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된 사람들
스틸녹스정 1정씩 10일분
아침부터 이상한 처방전이다.손도 벌벌 떨면서 얇고 뭉개는 목소리로 얼른 약 달라고 시위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약값은 줄 수 없단다. 이건 무슨 소리일까? 아무리 봐도 이 할머니에게는 자비를 베풀면 안될 것 같았다.
DUR에 걸린 졸피뎀만 도대체 몇줄인가
DUR (Drug Utilization Review)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 중 하나다. 환자의 처방전에 기존 사용 약들과 겹치는 약이나 용량 과다, 금기 약물 등을 체크한다. 그런데 이 환자는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zolpidem) 처방을 지난 일주일간 너무 많이 처방 받은 것이다.
이 쯤되면 이 환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으로 봐야 한다. 약사 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향정신성의약품 중독 환자를 간간히 마주하는데 딱 그 케이스다. 이런 환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이 할머니 이런 특징들을 다분히 보였다. 심한 경우 경찰을 부르기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 이 약을 줘서 보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심지어 며칠 전 20대 여성이 비급여로 해당 약을 타기 위해 시도했는데, 위조된 처방전에 기재된 번호 역시 가짜였던 것을 잡아냈던 일이 떠올랐다. 아! 이건 약을 내줘선 안 될 것 같았다.
최근에는 마약성진통제가 있냐고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상당수는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로 보인다는 사실. 아마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약사들은 감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이 환자가 어떤 상태일지 말이지.
전에는 나이든 사람들 중에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점차 그 연령대가 낮아지는 기분이다. 20대도 이런 케이스가 꽤 보이니... 환자에게 대놓고 말할 수도 없고, 깝깝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마다 난감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