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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Nov 06. 2024

아들이 첫 상을 받아왔다.

반 아이들이 상을 보채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날

 수업이 끝나고 교실정리를 하는 데 오랜만에 아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는 한껏 달아올라있었다.

 "엄마, 나 오늘 상받았어."

 나는 그 말에 한껏 내려가있던 어깨가 하늘높이 우뚝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정말? 우리 아들 너무 축하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오늘 맛있는 저녁 해줄게 이따 만나."

통화 중간중간 영어학원 버스 안 아이들의 시끌시끌한 잡음이 섞여들어 귓전이 아플 정도였지만 그 소음조차도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소리처럼 여겨졌다.

 오늘 나도 아침에 반 아이들에게 책사랑 축제 상을 수여했다. 아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다보니 어떤 행사를 하고, 어떤 상이 수여되는 지 투명하게 꿰뚫고 있는 지라 상이 수여될 때면 우리 아들은 받았으려나 내심 작은 기대를 해보곤 했다.  반 아이들 상을 수여하면서도 나는 오늘 오후 아들의 상소식이 들려오리라는 것은 꿈에도 짐작을 못했다. 강건너 불구경하듯 상을 받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물끄럼 바라볼 뿐이었으니까.

 몇 주 전의 일이다. 책행사의 일원으로 독후감 쓰기 대회가 교내에서 열렸다. 아이들은 이 대회가 상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짐짓 눈치를 챘는지 그 어느때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글을 써서 냈다. 까만 글씨가 빼곡히 채워진 갱지를 교탁 위에 내려놓자마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결과는 언제나와요?"라고 물으며 잔뜩 기대를 품었다. 그 이후 이틀에 한 번 꼴로 아이들은 내게 상을 독촉했다. 마치 한 달 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뭐냐고 따라다니며 묻는 둘째 딸처럼 말이다. 나는 그때마다 아이들의 속도 모르고 한 반에 6명이나 주는 상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계속 기대를 하고 묻는 걸까? 작게 뇌까리곤 했었다.

 그러던 오늘, 아침방송조회에서 대표로 다른 학년 반 친구들이 상을 받았고, 그 사실은 이내 오늘은 상나오는 날이구나 하고 아이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나는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장 연구실로 한달음에 달려가 6장의 하얀 상장을 품에 안고 들어왔다. 26개의 눈동자는 모두 내 품속 하얀 상장으로 내리꽂혀있었다.  어찌나 그 눈빛들이 간절한지 6개의 상장이 아이들의 눈빛에 뚫릴 기세였다. 후끈 달아오른 교실의 분위기 속 내 입에선 금상부터 동상까지 6명의 아이들의 이름이 호명되었고,상을 받은 몇몇은 생각지도 못했는 지 자신의 이름이 내 입밖으로 흘러나가자 놀란 토끼눈을 하고 두손으로 입을 가리며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왠지 귀엽기도 한 마음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들과 통화를 마친 뒤, 나는 이토록 신나하던 반아이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다시 재생했다. 우리 아들도 그런 표정과 마음이었겠거니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해왔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상독촉을 할 때 마다 6명이나 받는데 뭐 그리 대단한건가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과거의 내 자신에게 할 수만 있다면 머리통을 콩 쥐어박아 주고 싶은 심경이었다.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의 모든 순간을 우리 반 아이를 통해 거울처럼 비춰본다. 6명이나가 아닌 26명 중이 6명 밖에 못받는 상. 아이들이 왜 그토록 상을 독촉했는 지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열심히 한 성과를 상으로 보상받는 것 만큼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상품도 없이 달랑 하얀 종이 상장 하나지만, 그 상장에 선명히 박혀있는 나의 성과에 대한 두세줄의 평은 그 어떤 것보다 아이의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할 만큼 큰 에너지를 주는 무언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상을 받은 엄마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또 내일을 살게 할 힘을 전달해 줄 것이고.

 그래서 나는 늘 상을 줄 땐, 그간 받지 못했던 아이들 중 자신의 능력 내에서 최선을 다한 아이들을 고루 주려고 고심한다. 상의 효과가 앞으로 아이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힘을 갖게 해주는 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번 아들의 상 소식으로 또 한 번 나는 뼛속깊이 절감한다. 상을 주어 칭찬한다는 건, 그 어떤 것보다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디딤돌이라는 걸.

 아들이 받아온 동상. 내게는 세상 어떤 상보다 더 값지고 소중한 무언가였다. 부모가 되어 자식이 받은 상을 보는 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쁜일 이라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다. 마치 오늘의 기분은, 한달도 넘게 남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땡겨받은 듯 설레고 벅차고 동화 속에 던져진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은 우리 반 아이들도 많이 느끼게끔 가끔 담임상으로도 칭찬을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아, 동상을 디딤돌 삼아 매일매일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가렴.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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