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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Feb 24. 2023

헤어짐의 달 2월을 보내는 너에게

매년 적응되지 않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해마다 2월이되면 가장 바빠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헤어짐.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헤어짐들이 발빠르게 돌아다니는 중일 것이다.


 서진이도 얼마전 그런 헤어짐을 경험했다. 이제 겨우 7살에 이 아이는 몇번의 헤어짐을 경험했을까? 어린이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4번 정도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헤어짐을 지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러지 않던 애가, 올해 선생님과 헤어짐을 앞두고 유독 슬픈 표정을 자꾸 지었다.


 "엄마 이제 노승혜 선생님 못 보는거야? 나 슬퍼"


 선생님이 천안으로 전근가신다는 소릴 듣고,유치원에서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를 슬프게 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서진이의 표정을 풀어보고자


 "서진아 선생님과는 헤어지지만 선생님과 함께 한 추억, 사랑받았던 기억은 서진이 마음속 창고에 그대로 저장해두면 사라지지 않을거야,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떠올리면 되지"


 이런 말이 겨우 인생 7년차인 서진이에겐 어려웠던 모양이었다. 갸우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서진이를 향해 다시 말한다.


"서진이 포켓몬 볼 안에 포켓몬 딱지 넣어놨지? 서진이가 생각날때마다 거기서 딱지 꺼내서 노는 거처럼,서진이 마음 속 포켓몬 볼에 선생님이랑 있었던 일 중 가장 좋았던 거 종이에 써서 넣어놓자. 보고싶을 때마다 꺼내서 보게"


 그말에 눈을 반짝이며 서진이는 포스트잇에 선생님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생님과 헤어짐을 준비하는 서진이의 모습이 참 예뻤다.


 수료식 당일, 남편과 서아와 함께 서진이를 데리러갔다. 유치원에서 나오는 서진이의 표정은 또 다시 시무룩해있었다. 헤어짐을 아무리 연습해도 실전에서는 그 연습이 힘을 잃는다.

 나도 무수한 헤어짐을 경험해봐서 알기에.. 그냥 슬프다. 정든 누군가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푸딩같이 말랑한 마음속을 누군가가 국자로 푹 퍼버린 것 같다.


 서진이도 아마 그럴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선생님과 사진을 잔뜩 찍고, 마지막엔 안아주시기까지 했다. 참 따뜻했던 분. 서진이가 슬퍼할 이유로 충분했다.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먹이려는 찰나, 놀이터에서 놀던 단짝 건우가 "서진아"하고 큰 목소리로 부른다. 아이는 시선을 돌려 가벼운 발걸음으로 냅다 뛰어간다. 이럴땐 참 아이답다. 아니 그래서 다행인건가.


 앞으로도 매년 원치않는 이별을 경험하게 될 서진이에게, 그 경험의 터널을 무수히 지나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헤어짐으로 비워진 그 빈공간은, 새로운 만남으로 천천히 다시 채워질거야 그러니 조금만 슬퍼하렴. 그리고 누군가와의 헤어짐으로 한국자 푹 떠내진 슬픔에 아파하는 대신, 누군에게 받은 사랑, 함께한 추억으로 한국자 채워넣으며 따뜻함을 다시 느껴보자. 그 따뜻함은 너의 몸 어느 한구석에 어떻게든 남아 너를 무럭 자라게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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