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힘이란.
잠시 스칠 인연이라도 소중히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
동학년 선생님이 시모상으로 5일간 자리를 비우게 되시면서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퇴직한 여선생님께서 오셔서 맡아주셨다. 층도 다른데다 특별한 접점이 없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다. 게다가 5일 후 떠나실테니 굳이 말을 걸 필요성도 못느꼈다.
수영교육이 마침 진행중이던 4학년, 지난 5일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인솔하시는 모습을 목도했고 오늘 급식실에서 멍한 눈으로 밥과 국을 떠넣으시는 모습을 흘깃 바라보다가 뭔가 가슴 한 구석이 뭉근해졌다.
점심을 먹고 교실로 올라가는 길, 그 선생님과 마침 맞닥뜨리게 되었고 그냥 지나가기도 머쓱해서 한 마디를 수줍게 건넸다.
“그간 고생많으셨어요, 덕분에 아이들 수영교육 잘 마쳤네요”
나의 말에 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감사합니다 하시며 가던 길을가시다 문득 고개를 돌려 내게 한마디 더 덧붙여 말하신다.
“선생님 오늘 입은 옷이 참 잘 어울리고 몸매도 참 예쁘시네요”
듣기 좋으라고 기분좋은 화답을 해주신 것을 익히 알았지만 뭔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느낌이랄까. 오늘이 마지막근무이신 분께 들은 마지막한마디는 내 마음에 깊이 콕 박혀들었다. 그 말은 당분간,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칠때마다 마음 속에서 자주 길어낼 말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문득 나 자신이 기특했다. 바삐 내갈길을 가느라 신경쓰지 않고 지났다면 그 분의 노고를 알아줄 말한마디 못건네었을 테고, 그분은 또 섭섭한 마음으로 자리를 떠나셨을테니까.
연구실에 왔는데 영문모를 쿠키 한 박스가 놓여있다. 동학년 선생님 중에 한 분이 놓고 가셨거니 생각하며 무심결에 집어먹고 퇴근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이 놓고 가신 것.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전했는데.
아차, 아까 지나가던 길에 했던 인사에 감사인사도 포함된건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늘 마주한 작은 일상의 일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는다.
갈길이 제 아무리 바빠도 주변을 느긋이 둘러보는 태도를 가지자.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감사인사, 관심갖는 말 한마디 건네기.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유용할런지는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