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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Nov 08. 2023

엄마 돈 벌어올게~

새벽 5시면 뽀가 일어나 물을 마시고 쉬를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음음"(만져주세요.)

잠결에 뽀 등과 배를 어루만져 준다.

"이쁜이 쉬하고 왔어~"

얼굴을 쓰다듬고 배에 뽀뽀를 한다.

하지만 밀려오는 잠을 물리칠 수가 없어 이내 손이 멈추고 만다.

"음음"(더 만져주세요.)

"뽀~ 아직 밤이야. 좀만 더 자자~"

다시 손을 움직여보지만 잠을 이길 수는 없다.

뽀는 캄캄한 방 안에서 잠시 앉았다가 발을 빨고, 꼬물꼬물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나의 옆구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쌔근쌔근 잠이 든다.



눈 뜨자마자 유모차부터 찾는다.

뽀를 유모차에 앉히고 나는 높이를 맞춰 마사지를 시작한다.

"고객님 또 오셨습니까~

우리 단골손님, 마사지를 합시다~

쓱싹쓱싹 눈마사지를 하구요~ 입마사지를 하구요~

귀마사지도 하구요~ 쓱싹쓱싹 쓱싹쓱싹~"

나는 음조를 넣어 노래도 아닌 것을 흥얼거리며 눈과 코 주위, 미간과 이마, 귀를 구석구석 만져주면 우리 뽀는 눈이 슬슬 감기면서 고개를 떨군다. 기분 좋다는 표현이다.

다음으로 목덜미와 어깨를 만져주고 손을 잡고 뽀뽀를 하면 아침 마사지가 마무리된다.

바쁜 아침시간을 쪼개어 우리는 이렇게 잠시나마 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출근 준비를 마친 후 뽀를 소파에 앉히고 마주앉아 머리를 쓰다듬는다.

"뽀 엄마 가서 돈 벌어올게~ 우리 뽀 집에서 예쁘게 놀고 잘 자고 있어요~

아무도 문 열어 주지 말고,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마시구요~"

뽀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싶다는 듯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엄마 그러면 뽀가 알아 들어요?" 아들이 옆에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거든다.

우리는 아침마다 이렇게 슬픈 이별식을 치른다.

아~ 마음 같아서는 주머니에 넣어 가고 싶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뽀를 다시 안아 볼에 뽀뽀를 한다.

"뽀~ 엄마가 사랑해~ 아프지 말고 잘 놀고 있어야 해~

엄마 칼퇴근 하고 총알같이 날아올게~"

나의 출근길은 아침마다 이렇게 애절하다.


그제서야 옆에 있던 뿌를 본다.

"뿌~ 네가 형아니까 뽀랑 잘 놀고 있어야 해~

문단속 잘하고 집 잘 보고 있어~ 엄마 빨리 올게~"



아들이 네 살 때 처음으로 미술학원에 보냈었다.

빠듯한 살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고 직장을 구하기 전에 아들을 떼어내는 연습을 한 것이다.

아들은 아침마다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학원선생님께 안겨서 팔다리를 뻗치고 울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뒤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집으로 돌아왔었다.  


25년이 흐른 지금에도 나는 여전히 먹고살기 위해 아침마다 뽀를 떼어내야 한다.

뽀와 뿌가 내 곁에 있어서 너무 행복한 요즘이지만, 이 행복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매일이 아쉽고 소중하다.

1년이라도 휴직하고 우리 뽀와 뒹굴고 자고 산책하면서 놀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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