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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월 Sep 03. 2023

행복한 지구를 만드는 길

[책세상] 지구를 구하는 정치책

자하가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공자는 "두 가지가 핵심인데 하나는 속도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라고 했다. 속히 하려고 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옹호하면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구의 한계는 무시하고 오로지 빠른 성장만을 추구한 대가로 우리는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했다. 1%의 배만 불리고 있는 자본주의는 인간성을 잃어버렸고 정의는 실종됐다. 격차는 확대되고 소수의 이익만을 옹호한 대가로 다수의 삶은 고통받는다. 결국 정치의 문제다. 


지구를 구하는 정치책

<지구를 구하는 정치책>은 홍세화, 고은광순, 조홍섭, 조호제, 이지문 등 시민사회운동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다. '좋은 정치'가 행복한 세상, 행복한 지구를 만든다. 빵 한 조각을 훔친 대가로 19년 노역형을 선고받았던 장발장처럼 생계 때문에 범죄자가 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좋은 정치다. 홍세화는 벌금을 못내 강제노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장발장은행'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의 막장으로 모는 것이 정치인가?'라고 묻는다. 공적 분배 제도를 개선해 가난을 만드는 구조를 뜯어 고치는 것이야말로 행복 사회를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임무다. 


기후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환경전문기자 조홍섭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이대로 내버려두면 인류가 큰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방식의 경제는 이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사회와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우리 삶의 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에 기반하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는 '1인 1표'를 내세워 정치적으로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 엘리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갖는다. 정치학자 이지문은 고대 아테네의 '추첨 민주주의' 방식처럼 '제비뽑기'로 국회의원, 지방의원을 선출하자고 제안한다. 가방끈 길고 돈 많은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국회는 늘상 정치싸움이 끊이지 않는 콜로세움 같다. 


이지문은 "제비뽑기를 한다면 20대 대학생도, 70대 어르신도, 장애가 있는 이도, 외국인 노동자도,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서 일하는 이도,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 사람도, 그리고 주부도, 이렇게 나이도, 성별도, 하는 일도 다 다른 사람들로 의회가 구성되기 때문에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치적 상상력은 '선거'라는 틀에 가두지 말자는 것이다. 반드시 선거가 아니더라도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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