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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Nov 03. 2023

아이~ 눈 부셔~

바라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리집 막둥이다.


여름 끝자락에 몇 년간 타지 않던 자전거를 중고마켓에 팔아달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타보자며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보았으나, 목디스크가 있는 뿌는 빠른 스피드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그래, 역시 팔아야겠다."(팔고 더 편한 자전거를 사야겠다.) 나의 말 끝에

남편은 "그래도 없으면 아쉬우니까 좀 놔둬봐요. 파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라고 한다.

 


아픈 발가락 때문에 더 이상 유모차로 산책이 불가능한 나는 세발자전거를 알아보았다.

국내산 세발자전거는 뒷바퀴 위에 바구니가 있어서 산책 시 자전거를 타면서 아가들을 볼 수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앞바퀴 위에 바구니가 있는 역삼륜 자전거를 찾아보니 made in china가 눈에 들어왔다.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2~3주간의 고민 끝에 남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사고 싶다고 했다. 

"조잡한 중국산 사서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도 못하고 돈만 날려요~"(나는 반대요~) 라고 한다.

그러나 이 자전거 외에는 달리 산책시킬 방법이 없던 나는 남편에게 욕먹을 각오를 하면서 주문을 했다.


해외배송이라 산 넘고 물 건너 3주 만에 자전거가 집으로 다.

남편 말처럼 조잡하면 또 한소리 듣겠단 걱정을 하면서 남편 퇴근 전에 혼자 열심히 조립다.

그런데 자전거는 기대 이상으로 예뻤다.



뽀는 엎드려 산책을 하기 때문에 바구니 앞쪽 나무판은 떼어 내고 유모차 캐리어를 얹었더니 안성맞춤이다.

반대하던 남편도 실물을 보고는 싫지 않은 눈치다.

나보다 더 먼저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본다. ㅋㅋ


남편의 성격은 항상 느긋하다.

저녁식사 후 산책 갈 준비를 하자고 하면 "10분만 있다가요." 라며 굼뜬다.

성격 급한 나는 '차라리 혼자 가는 게 속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 외투를 입히고 목줄을 하고 담요까지 챙겨서 자전거에 태우면, 내가 옷 입으러 간 사이에 남편이 먼저 자전거에 올라타 있다.

뭐지~ ㅋㅋ

 


한 달 동안 세발자전거로 산책을 해보니 뽀 눈높이가 너무 낮아 구경하기에 충분한 시야 확보가 안된다.

고민하던 중 잘 사용하지 않던 강아지 3단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 커버를 벗기고 스펀지 아랫부분을 카터칼로 슬근슬근 잘라내어, 캐리어 아래에 넣었더니 사이즈가 맞춘 듯이 딱 맞다.

이 모습을 본 남편이 "보기 싫어요~ 지저분해서 자전거를 어떻게 타라고~" 한다.

"왜요? 쪽 팔려요?"

"쪽 팔리지~"

지금 우리 뽀 조망권이 보장이 안되는데 그깟 쪽 팔림이 문제란 말인가?

나는 남편의 말을 쌩깠다.

'흥. 칫. 뽕. 뽀 눈높이가 높아져서 좋기만 하구만~'


다음날 퇴근 후 집에 오니 자전거를 탄 흔적이 보였다.

"자전거 탔어요?"

"네~"

"안 쪽팔렸어요?"

"쪽 팔려서 조금만 탔어요~"

ㅋㅋㅋㅋ


이후로도 남편은 쪽 팔림을 무릅쓰고 여전히 세발자전거를 독차지하고 있다.

자전거를 뺏긴 나는 중고마켓에 팔려고 했던 두 발 자전거를 다시 타고, 우리 넷은 저녁마다 커플 자전거로 산책을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조카는 작년에 중앙대 약대와 부산대 약대에 동시 합격하였으나 경제적 효도 차원에서 부산대 약대 6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올해 입학 했다.

추석에 친정에서 조카가 1학기 장학금을 또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집 문제적 청년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보며 말한다.

"이번 생은 망했어요."

약대 다니는 조카 열보다 나는 너 하나가 더 좋다고 말해 왔었으나, 이번에는 능글맞은 아들이 좀 얄미워졌다.

"우리 다음 생은 서로 만나지 말자.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자."

"아뇨. 난 다음 생은 엄마집 강아지로 태어날거예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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