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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y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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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ny Aug 03. 2024

[My All] 꿈과 사랑과 모정

내 딸, 우리 엄마

나는 지금 나의 인생 전부의 어느 선에 서 있는지 모르나 지나간 날을 생각해 보니 별로 후회할 일도 없이 무던히 살아왔다는 자부를 갖는다. 나의 과거를 열심히 살게 해준 원동력은 꿈과 사랑과 모정이라는 세 가지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꿈은 그림과 함께 호흡을 해왔고, 꿈이 아닌 현실로서도 늘 내 마음속에 서식을 해왔다.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해 준 것이 사랑과 모정이었다. - 천경자




29년 간의 나의 이야기를 하노라면 엄마가 빠질 수 없다. 내 기억이 시작되는 그 어릴 적부터 나는 엄마바라기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마에 대한 사랑은 존경과 경외 그리고 안쓰러움에서 나온다. 세자매를 건사했다는 존경, 우리에게 내어준 사랑에 대한 경외,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의 안쓰러움..


누군가가 그러던데, 나는 엄마를 엄마가 아니라 딸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맞다. 나는 엄마한테 딸로서 투정을 부리거나 응석을 피우지 않는다. 엄마 인생에서 나로 인한 일말의 걱정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엄마에게 내가 느끼는 슬펐던, 힘들었던, 이상했던(?) 감정은 토로하지 못한다. 그 역할은 둘째 언니가 잘하고 있기에 나는 그저 귀여운 막내 딸 역할만 톡톡히 하려고 한다. 애교도 많이 피우고, 철 없는 척 엄마에게 웃음을 주고는 한다. 


2024년 5월, 호주에서


24년 5월, 엄마와 둘이 호주 여행을 다녀왔다. 단 둘이 다녀온 이유를 설명하자면 어린 시절 회상이 필요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때 우리는 이사를 나왔다.

엄마의 일 때문에 나는 혼자서 집을 지키는 날이 많았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언니들은 각자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 그래도 주말이면 막내 걱정된다며 항상 집에 와주던 언니들이다. 내 소중한 두 번째, 세 번째 엄마들. 그래서 나는 엄마와 함께 생활한 물리적 시간은 길지 못하다. 내가 기억하는 한 대학교를 졸업하고 상경 전 정읍에서 지냈던 3개월이 엄마와 가장 길게 붙어있었던 시간이니까. 시집 가기 전에 더 붙어있지 왜 벌써 올라가냐며 눈물 훔치던 엄마가 여전히 아른거린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보낸 단 둘의 시간이 길지 못하다. 엄마도 나에게 미안한 지, 이모들과 대화할 때면 어릴 적 집에 혼자 남겨둔 내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가끔 하곤 한다. 나는 괜찮은데... 

음. 엄마의 이런 상흔을 없애주고 싶었다. 엄마가 막내 딸을 떠올릴 때면 미안한 감정이 먼저가 아니라 함께 했던 그 순간,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와의 여행을 항상 마음 속 품고 있다, 언니들의 임신 소식에 추진할 때가 됐다 싶었다. 조카들이 세상에 나오면 더 바빠질 우리 엄마니까.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기억에 남았던, 행복했던? 그 모든 질문의 답은 행복해 하는 엄마를 보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던 나. 



이것 저것 안 가리고 다 잘 먹어줘서 고마워 엄마~ 

다리 아픈데도 씩씩하게 잘 걸어줘서 고마워 엄마~ 

10시간 비행도 재밌게 잘 버텨줘서 고마워 엄마~

불평 없이 딸이랑 사진 찍어줘서 고마워 엄마~ 나랑 좋은 곳 오래도록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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