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약 Dec 21. 2021

약사도 아프다 1 - 몸에 배인 약냄새가 싫어

어느 날 약국에서 퇴근하고 차 문을 열었는데, 차에 약국 특유의 가루약 냄새가 나는 것이다. 


아! 아세틸시스테인 냄새! 도망가고 싶어


소아과 약들은 유난히 가루약이 많다. 그러다보니 가루약 조제를 오랜기간 하다보면, 특유의 가루약 냄새가 약국과 옷에 밴다. 어딜 가도 약국에서 일한다는 것이 티날만큼. 


그런 까닭에 유난히 향수나 향이 나는 화장품 등에 집착하는 건 아닐런지. 도대체 몇 번째 향수인가. 약 냄새가 싫어서 아무리 씻고 씻어도 섬유 속속들이 배인 냄새까지는 어찌하지 못하는가 보다. 가운도 정기적으로 바꿔야 하고, 옷도 그래서 오래 입지 못하는 거 아닐까. 약국에 입고 다니는 옷은 오래 입는 옷이 아니라 한철 입고 버리는 옷으로만 사게 되었다. 


이 냄새라는 건 후각이 적응해 버리면 본인은 잘 모르지만 남은 잘 아는 것이라 했다. 그걸 의식하다보니 수시로 향수도 바꾸고 로션도 바꾸고, 샴푸도 바꾸고, 바디 제품도 바꾸고... 참 별짓 다한다 싶다. 오죽하면 다 쓰지 않고 그냥 둔 샴푸만 해도 도대체 몇 통인지! 


세탁 세제도 향이 강한 것으로 구성해 버리게 되니, 이제 정신병인가 싶을 정도로 냄새에 민감해 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새로 산 향수는 얼마나 쓰고 그만두게 될까?


며칠 전 또 향수를 샀다. 이번에는 대참사. 아! 시향도 하지 않고 인터넷 후기만 보고 산 것이 패착이다. 매번 이렇게 늘어나는 향수만 해도 줄 지어 있으니... 아무래도 향수 사러 다시 나가야 할 것만 같다. 요새 들어서 사는 향수마다 족족 실패다.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신경쓰게 되니, 이래저래 답답하다. 어쩌다가 이 지독한 약 냄새에 갇히게 되었는지! 약국에서 나는 냄새도 없애고 싶지만, 이게 또 말처럼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아무리 환기하고, 환풍기를 돌려도 한게가 있는 듯. 하지만 가루약 조제를 안 할 수도 없으니, 도돌이표처럼, 직업병처럼 받아들여야 하나보다. 


그리고 더불어 화장대 위의 향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제쯤 이 향수의 줄이 줄어들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