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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또 한 번 찾아오리라 믿으며

내게 찾아올 작가라는 기적을 기다리며 브런치 작가로 최선을 다하기

by 이유미

3년 전,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어느 금요일. 내게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났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 문구가 내 눈에 기적처럼 날아와 가슴에 별처럼 박혔던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기적이 찾아온 이후로부터 나는 브런치 작가라는 명함을 3년째 달고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3년이라는 지난한 시간동안 202편의 글을 썼지만 겨우 구독자는 140명. 3년 활동한 것 치곤 너무도 빈약한 숫자가 아닐까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내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성과이기에 내겐 억만금을 준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브런치작가가 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는데 현실은 가혹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고 나서 받은 하트 개수는 달랑 6개. 자투리시간을 내어 한 시간을 넘는 귀한 시간을 홀랑 바쳤지만 마땅한 보수도 없었으니 피가 차갑게 식는 순간이 잦았다.

이 가성비떨어지는 행위를 왜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도 자주 내 마음을 할퀴어왔다. 그럴때마다 나는 자주 글을 처음 시작한 연유를 떠올리며 나를 다독였다. 하트수를 바라며 타인의 인정을 바란 게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시작한 글이라는 중요한 사실말이다. 그렇게 꾸준함의 힘을 믿고 내 길을 걸어오다보니 지금껏 202개의 글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브런치에서도 그런 나의 꾸준함을 알아봐주었는지 에세이분야 크리에이터라는 연두색 뱃지도 달아주었다. 그 뱃지가 내이름 석자 아래 반짝이는 순간은 3년전 그날 만큼 내 양어깨를 위로 치솟게 만들어주었다.

3년이란 시간동안 브런치에서 내가 주로 쓰는 글은 일상글이 대부분이다. 작가 소개에서도 썼듯이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보니 내가 쓸 수 있는 주제는 내 생활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집 학교를 쳇바퀴 돌듯 전전하는 고루한 삶을 살다보니 독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글이 나올리 만무하다.

가끔 내 눈을 확 트이게 만드는 브런치 작가들의 인기글을 보면 다들 해외살이, 특별한 직업군들, 또는 힘든 가정사 등 각자 나름의 진한 사연들이 녹아있어 누군가의 이목을 탁 끌 만했다. 그에 비해 내글은 꿔다 논 보릿자루같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초등생 일기에 불과했다. 내가 낳은 자식 내가 부끄러워하는 처지가 된 양,브런치에 글을 쓴 뒤 발행버튼을 향하는 내 검지는 항상 떨리곤 했으니까.

그럼에도 브런치 작가라는 명함이 뭔지. 그 명함이 누렇게 변색되는 느낌이 싫어서 시덥지 않은 글이지만 부단히 써나갔다. 브런치에 글을 한 편 쏟아내고 나면 드는 그 개운함과 벅차오름이 좋아서 매일 나는 글을 놓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출산을 한 직후의 느낌이랄까? 내 속에서만 품고 있던 문장들을 브런치 흰 화면에 발화한 뒤 발행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글이 세상을 향해 힘껏 박차고 나아가는 느낌. 그 느낌이 참 좋아서 나는 가성비 떨어지는 그 행위를 매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꾸준하게 해오다보니 예상치못한 성과도 있었다. 작년 초, 아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며 생겨난 웃지못할 에피소드들을 기록해보고자 연재글을 시작했는데 생각지못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이다. 나도 몰랐던 사실을 한 글쓰기 모임에서 나를 알아봐준 한 선생님의 입을 통해 들었다.

“선생님 연재글이 요즘뜨는 브런치 북 7위에 올라와있던데요? 부럽습니다”

그 말에 아연해 바로 브런치 앱에 접속하고는 믿지못할 광경에 잠시 얼어붙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날 이후 나는 시간을 조각내어 글쓰기에 매진했다. 학교에선 쉬는시간 틈틈이, 집에선 요리를 하는 동안 틈새시간, 버스나 기차를 타고 어디로 이동하는 그 잠시에도 나는 브런치 앱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늘 열개 남짓이던 하트수가 50개를 넘어가는 기쁨이 나를 늘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주었다.

자다가도 도파민을 절로 솟게 만들었던 그 일 이후 그렇다고 내가 책 한권을 내거나, 크게 주목을 받는 글을 쓰진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자리에서 내 삶을 부지런히 쓰며 마치 탑을 쌓아가는 느낌으로 202층의 글탑을 쌓아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브런치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요즘 뜨는 브런치 북에는 못실려도 그저 꾸준히 내 갈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두 아이 육아에서 느낀 것들. 학교생활 중 마주하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조우하는 감동의 순간들이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도록 부단히 글을 써나가고 있다.

누군가가 본다면 뭐 그런 주제로 글을 써 라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자부한다. 나만큼이나 학교생활, 아이들의 마음을 생생히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은 심연을 가졌다는 것을 전해주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아이들의 글과 말을 하얀 지면에 부지런히 담는다.

요즘의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들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세줄쓰기라는 주제로 브런치 연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통찰이 읽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깊이 전달되게끔 단어 하나도 고심히 골라쓰며 열정을 붓고 있는데 가끔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글을 써서 발행하면 30여개의 하트가 날아들기도 한다. 그 30여개의 하트를 보며 나는 절감한다. 진심을 담아 솔직 담백하게 쓴 글들은 화려함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진동하게 만들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말이다.


3년 전 잊지못할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부터 시작된 브런치 작가의 삶. 그 명함 하나로 내 삶이 180도 바뀐 것은 아니지만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소중한 명함을 함께 얻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며 나는 그전에라면 놓쳐버렸을 일상 속 소소한 기적들을 자주 느끼고 있으니 이만한 수확이 또 있을까?


요즘 뜨는 브런치 북에 올라가진 못해도, 세자리수 하트를 받는 글이 아니라도 나는 그에 구애받지 않고 교사이자 엄마라는 자리에서 오늘도 묵묵히 글을 써나갈테다. 그래도 가끔 가혹한 현실에 치여 글을 놓고 싶은 순간이 올 때마다 그런 나의 등을 살포시 하트를 누르고 가주시는 구독자님들을 동력으로 삼아.


작가 소개에 썼듯 화려함은 없지만 나만이 볼 수 있는 렌즈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 나의 렌즈를 매일 말끔히 닦아내며 그 렌즈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세상을 최대한 맑게 글로 표현하는 일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야겠다. 3년 전 내게 불쑥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언젠가 나를 또 찾아오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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