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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Feb 09. 2024

인간관계는 시소타기와도 같다.

앞에 타든 뒤에 타든 균형을 이루어 오래가는 관계가 중요하다.


 얼마 전, 같은 아파트 사는 친한 언니와 절연할 뻔 한 일이 있었다. 한 달여남은 이사사실을 남편을 통해 알게 만든 것이 화근이었다. 언니에게 말할 기회를 틈틈이 엿보다가 이젠 말해야지 결심하던 찰나, 버스에서 내리던 첫째가 언니의 아들이자 친구인 00이에게 우리 곧 이사간다고 신이나서 말했고 갑작스레 흘러든 충격적인 소식에 귀를 의심한 언니는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남편은 하는 수 없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둘째아이와 집으로 들어온 내게 남편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 소식을 전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흑빛이 된 나는 바로 휴대폰을 집어 언니에게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보냈다.

 “언니 내가 말하려했는데 타이밍이 자꾸 안맞는 바람에..갑자기 집 전세계약이 만료되서 급히 구하게 되어 이사가게 됐어”


그 말에 언니는


“나 지금 너무 충격먹어서 답을 못하겠어”

라는 말만 남기고 그 밑에 달린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은 앞의 1을 굳건히 유지한 채 다음날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2년전 아이 유치원 같은 반친구로 인연을 맺은 뒤,신기하게도 같은 고향에 졸업한 중학교까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둘 사이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유치원 하원버스가 도착하면 우린 늘 함께 였다. 서로의 가정사도 시시콜콜 알고 있고 서로의 동선마저 속속들이 공유하는 어쩌면 남편보다 막역한 사이였다.

 그리고 늘 내게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넌 안지 이년밖에 안되었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이야. 우리 00이도 서진이를 엄청 좋아하고 진정한 친구래. 우리 오래오래 여기서 학교도 같이 보내고 잘 지내자”

 언니가 얼마나 정을 깊이 주었는지 알기에 내가 “이사”라는 말을 떼는 순간 충격을 먹고 사색이 될 그 얼굴을 가만히 견뎌내는 것이 두려워서 하기 싫은 숙제를 하루하루 미루듯 미뤄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은 명백히 내 잘못이라 생각해 몇 번이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실이 나를 옥죄어왔다.

 다음날 카톡방에 줄줄이 늘어선 1들이 사라지고 기다리던 답이 왔다.


 “나는 너를 친동생이나 다름없이 가까이 생각했는데 너는 아닌 것 같아 너무 서운했어. 이사간다는 말을 미리 해주었다면 이토록 서운하진 않았을거야.“


 나는 그 말에 가슴에 무언가 걸린 듯 턱 막혔다. 나는 나름대로 충격을 줄까봐 고심하다 말을 못한 것인데 .언니에 대한 심리적 거리가 절대 멀어서 그런 행동을 한게 아닌데. 괜히 늦게 말해서 오해를 산 것이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고 지내며 서로를 생각하는 심리적 거리를 자로 잰듯 똑같이 맞추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고.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건 참 위험한 일이구나 하고.

 나는 내선에서 최대한의 친밀함을 표시해왔고 상대가 상처받을까 배려한다는 것이 상대는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에 인간관계가 참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어쩌면 인간관계라는 건 자기식대로 상대방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성때문에 어려운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허공을 맴도는 나의 반복된 사과와 끊임없이 자신이 받은 충격을 늘어놓는 언니의 하소연에 지칠대로 지친 나는 이대로 놔둬버릴까 하다가 이년간 이어온 관계 마무리는 잘 해야 할 것 같아서 숨을 고르고 마지막 항변을 했다.

 “나도 언니가 너무 가깝다고 생각해서 언니의 충격받은 얼굴을 보는게 힘들어 말꺼내기가 두려웠어. 내 선에선 최대한 언니에게 최선을 다해왔어. 절대 멀게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야. 이사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한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하고 또 미안해”

 고심끝에 마지막 톡을 하고 더 이상 휴대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그전과는 다르게 언니의 카톡이 바로 왔다.


 “속마음 말해줘서 고마워. 맞아 니 말대로 사람사이의 친밀도는 서로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내가 충격먹을 것을 배려해서 미룬 것이고 나는 그 행동을 나를 멀리 생각해서 미루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생각에 속상해서 난 몇날 몇일을 울었거든 . 이제 마음이 살짝 누그러졌어“


  인간관계라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내 선에서 상대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자신이 정한 기준에 그만큼 못미치면 서운해하고 실망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일터. 언니의 마음을 결코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린 서로를 배려하며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두지 않으려면 말이다.

 한결 부드러워진 언니의 답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나는 옆에서 놀이터를 가자는 첫째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밖으로 나갔다. 시소를 타자는 아이의 말에 나란히 시소에 오른다. 늘 그렇듯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내가 앞으로 이동하고 아이는 맨 끝으로 가서 앉는다. 그제서야 맞는 수평에 신나게 발을 구르며 시소를 타다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관계도 그런게 아닐까? 감정의 깊이가 조금 더 무거운 사람이 앞으로 가고 가벼운 사람이 조금 더 뒤로 가야 수평이 맞는게 아닐까 하고. 자신의 기준에 비추어 누가 중심에서 더 가깝고 멀고를 따지기 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배려하며 수평을 맞추며 즐겁게 관계의 시소를 이어가는 것. 살면서 우리가 자주 당면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에서 크게 상처입지 않고 오랜 연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그나마의 해결책일 것이다.

 아무리 인간관계가 힘들다해도, 관계를 이어나가며 서로 상처를 주고 받고 해도 우린 그 관계를 끊고 살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인간관계가 미치도록 힘듬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 인간관계를 잘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나갈 수 밖에 없다. 물론 나의 노력에도 불구 그 관계가 내게 상처만 준다면 과감히 시소에서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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