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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월 Dec 05. 2023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면 정치가 아니다"

[서평] 출판기념회 봇물 속 강위원의 『큰 정치의 부활』 주목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것을 보니 선거가 가까워 왔나 보다. 저자의 '글'보다 '입'에 더 주목하는 정치인의 출판기념회에서 책은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깝다. 소모적인 네거티브 공방 일색의 선거판에서 정치인이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의 내용은 충분히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왜 정치를 하고자 하는가?', '제시하는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방법으로 이루려고 하는가?' 정치의 길에 나섰다면 적어도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투표권을 가진 '독자'로서 책  『큰 정치의 부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다.


철학이 '있는정치여야 한다


 『큰 정치의 부활』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강위원 '더광주연구원' 원장이 던진 '출사표'다. 강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세력 교체와 정치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원외단체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공동대표로도 활동중이다. 그는 『큰 정치의 부활』 본문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철학 없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철학 없는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품고 살아온 저로서는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12쪽)



이른바 '세력교체론'의 선두주자로도 꼽히는 저자는 민주화운동의 성과로 일찌감치 '고공비행'했으나 기대에 부응하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 '86세대'와는 달리 "가장 소외된 곳, 가장 낮은 곳, 우리 사회 변방에서부터 미래 사회 모델의 싹을 키우는 집중하기로"(34쪽) 했다. 전남 영광군 묘량면의 '여민동락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람을 복지의 주체이자 생산자로 만드는 '공동체 복지'라는 새로운 유형의 복지 모델을 창안했다. 광주로 활동을 넓힌 강 원장은 주민의 참여로 결정하는 '마을대동회'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실험을 통해 '마을이 정치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실험적 시도와 활동이 축적되면서 강 원장의 소신은 자연스럽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사회론'과 조우하게 된다. 현장에서 공동체 복지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그는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서 기본적인 삶을 누릴 권리가 있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사회론'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유력한 정책수단"(60쪽)이라고 봤다. 이재명의 '기본사회론'과 강위원의 '공동체 복지론'은 '사람 본위 민주주의'라는 교집합을 형성한다.


큰 정치의 부활, 강위원, 2023, 오월숲


세상을 바꾸는 '큰 정치'를 소환하다


자하가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공자는 "두 가지가 핵심인데 하나는 속도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급하면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옹호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계를 무시하고 빠른 성장만을 추구한 속도 경쟁이 기후변화라는 파멸적 생태 위기를 불러왔듯이 정치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의 이익만을 옹호하며 인간성을 상실한 자본주의가 고통스러운 불평등을 야기했듯이 정치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생활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영국의 사회학자 힐러리 웨인라이트가 지적했듯이, 투표를 제외하면 시민은 사실상 '부재' 상태다. 정치가 하층배제적이며 상층편향적인 기형적 구조로 고착화될수록 권력은 소수에게 집중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투표를 통해 선출한 정치적 대리인들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실체적 성과는 '정치적 리더십'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정치적 리더십의 표상으로 DJ의 '큰 정치'를 소환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를 꿈꿨던 DJ는 "모름지기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정치인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살펴야 할 지점"이라며 "그 가르침을 받아 과연 세상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변화와 혁신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지, 거듭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79쪽)고 고백한다.


시민자치의 모델이 될 '대안 도시광주를 꿈꾸며


강 원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반세기가 되는 2030년 안에 광주를 세계적인 '시민자치'의 모범으로 만들자고 역설한다. 촛불혁명을 통해 개화한 시민정치를 일상적인 차원에서 정착시켜 지금까지와는 다른 광주 경영의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른바 '광주 시민 공동 정부' 구상이다.


그는 광주의 30년 미래를 내다보며 '미래도시', '대안도시', '지구도시'로서의 사회대전환을 꿈꾸고 있다. "광주의 광주다움을 살릴 킬러 컨텐츠는 민주주의"라며 "매월 1만명 동 단위의 직접민주총회를 일상화하고 기초의회와 행정복지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재편해 직접민주총회 의결 안건이 의회를 통한 입법, 행정을 통한 집행이 가능하도록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187쪽)고 방안을 제시한다.



"정치를 일상에서 축제로 만드는 힘, 그것이 역사에서 보여준 민초 리더십의 21세기형 실현이자,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시민정치의 완성입니다. 광주는 민주주의 총회로 세계인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가 될 것입니다. (중략) 전 세계에서 광주만이 광주답게 해낼 수 있는 시민정치의 일상화, 시민공동정부의 제도화입니다."(188쪽)



정치인이라면 민주주의 발전의 방향과 미래 동학에 대한 자신만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완결적 구조를 갖춘 완성형의 체계가 아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적응하는 일련의 과정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삶 속에서 시민의 정치 참여를 일상화, 제도화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소명으로서의 정치』로 유명한 사상가 막스 베버는 "이상적 정치가란 자신의 열정을 객관성과 결합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진다"고 했다.      


『큰 정치의 부활』이 선거용 팸플릿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환을 위한 치열한 모색과 토론의 제안서로 읽혔으면 좋겠다.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건강한 공론장이야말로 '소명'이 있는 정치인을 키우는 인큐베이터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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