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야근과 승진에 대한 스트레스에 짓 눌려 내 몸은 언제나 혹사 당했다.
수 없이 많은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요요와 함께 10년 간 꾸준히 10kg가 늘었다.
운동도 원푸드도 저탄고지도 해봤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빠른 감량을 위해서는 칼로리 다이어트만 한 것이 없었다. 즉 안 먹으면 빠진다.
그러나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니 칼로리 다이어트도 효과가 미미해졌다.
적은 감량과 더불어 억지로 참았던 식욕이, 입맛이 터지는 순간 폭발적인 섭취는 감당하기가 어려웠고 더 많은 요요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았다. 3kg를 빼면 5kg가 쪘다.
나의 뇌는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이 상실된 게 아닐지 의심까지 들었다.
증가한 몸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관절이 차례차례 고장 나기 시작했다.
허리도 무릎도 발도 아파왔으므로 이제는 살기 위해서는 빼야 했다.
또한 면역 기능이 떨어졌는지 잦은 병치레와 피로로 인해, 휴일이면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떨어질 수가 없다.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절박해졌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던 나는 추석 연휴 6일을 이용해서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복잡하면 실현가능성이 낮으므로 실천 가능한 기준을 가급적 간략하게 정하고, 어떠한 어려움이 오더라도 2주간은 무조건 해보기로 다짐했다.
- 하루 3~4잔 마시던 믹스커피를 끊는다.
- 점심은 12시에, 저녁식사는 5~6시에 마친다.
- 아침은 굶는다.(공복 18시간 유지, 물 외는 섭취 금지)
- 과자, 음료수, 밀(쌀)가루 식품(빵, 떡, 라면, 국수 등)은 가급적 자제하나 너무 참지는 않는다.
- 운동은 산책 위주로 가볍게 한다.
참고했던 몇몇 유튜브 동영상은 내 몸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 박용우의 스위치 온
-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 조승우 한약사
- 김주환 교수 등
< 간헐적 단식 2주간의 변화>
1. 커피를 끊은 후 금단현상이 일어났다.
1주일 가량은 눈을 뜨고 있어도 기운이 없어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나는 내가 좀비가 된 줄 알았다. ㅋㅋ
남편은 몇일째 잠만 자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안절부절 못했다.
2주일이 지나니 커피를 안 마셔도 정신이 또렸해 졌다.
하지만 아직도 달콤한 믹스커피의 맛을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2. 배가 고파서 새벽에 깬다.
항상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고 찾아오는 식곤증을 반기며 따뜻한 배를 끌어안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맞아 초저녁잠을 잔 후 야식과 함께 밤잠도 포근하게 잤다.
저녁밥을 적당히 먹고 6시부터 공복을 유지하니 잠 자기 전에 배가 고파왔다. 억지로 선잠이 들더라도 배가 고파서 새벽에 자꾸 깬다. 배고픈 것은 참을 만 한데 재면이 안 되는 고통은 크다.
3. 배고픈 통증과 식욕이 줄었다.
나에게 배고픔은 고통에 가까운 통증이었다.
속이 미식거리고 울렁거리고 뜨거운 무언가가 활활 타면서 위벽을 긁어내는 기분이었다. 이럴 때 따뜻한 음식이 들어가면 편안해진다. 또한 식사시간이 지나면 식욕이 솟구쳐서 배가 불러도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간헐적 단식 이후 긴 공복시간으로 인해 위가 줄어서인지 배고픔이 고통스럽지 않고 견딜만해졌다.(물론 9월 한 달 한의원에서 치료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미친 듯이 먹던 식욕도 참을만한 정도로 바뀌어서 야식과도 이별했다.
4. 이중턱이 개선되었다.
공복 18시간을 유지할수록 살이 쑥쑥 내려앉는 것이 매일 아침 거울에 비쳐졌다. 허리선과 얼굴 윤곽선이 살아나고 몸이 가벼워졌으며 앉고 일어나기가 편해졌다.
이제 다리도 편안하게 꼬을 수 있다. ㅋㅋㅋ
5. 피부 알러지약 복용 횟수가 줄였다.
이상하다. 가렵지가 않다. 나를 괴롭히던 가려움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20년 동안 1~2일에 한 번씩 먹던 원인불명 피부 알러지약을 일주일에 1번 정도 먹게 되었다. 아마도 내 몸에 쌓였던 독소가 공복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오토파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6. 1kg 증량
한꺼번에 5kg가 빠지니 너무 기운이 없어서 고기를 좀 잘 챙겨 먹었더니 1kg가 증가하였다.
내 몸은 참으로 정직하다.
역시 간헐적 다이어트도 마음껏 너무 잘 먹으면 안 된다.ㅋㅋ
아직은 이별해야 할 지방들이 너무 충분하다. 앞으로 나머지 5kg를 더 빼서 예쁜 옷을 입는 것이 목표다.
출근 안 하는 주말은 저녁식사 시간을 더 당겨서 공복시간을 늘리면 감량에 도움이 될 것이다.
60대 이후는 간헐적 단식을 권장하지 않는다 하니, 50대에 목표량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식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내 몸 속을 좋은 음식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