중후반인 진행자는 과거에 '스톤 에이지'라는 게임을 재미있게 했었는데, 2020년 6월에 출시한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월드'를 설치 후 과금을 조금 진행하다가 과금 유도가 심하여 그만두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옆의 여성 진행자 또한 '카트라이더'를 너무 좋아해서 대학생 시절 '무지개 장갑'으로 높은 레벨을 달성한 추억에 있기 때문에 2020년 5월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설치하여 즐겼지만, 이상하게 자신보다 더 빠르고 잘 회전하는 카트들을 타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보며, 본인도 구매하고 싶은 마음에 뽑기에서 뽑고자 했지만, 해당 카트가 기간제 상품인 것을 알고 허탈하여 '카트라이더'에 대한 추억을 접고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학습한 세대들은 부분 유료화 정책이나 과한 과금 유도에 대한 강한 내성들이 있습니다. 정말 과금하고 싶어도 꾹 참고 광고를 몇 번 보고 무료로 게임 아이템을 획득합니다. 하지만 과거 2000년대에 풀 프라이스 패키지 게임이나 당시 아주 약간의 과금 유도 게임을 플레이했던 지금의 30대 후반 일반인들은 최근 스마트폰으로 재출시되는 강한 과금 유도에 대한 '항마력'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잘 모르는 주변 지인의 "요즘 뭐 할 게임 없나요?"라는 문의에 자신 있게 '카이로소프트' 게임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아카데미스토리3 스팟

해당 게임은 한번 구매 후 인터넷이 없어도, 추가적인 과금을 하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 회사의 게임은 한번 켜면 밤새 플레이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다만 거의 대부분이 1회차 한정으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보지만, 다른 게임 개발 회사와 다르게 신작을 내놓는 기간이 너무 짧아 한번 팬이 되면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발매하는 게임마다 진행 방식이 비슷하고, 똑같은 아트 리소스가 나오고 또 나와 그래픽 면에서 중복되는 것이 많은 게임들입니다. 사골 우려먹기가 너무 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조금의 신규 규칙 아이디어와 테마만 변경해서 신작 게임들을 만드는 것이죠. 경영의 경우 대체로 특정한 시설물 몇 개를 같이 지으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스토리3'의 '스폿 시스템' 중 하나로는 '괴담 스폿'으로 물펌프, 벚나무, 한석봉상을 근처에 두면 문과+2, 이과+2, 인기+6, 사교/IT+ 효과들이 발생합니다.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괴담이 있을만한 물체들의 조합이죠? 또 예를 들어 '고백 스폿'으로 전설의 나무, 시계탑, 희망의 종으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성들에게 고백하는 곳들로 조합들이 꾸며집니다. 카이로소프트 게임을 처음하는 플레이어들은 물건이나 장소들을 설치하다가 갑자기 시너지가 발생하며 스탯 증가가 되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아! 이 게임은 단순히 경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배치에 따라 숨겨진 효과가 등장하는구나!"라고 말이죠. 또한 공간 배치할 수 있는 구조물이 제한되어 있거나 장소가 협소한 경우, 이른바 최적의 배치가 존재합니다. 게임 목표 달성을 위해 달리다 보면 컨셉 플레이가 어려운 편에 속하기도 하며, 한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앞의 '스폿' 족보 표를 보게 되면 플레이어들 스스로 자유도를 억제하고 최적화된 플레이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한번 재미있게 플레이한 것을 '1회차'라고 하는데, 다음 처음부터 진행하는 '2회차'부터는 게임 속도를 빠르게 진행시켜 주는 '고속 모드'가 해금되어 쾌적하게 이전 엔딩보다 더 높은 점수를 노리는 '하이스코어'를 목표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애플 앱스토어, 카이로소프트의 앱들


한번 재미를 들리게 된 카이로소프트 게임에 다른 작품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게임 목록들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플레이해보지만, 바로 전에 플레이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느끼며 당황하게 됩니다.

마치 해외에서 온 여행자가 한국의 '신라면'의 맛에 반해, '너구리'나 '안성탕면' 같은 다른 라면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느낌은 약간 다르지만, 결국 모두 매력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어쨌든 맛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죠!

마치 라면에 들어가 있는 라면 스프나 건더기처럼 카이로소프트는 출시 작품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 첫 해의 운영비는 각종 스폰서들이 내주며, 운영 자금이 바닥을 칠 경우 1회에 한하여 각종 이유로 비상금을 꺼내서 줍니다. 게임 도중 운영 현황을 보여주는 소식지가 나오며 대게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 다음 주에 소식지가 나오게 되고, 이벤트를 발생시키거나 종종 게임의 힌트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숙련도 시스템이 있고 해당 수치는 다음 회차 플레이 때 그대로 이월되기 때문에 1회차 플레이보다 유리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실 아트 리소스 재활용만큼 아쉬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플레이어들을 납득시키는 설정, 게임 내 운영이 좋지 않아 포기할 순간 도와주는 장인 정신의 노하우로 보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신작이 나왔다 하면 시뮬레이션, 전략 항목에서 탑 랭크를 언제나 차지하며, 거기에 잊을 즈음 하면 비정기 세일도 가끔하며 많은 플레이어들의 구매를 독려합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게임 가짓수가 아이폰에 비해 많고 발매가 빠른 대신 할인 행사가 상당히 뜸한 편입니다. 카이로소프트는 2018년부터는 콘솔, 2022년부터는 PC로 많이 이식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모바일 버전과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하나 다르지 않게 이식되면서 모바일보다 2~3배 비싼 가격이며, 최초 모바일 터치를 고려하여 제작된 UI/UX가 콘솔과 PC에서는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하기 불편하다는 평도 많습니다.


카이로소프트'의 '카이로'는 이집트의 Cairo와 관련이 없고, 회로(回路)의 일본 발음 또는 '손난로(懐炉)'라는 의미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022년 9월, 카이로소프트는 설립 15주년을 맞아 메타버스에서 축제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목격한 많은 게임 회사들은 단 한 두 개의 히트작을 통해 성장한 뒤, 몸집을 크게 불리다 원래의 비전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0년대 초반, 게임 엔진의 발전과 아트 리소스의 향상으로 인해 다소 올드하고 촌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카이로소프트의 게임들이 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카이로소프트를 한 가지 음식을 오랜 시간 동안 손질하며 제공하는 장인의 가게로 바라봅니다. 게임 엔진의 발전에 편승해 그래픽만 강조하거나 게임 용량을 늘리는 것보다, 카이로소프트의 작품은 언제 즐겨도 좋은 라면 같습니다. '팔도 비빔면', '사리곰탕면' 또는 '오뚜기 스파게티'와 같이 각자가 갖고 있는 라면에 대한 따뜻한 추억처럼, 이 회사의 게임들도 그렇게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길 희망합니다. 어떻게 보면 일관된 퀄리티와 컨셉을 가진 회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볼 수 있겠죠. 물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있는 시장에서는, 너무나도 빠른 주기로 같은 느낌의 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반복성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로소프트의 고유한 매력이나 게임 플레이의 재미는 여전히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이런 특색을 가진 게임을 원하는 플레이어에게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높게 인식됩니다. 게임 시장이나 취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꾸준히 출시되는 게임들이 항상 일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카이로소프트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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