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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글쓰기, 내 안의 솔직함을 끌어내어 주는 친구

by 이유미

글쓰기는 내게 과연 어떤 존재일까?


문득 이런 질문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었다. 22년 8월, 둘째 육아로 우울증을 앓다 우연히 좋은 생각에서 '작은 성취'라는 주제를 접한 뒤 내가 처한 현실상황을 솔직하게 녹여내어 처음으로 글쓰기에 도전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글이 당선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통장에 짝힌 원고료 10만원을 마치 억만금처럼 손에 쥐고 몇날며칠을 행복에 겨워 하루하루가 눈부시던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소소하게 쓰는 삶을 살아왔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크고 작은 시련과 고통같은 것들에 무너질 때면 나는 늘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들었고 엄지로 꾹꾹 눌러가며 내가 마주한 상황과 그때의 감정을 낱낱이 적어내려갔다. 작은 메모장에 내 감정을 토로하고 나면 가슴에 단단하게 응어리진 무언가가 스스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 이후 글쓰기는 내게 글을 쓰는 행위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브런치를 만나게 되었고 작가 신청 두 번째 만에 합격통지.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행복감에 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 그렇게 3년간 차곡차곡 글을 쓰다보니 벌써 작성글은 이 글을 포함해 145개가 되었다. 처음엔 생각날 때 마다 한 편씩 써오다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고, 밴드라는 매개체로 매일 글쓰는 모임을 하던 차 한 선생님의 권유로 브런치에 일상에세이를 연재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학교 집 학교 집 쳇바퀴처럼 되풀이되는 일상 속 쓸거리가 과연 있을까 의문을 갖고 시작했지만 기록을 남긴다는 생각을 하고 하루를 보내니 생각보다 글감이 퐁퐁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 속 맞닥뜨리는 일들, 그리고 학교에서 반 아이들과 생활하며 겪는 일들, 동료 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서 인상깊었던 일들. 등등 거창한 것들은 아니지만 사소한 일상에서 얻는 교훈과 통찰들이 많다는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져왔었다.

전업작가가 아니기에 늘 글이 술술 잘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 바쁜 삶에 허우적대다보면 하루를 돌아볼 시간조차 없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럴때면 머릿속에 희부윰한 안개가 가득 끼어 한글문서 하얀 창만 켜놓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매일 써야한다는 압박감에 나의 감정해우소가 되어주던 글쓰기가 가끔 독이 되어 내 가슴을 시커멓게 물들이기도 했었다. 또한 악마의 유혹처럼 나를 시시때때로 괴롭히던 생각들 ,"이 글 좀 써낸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해" . 그런 생각에 백기를 들다보면 다른 생각이 또 나를 괴롭혔다. "어떻게 해온 글쓰기인데, 글을 안쓰다 글을 안쓰면 가뜩이나 부족한 글쓰기 실력이 퇴화되지 않을까?"라는 실체없는 불안감에 몸을 떨기도 했었다. 그렇게 늘 내 마음은 그 두 마음이 옥신각신 다툼 중이라 바람 잘날이 없었다.

실은 아직도 그 불안감이 마치 안개처럼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중이다. 방학을 하고 여유가 나면 좀 써야지 굳건히 결심하고 방학을 맞이했는데 이상하게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막연한 불안감만 가슴에 가득 채워넣은채 하루하루를 무력하게 보냈다. 그전까지는 바락바락 연재일을 지키려들었다면 그 이후 밥먹듯이 연재일을 놓치기도 일쑤였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 가슴속에 그득히 들어찬 고민을 슬그머니 꺼내놓았다. 나의 진지한 눈빛에 친구는 온몸에서 다정함을 끌어낸 듯한 눈빛으로 나의 말을 귀담아들어주었다. 내 말이 끝나자 친구가 말했다.

"글이 안 써질 땐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것은 어때? 훌륭한 작가들이라도 늘 글이 잘써지는 건 아니래. 쓰지 않는 시간이 있어야 또 쓰는 시간이 온다고 하더라. 그럴 땐 불안해말고 남이 쓴 좋은 글을 촉수처럼 흡수하면서 네 마음에 가득가득 쌓아봐. 물이 채워지면 흘러넘치듯 좋은 글을 많이 담다보면 그것들이 흘러나와 쓰고 싶은 순간이 번뜩 올거야."

친구의 그 말에 그간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던 무언가가 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쩌면 내게 하고 싶은 말을 친구의 입을 빌려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쓰지 않는 시간이라. 그 말이 내 가슴에 콕 날아와 박혔다. 그러면서 친구는 묵묵히 다음의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나는 너의 그 용기가 참 부럽더라. 솔직하게 글에 너의 모든 상황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 용기말이야. 나는 sns에 짧은 글을 올릴 때도 내 자신을 감추려고 부단히 애쓰는데 말이야. 글을 쓸 때 내 자신을 내보이는 행위는 결코 쉬운 행위가 아니거든. 그리고 감추려고 쓴 글은 읽는 사람도 뭔가 찝찝한 기분을 숨길 수 없어"

솔직하게 라는 말에 유독 힘을 주어 말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갑자기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내가 일상에세이를 연재하면서 가장 크게 두려워했던 것도 바로 그 솔직함이었으니까. 글을 쓸 때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되는 건가? 너무 솔직한데. 그리고 부끄러운데. 지울까" 이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솔직함을 빼버리니 글을 쓰는 내내 장애물을 만난 듯 막혔고,다 쓰고 나서도 내내 마음이 찝찝했다. 이런 건 내가 애초에 좋아했던 글쓰기의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냥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고 글에 솔직함을 담자가 내 글쓰기의 모토가 되었다.

친구가 해준 그 피드백에 힘입어, 솔직함을 무기로 앞으로도 글쓰기를 쭉 이어나가려고 한다. 솔직함이라는 무기로 앞으로 글에 내 솔직한 감정을 잘 녹여내고 , 나아가 그 솔직함이 다른 누군가의 가슴 깊숙이 묻어둔 솔직함도 꺼낼 수 있도록 부지런히 일상에세이를 써가려한다. 대신 안써지는 날엔 과감히 내려놓고 다른 누군가의 솔직한 글들을 부단히 읽으며 마음 속에 가득 채워 그것들이 흘러넘치는 순간 혼신의 힘을 다해 내 진심을 끌어올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꽃처럼 활활 타오른다.

나의 글쓰기 고민을 제 일처럼 걱정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 친구에게 이런 말을 전하며 에필로그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친구야, 나의 글쓰기 고민을 그 누구보다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다정히 말해준 네가 내 친구라는 사실이 참 감사해. 너의 조언대로 좋은 글들을 많이 흡수하며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진심어린 글을 많이 쓸테니, 너도 그런 나의 글을 보며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솔직함을 꺼내놓을 수 있는 날이 가까운 시일내에 오기를 바라. 그래서 좀 더 마음이 평온해지길"

그리고 맨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글쓰기는 내게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솔직함을 부드럽게 끌어내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용기있는 친구!


그간 부족한 글에도 늘 하트 눌러주시고 댓글도 간간이 달아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조만간 다른 연재글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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