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이며,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나를 투영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으로 심오하고도 깊은 책,
뜻이 있어 퀵하게 읽고자 새해 첫 책으로 골랐으나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으며 읽었다.
나는 데미안과 싱클레어를 동일 인물로 본다.
싱클레어 내면의 세계에 데미안이 있고, 그는 오랜시간에 거쳐 싱클레어의 구원자가 된다.
거짓말의 노예가 된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두려움으로 오한과 구토를 반복하며 괴로움 속에서 발버둥 친다.
그 긴장감이 얼마나 상세히 묘사되었는지 덩달아 나도 바짝 움츠러들었다.
신비로운 그, 데미안이 나타나 크로마가 더 이상 싱클레어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도움을 준다.
나였다면 나를 도와준 데미안과 가까이 지냈을텐데 싱클레어는 왜 거리를 두었을까?
치부를 들켰다는 부끄러움도 있겠거니와 데미안의 종교적 비판적 해석이 싱클레어에게는 불편했을 테다.
나는 이를 싱클레어가 본인의 틀을 깨는 첫 단추에 있어 내면의 거부감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했다.
시간이 지나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라는 여학생을 보고 매료되었고,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그건 다름 아닌 데미안의 형상이었다.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인 기이한 인상, 결국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
싱클레어가 몸의 절반이 갇힌 채 빠져나오려는 맹금의 꿈을 꾸게 되고 그 꿈을 해석하고자 이끌리듯 데미안에게 맹금 그림을 보낸다. 항상 답을 주었던 데미안이기에 자연스레 이끌렸을터.
답을 얻고자 자발적으로 데미안을 찾는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본인의 내면 세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리고는 명대사가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여기까지 내가 또렷히 기억되는 데미안의 줄거리.
이후 싱클레어가 피스토리우스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에바 부인을 사랑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는 여정이 나오지만 나는 앞부분이 가장 인상깊다.
서두에 던졌던 나는 누구인가의 물음은 죽을 때까지 내가 풀어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맞춰 변하는 내가 누구라고 자신있게 정의했다가도 아니게 되고 아니라고 생각했다가도 맞는게 된다.
허나 분명한것은 이 물음은 나 자신만이 답을 낼 수 있다는 것.
내 안의 뜨거움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최근 나는 내 알을 깨어나오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누군가는 그게 왜 어려운지, 왜 지금이어야하는지 이해를 못하기도 말리기도 했지만 나는 그저 솔직하고 싶었다. 알 안에 있는 새가 부단히 노력해 알을 깨어냈겠지만 그 밖에서도 누군가 알을 건드려줬기 때문에 알이 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그런 타이밍이었기에 용기를 냈다.
자신이 한평생 살아온 환경과 그로 인해 굳어진 사고를 깨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천재지변에도 변하지 않는 인간마다의 본연의 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심지가 어떠한 상황에서는 바뀌어야 한다면,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바뀌고 싶다면 그 노력 자체가 성장의 지표 아닐까?
고전은 심오하다.
심오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깊이 사유하게 한다.
그러니 고민이 있을 땐 고전을 찾게 된다. 올해 첫 책으로 아주 잘 선택했구나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