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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매일 글쓰기를 놓지 않은 이유

내 삶을 진솔하게 쓰는 작가가 되기 위한 몸부림

by 이유미

언젠가부터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3년 전 3월, 우연히 좋은생각 원고응모에서 작은성취라는 주제로 낸 나의 글이 그해 10월 호 특집의 맨 앞면에 실리게 되면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을 끝으로 조용히 잠자고 있던 글쓰기 의욕이 되살아났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나는 일기를 하루를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쓰는 일기장학생이었는 데 그 당시 하루라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살아온 착실한 아이였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고 더 이상 일기를 써도 되지 않는 시기가 오면서부터 나는 일기와 점점 멀어져갔다.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중고교 시절이었는데 지금에와 생각해보면 내 피와 살과도 같은 일기와 멀어져서가 아닌가 싶다.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선생님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썼던 일기가 실은 초등학교 시절 작은 바람에도 힘없이 흔들리던 약한 풀같았던 나를 단단히 붙잡아 준 힘이었던 것이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에 발을 들여놓고 두 아이를 기르는 동안에도 나는 그 일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다가 좋은생각에 글을 실리는 쾌거를 얻고 나서부터는 다시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냅다 뱉어버리고 엄마에게만 매달려 붙어있던 둘째를 키우며 가시밭길 같던 나날을 보내던 그 시기. 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늘 손에 들고 그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나갔다. 두 엄지에 그날의 속상함이나 힘든 감정을 꼭꼭 실어 하얀 메모장에 눌러써내려가다보면 어느 새 복잡다단했던 감정들이 가지런히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힘든 육아집중시기 멀리있는 친구들과 친정을 대신해 내 감정의 해우소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가장 큰 수확은 평소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 자신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평소 자주 하는 생각 그리고 언제 화가 나고 불안한 지 또 뭘 할 때 행복한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달까? 또 그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입장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평소 허투루 넘기던 하루 일상 속 소소한 순간을 낚아채어 글로 옮기며 세상에 대해 더 잦은 감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글과 가까워지다보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속 퓨즈를 키게 만들었다. 작가가 아니라도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글을 투고 하며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부지런히 올리며 세상과 소통을 했고, 또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해 지금껏 190개의 글을 올리며 끊임없이 쓰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지만, 나는 그렇게 매일 짧게는 반페이지에서 길게는 두페이지까지 매일 글을 쓰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젠 하루라도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하루를 대충 산 듯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쓰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 말이다.

한번은 나는 왜 글을 안쓰면 안되는 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다가 적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읽은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글은 내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손화신 작가의 책 속 한 구절. 그 구절이 내가 글쓰기를 매일 하는 이유였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 화려한 여주인공의 삶을 살아갈 수 없지만 글 속에서는 내가 가장 화려한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까. 매일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하루라는 무대에서 내가 오롯이 보고 듣고 즐기고 맛보는 일상을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글 속에서나는 거대한 존재가 된다.

한번은 교사로서 아들과 함께 같은 학교를 다니며 겪는 일들을 브런치 글에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요즘 뜨는 브런치 북 6위에도 올라가며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나는 그저 소소하게 하루 일과를 적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자 구름 위를 둥둥 뜨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기억이 새록하다.

물론 주목을 받고자 시작한 글을 아니지만, 그때 느꼈다. 꼭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아도 내게 주어진 평범한 일상을 최선을 다해 보내며 그 속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히 녹아내어 진심을 다해 글을 쓰다보면 내 자신도 납작한 존재가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존재가 되고, 그리고 그 글은 누군가의 마음에도 가닿아 그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진동하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다.

정식 작가는 아니지만 나는 매일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지난하게 쓰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글로 붙잡아 옮기고 또 그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며 나는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내가 되고 싶다. 내 존재가 납작해지지 않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책임감으로 쓰는 일기가 아닌 나 스스로의 인정을 받기 위한 그런 글을 매일 쓰는 사람으로 사는 것 말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무대로, 내가 쓰는 글을 대본으로 생동감 있게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된 심정으로 하루를 특별하게 살아내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글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글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고 이어가다보면 언젠가는 정식 작가가 되지 않을까 작은 희망의 불씨를 마음에 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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