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 엄마 Sep 20. 2023

요구르트 아줌마

1월이 되면 아가들 사진을 펼쳐놓고 예쁜 사진을 고르느라 행복했다. 뽀와 뿌 사진으로 탁상달력을 만들어 1년간 사무실에 두고 일정을 기록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예쁜 아가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해가 바뀌자마자 뽀가 아픈 바람에 달력을 만들 수가 없었다.

1년 치 달력을 만들었다가 뽀 수술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남은 기간 동안 달력을 보며 눈물바람으로 지새울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수술 이후에도 회복에 신경을 쓰다 보니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내년에는 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달력을 만들 용기가 날까?



생각해 보니 그 흔한 생일파티 한번 못해줬다. 올해는 뽀 생일이 다가오기 전에 풍선을 미리 준비했다.

뽀와 뿌는 엄마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상한 것에 바람을 넣어 뻥뻥 터트려가면서 벽에 무언가를 왜 붙이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간간이 나오는 닭가슴살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간식으로 꼬셔가면서 고깔모자를 씌우고 소중한 오늘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뿌는 기어이 발로 긁어서 고깔모자를 벗어 버리고, 둘이 별로 안 친한 듯 멀리 떨어져 앉는다.ㅋ

사실 이것은 나를 위한 이벤트다. 뽀와 뿌가 떠나고 나면 생일파티 한번 안 해준 내가 원망스럽고 후회될까 봐 생일 풍선을 불어 보는 것이다.

아들은 "사람 생일도 이렇게 안 해주면서 강아지 생일파티는 해줘요?" 라며 철없는 질투를 한다.



요즘은 발가락이 아파서 유모차로 산책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산책을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아가들을 앞쪽에 태우고 산책 시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세발자전거를 샀다.

뽀와 뿌가 처음 보는 낯선 물건에 어색해 하면서 자전거 타기를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신나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신기하다, 이층이네, 쌍둥이네, 귀여워라..' 한마디 씩 건넨다.



뿌는 백내장이 있어서 1년 전부터 하루에 두 번씩 안약을 넣고 있다. 자외선을 직접 받으면 백내장이 심해지므로 낮에 산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챙모자를 씌웠더니 아이들이 요구르트 아줌마가 되었다.

뿌는 저녁식사 직후라 배가 뽈록하다. 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