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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Oct 11. 2023

바람 난 아가

그동안 산책에 소홀했었다. 

뽀와 뿌도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안 나가도 괜찮은 정도로만 즐기는 편이었다. 

너무 더운 한여름과 너무 추운 한겨울은 한 달씩이나 산책을 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뽀의 시한부 선고로 급해진 마음은 웬만큼의 날씨도 우리의 산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하게 되었고 바깥세상을 보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는 일상이 되었다.   

폭우로 산책 나가기가 힘든 날은 거실에서 뽀를 안아 올려 창문을 열고 바깥 냄새를 맡으며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뽀는 떨어지는 물보라를 얼굴에 맞으며 차가운 빗방울을 느껴본다. 


바람이 선선한 요즘은 거실 창문을 통하여 강아지 냄새가 나는지 자주 창문 앞으로 달려 나가 "멍멍" 짖으며 창너머 바깥세상을 구경한다. 



저녁식사를 마친 뽀는 유모차가 있는 현관 앞에 가서 앉는다. 

"음음" (빨리 나가자)

나는 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빨리 유모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자고 시위를 하는 것이다. 

"뽀~ 엄마 밥도 안 먹었는데, 좀만 기다려~"

"음음" (빨리 나가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지만 서둘러 몇 술 뜨고 산책 준비를 한다. 

아무래도 우리 뽀가 바깥세상에 바람이 난 것 같다. ㅋ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비가 잔잔히 내리던 날 여름동안 길렀던 텃밭을 정리하고 테라스를 청소했다. 

장마와 폭우가 거쳐 간 테라스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엉망이었으나 찬바람이 불면 청소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기에 서둘러 부지런을 떨었다. 

비가 그치고 깨끗한 테라스에서 아이들이 올만에 뛰어놀아 본다. 



내친김에 몇 년 묵혔던 텐트도 꺼내 보았다. 

텐트 속에서 사과와 간식을 먹으며 뽀를 품에 안고 낮잠도 자 본다. 

그래도 뽀는 울타리 밖 바깥세상이 더 좋은가 보다. 

그래~ 뽀~ 또 나가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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