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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약 Jun 06. 2022

아프니까 환자다 14 - 1년전 조제한 약을 먹었다

1년전 조제한 약을 먹고 탈 났다고 컴플레인하는 환자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 같다. 약이든 음식이든 만들어진지 오래된 것들을 먹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얼마전 우리 약국에서 조제한 약을 먹고 탈이 났다는 환자가 찾아왔다. 


문제의 약은 1년전 조제된 것이었다


약을 먹고 배탈이 났다는 환자가 가져온 약을 확인했다. 약은 조제일로부터 1년 이상 지난 약이었다. 당시 환자는 3일치 약을 조제해 갔는데, 그걸 1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복용하고 배탈이 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약국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관련해서 이런저런 말하기도 귀찮아서 보험사 쪽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는 했다. 보험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의약품이 개봉되어 조제가 되면, 보통 1-2개월 이내에 복용하고 남은 것은 폐기하라고 한다. 물론 몇몇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이드는 그러하다. 


그런데 이 환자는 3일분 진통제 처방을 받아갔고, 그 약을 싱크대 위에 보관했다고 한다. 보험사에서 조사하고 이야기한 내용은 부엌 습기가 가득한 곳에 보관해서 약 자체도 변질되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약봉지도 같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약 자체의 색깔부터 원래의 약 색상과는 많이 다르게 변해 버렸다고 한다. 그 정도면 탈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 환자는 상습적으로 약국마다 보상을 요구했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를 이 과정에서 들었다. 이 환자는 다른 약국에서도 비슷하게 보상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오래되어 변질된 약을 복용하고 문제가 생겼다며 이 약국 저 약국 다니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보험사에서 이야기는 악질 보험 사기(?)꾼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 


몇몇 약국에서는 그냥 돈 몇푼 쥐어주고 보냈던 것 같다며, 그거 때문에 여기저기 돌면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언질을 주었다. 물론 보험사에서 이번 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전적(?)이 있어서 보험사기로 고소할 수 있다고 하니, 접은 것 같다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겁이 없는 걸까? 조제 후 1년도 더 지난 약을 먹고 탈나서 오는 그 환자의 심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자기 몸을 망치는 짓을 하면서까지 그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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