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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월 Jun 01. 2023

'노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속한다

[책동네] 시몬 드 보봐르의 책 <노년>을 읽고


일찍이 시몬 드 보봐르는 '노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속하는 문제이며, '노인의 문제'가 곧 '청년의 문제'임을 간파했다. 


보봐르는 1970년에 <노년>이라는 책을 쓰면서 노년의 문제에 대한 생물학적, 인류학적, 정치경제적, 문화적 접근을 통해 "노인의 위치는 자신이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이 책에서 "노쇠가 시작되는 나이는 언제나 그 사람이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다르다"고 역설했다. 노역에 시달리는 광부는 50세부터 벌써 '노쇠'하지만 특혜받은 계급의 이들은 80세에도 활력이 넘친다. 보봐르는 노동자의 사양길은 더 빨리 시작되며 착취당한 사람들이 늙으면 빈곤과 고독을 겪는다고 보았다. 


또한 "우리 사회의 노인 정책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가 대부분의 청년기와 장년기의 인간에게 하는 대우"라며 "우리 사회는 그들의 말년의 몫인 훼손된 비참한 조건을 미리부터 만들고 있다. 노쇠가 때이르게 시작되고 빨리 진전되며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고 정신적으로 끔찍한 것은 사회의 잘못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빈곤으로 노년에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노인에 대한 처방책은 가소로운 것들"이라며 "어떤 처방책도 일생동안 희생물로 만들어 온 체계적인 파괴를 씻어줄 수 없고 건강을 되돌려줄 수 없고 양로원을 짓는다해도 삶의 의미를 만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인 관련 정책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 늙으면 누구나 노인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봐르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한 인간이 노년에도 인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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