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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May 06. 2024

나이가 들수록 생일이 감흥이 없다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알아주고 챙겨주면 그 감흥은 하늘로 솟구친다

 생일에 대해 나이가 한 살씩 먹어갈수록 흔히들 말하는 것이 있다.  “생일 뭐 별거 있어. 어릴때나 생일이지 나이드니 생일도 특별할 거 없다”

 이 말은 대부분 30대가 넘어가면 더 자주 하고 듣는 말이다.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그만큼 팍팍한 현실 속 제대로 챙김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생일을 앞둔 마음과 지금의 마음은 사뭇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생일을 한 달 전부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해두고 하루하루 설레는 기분으로 기다렸던 기억이 선연하다. 케잌은 생일날만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그 시절, 괜히 동네빵집을 기웃대며 유리를 통해 보이던 꽃모양 장식의 버터케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곧 내 생일에도 저걸 먹게되겠지?”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 생일날을 손꼽아 보고, 생일이 임박해오면 부모님과 친구들을 내게어떤 선물을 줄까?머리로 그려보며 괜히 웃음짓던 날들이 내겐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기숙사 학교를 다녀 정작 생일 당일엔 가족들의 축하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동고동락하던 반친구들에게 과자박스 선물 사례를 받으며 함박웃음을 짓던 때가 있었다. 쿠팡주문도 택배도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거기다 시골 산자락에 위치해 매점만이 유일한 소비처였던 그곳에서. 내 생일이란 소릴 들은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마다 내게 생일축하 문구를 눌러쓴 분홍색 포스트잇을 붙인 과자상자를 툭툭 책상 위에 올려놓곤 했다. 덕분에 수업 후 과자로 가득찬 박스를 양손 가득 안고 친구들의 호위를 받으며 기숙사로 향하는 길은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양 어깨가 솟았다.

 대학생이 되고 맞은 첫 내생일, 삼총사였던 친구들이 용돈모아 근처 노튼이라는 옷가게에 들어가 흰 바탕에 풍차모양이 그려진 작은 크로스백을 선물받고 내가 좋아하는 콘치즈가 나오는 준코라는 술집엘 가서 파티하며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보냈던 기억이 선연하다.

  어린시절을 거쳐 고등학생 이후부턴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생일이 더 많았지만 그 자리를 내 주변을 감싸던 지인들이 대신해주어 더없이 감사하고 뭉클했던 생일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생일에 대한 특별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점차 흐릿해갔지만 그래도 생일날 만큼은 누군가의 축하를 받으며 보냈던 것 같다. 5학년 담임시절,언젠가 선생님의 생일을 궁금해하길래 수업시간에 던지듯 말했더니 그걸 마음 속 깊이 기억하고 작은 초코케익과 함께 풍선으로 생일파티를 준비해주었던 고마운 제자들.

  군대에 있으며 보낸 두 번의 내 생일마다 학교로 케익과 꽃다발로 깜짝 이벤트를 해주던 그 당시 남친이자 지금의 남편. 미역국을 못끓여준다며 늘 마음 아파하며 용돈을 보내주시던 부모님. 대학시절 부터 17년간 내 생일마다 선물을 보내는 고마운 단짝친구들.

 생일을 앞두고 매해 감흥없다고 하지만 여태껏 내생일을 챙겨주고 감사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니 가라앉았던 감흥이 하늘로 치솟는다. 생일에 받은 따뜻한 축하고 그 기운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만든게 아닌가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워진다.

 지난 해 보다 누군가를 더 못챙기고 바쁘게 살아온 올해, 그래도 생일이라고 축하문자와 커피 키프티콘을 보내오는 지인들. 바쁜 연휴 시작에 타인을 생각해서 보내는 마음 씀씀이가 눈물나도록 고맙다. ”생일이 뭔데, 생일 뭐 별거 있어.생일은 점점 감흥이 떨어져“라는 말은 어쩌면 “나 생일이야. 축하해줘, 나 아직은 특별해.그래도 생일날은 특별한 날이 되었으면 해” 이런 말을 내포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도 당장 말은 그렇게 내던지지만, 그래도 생일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고 축하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엄마 생일이라는 말에 축하인사보다, 엄마 내생일은 몇 밤 자야해?생일 선물 뭐받지? 라며 눈을 반짝이는 아들을 보며 어릴 적 내 모습을 겹쳐본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건 어쩌면 내 생일에 대한 특별함이 아닐까? 나이가 들며 축하해주는 사람은 줄어들어도, 뻑적지근한 파티는 없어도. 그래서 감흥이 떨어져도. 평소 주인공보다는 엑스트라로 사는 날이 더 많은 우리에게 그 날만큼은 특별한 나로 대우받고 싶은 그 마음.

 나이가 들수록 감흥은 떨어지는 생일이지만. 그래도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메세지를 보내고 마음을 써주는 사람들로 인해 감동은 어릴때보다 더 치솟아 올라 내 마음을 데운다.

 나이들수록 누군가의 생일을 더 챙겨야 할 이유가 생겼다. 삶이 팍팍하고 바쁠 수록 누군가의 생일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라도 그저 “축하해”라는 세상 가장 힘이 세고 따듯한 한마디로 시작하는 거다.

 생일날, 그 작은 손가락 두개의 움직임이 누군가를 지탱하는 힘이 될지도 모를일이니.

 글을 쓴 후 나도 오늘 생일을 맞은 친한 언니에게 바로 축하메세지를 보내야겠다.

 그리고 생일에 대한 감흥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더 찐한 축하 메세지를 날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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