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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 엄마 Nov 01. 2023

김장 연습하다 살림 거덜나다.

추석에 친정 엄마는 "올해부터는 김장 안 한다"라고 선언을 하시면서 고춧가루를 나눠주셨다.

시어머니께 1통, 친정 엄마에게 1통씩 김장을 얻어먹던 나는 당장 올해부터가 고민이다.

그동안 서너 번의 김치를 담가보았으나 매번 쓴 맛이 나서 한 번도 먹지 못하고 모조리 버린 전력이 있다.

한꺼번에 김장을 시도했다가 또 쓴맛이 나서 버리게 되면 속 상할 테니, 미리 김장 연습을 해 보기로 했다.


내 사랑 유튜브에서 수십 개의 김치 담그는 법을 보면서 독파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면 볼수록 왜 이리 필요한 재료들이 많은지, 듣도 보도 못한 재료들이 나온다.

멸치액젓, 멸치진젓을 사고 나니 까나리액젓과 참치액젓도 있어야 한단다. 도대체 이 많은 액젓이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무김치를 오랫동안 아삭아삭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뉴슈가가 필요하단다.

열무김치를 맛있게 하기 위해서는 산초가루도 있어야 하고, 열무 물김치의 달짝지근한 맛을 위해서는 설탕이 아닌 원당이 좋단다.

일주일 만에 한 번 돌아오는 주말에 김치 연습을 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주문해 본다.


참, 스텐 대야와 바구니도 있어야겠다.

어느 정도의 크기로 사야 할지 고민하다가 김장김치 20kg를 위해 미리 큰 놈으로 주문했다.

나중에 쪽파 1kg를 씻고 담기에는 대야도 바구니도 너무 커서 중간 놈과 작은 놈으로 하나씩 더 샀다.


역시 내 사랑 쿠팡에서 검색을 하니 절인 배추와 김치 양념까지 다 나왔다.

절인 배추 3kg와 어떤 양념이 맛있는지 모르니 두 곳의 양념을 주문해 보았다.

욕심을 내어  얼갈이배추 4kg, 열무 4kg, 쪽파 1kg를 함께 주문했다.

1주 차 연습 목록은 배추김치, 얼갈이 김치, 열무김치, 열무 물김치, 파김치이다. 처음부터 욕심이 많다.


절인 배추와 주문한 양념으로 김치를 담그니 일도 아니다.

두 곳의 양념 중 경기도 양념보다는 김해 양념이 같은 경상도권이라 내 입맛에는 더 맞았다. 하지만 이 양념은 빠른 품절로 더 이상 구매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김장 연습이니 수육도 뜨끈하게 삶아서 김장 분위기를 내어 본다.



2주 차 연습을 위하여 알타리 절인무 5kg, 쪽파 1kg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양념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건고추, 사과, 배, 마늘, 생강 등 그동안 사보지 못한 재료들을 사기 시작했다.

찹쌀가루 풀을 만들고, 여러 유튜브 동영상를 보면서 나름대로 경상도 입맛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 보았다.


알타리무에 뉴슈가를 넣었더니 아삭아삭하게 맛 있었다.

파김치를 담을 때는 파의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해서 미리 물에 20~30분간 담가서 물기를 뺀 후, 멸치액젓이 아닌 멸치진젓을 사용했더니 경상도 입맛인 나에게는 제격이었다.

1주 차에 담았던 열무김치와 열무 물김치를 꺼내 맛을 보니 쓴맛이 났다. 열무는 구매한 양념을 사용했으므로 양념의 문제는 아닐 것이고 절이는 과정의 문제일 것이나 뭐가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눈물을 머금고 밍숭밍숭한 맛의 얼갈이 김치와 열무김치를 전부 버리면서 연습 중이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아까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2주까지 김치를 담아보니 도마가 너무 작아 야채들이 자꾸 밖으로 도망을 간다.

그동안 배추나 무를 썰 일이 별로 없던 주부에게는 작은 도마 하나가 전부였다.

편백나무 도마를 하나 샀더니 너무 크고 무거웠으나 예뻐서 반품 할 수가 없다. 다시 중간 도마 하나를 더 주문했다.


3주 차 연습을 위하여 절인 배추가 아닌 과감하게 생 배추 2통과 쪽파 1kg와 열무김치 재도전을 위하여 열무 2.5kg를 주문했다.

엄마가 시골에서 무를 한 박스 동생 편으로 보내주셨다. 요거는 동치미를 담을 예정이다.

배추를 절이는 동안 우리 뽀가 열심히 지켜준다. 우리 뽀는 엄마 힘들까 봐 옆에서 응원도 해 주는 효자 녀석이다. ㅋㅋ



오 마이 갓~

배추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는 육수를 끓여야 한단다.

북어머리, 디포리, 다시 멸치, 건새우 등이 필요하다. 나는 또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한다. ㅋㅋ


그러다 보니 김치냉장고가 부족하다. 15년 전에 산 김치냉장고에 더 이상 김치를 넣을 공간이 없다.

400L 김치냉장고를 하나 더 사서 기존 김치냉장고와 2개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하나 더 놓을 공간이 없다.

또 눈물을 머금고 정 든 15년차 김치냉장고와 이별을 하고 500L 큰 김치냉장고를 사기로 결정했다.

김치냉장고 디자인을 정하고 온갖 쇼핑몰을 다 뒤져서 가장 싸고 무이자 할부가 가장 긴 곳을 골라 15개월 무이자 할부로 주문했다. 아~ 김장 준비하느라 살림이 거들 나게 생겼다.



나는 김치에 무채가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무채는 썰지 않았다. 대신 김치의 시원한 맛을 위해 청각과 쪽파를 넣었다. 깊은 맛을 위해서는 멸치액젓 1/3과 멸치진젓 2/3를 섞었다.

남편에게 김치에 굴을 넣을까 물었더니 "굴은 익혀먹어야 안전하다. 굴국으로 끓여 먹자."라고 해서 굴을 빼고 담았다.

배추김치를 먹어 본 남편은 "굴이 들어가면 참 맛있겠네~"라는 말에 '왜 일을 두 번 시키지?' 속으로 투덜대며 눈을 흘겨 보았으나, 먹고 싶다는데 어차피 있는 굴이니 다시 김치를 헤집고 굴을 넣었다.

시원한 맛과 함께 풍미가 확~ 살아나는 것이 신의 한 수다.

"우와~ 맛있다~" 이 한마디에 쌓였던 피로가 다 가신다.


비닐봉지에 이것저것 담아서 동생에게 전해주고 맛 평가를 해보라고 했다.

다 믿을 순 없지만 맛있단다. ㅋ



3주에 걸쳐 김장 연습을 했더니 새로 산 김치냉장고가 한가득이다. 이 정도면 김장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ㅋ

돌아오는 주말에는 각종 김치를 싸서 시댁에 갈 것이다.

그동안 얻어먹은 김치를 이렇게나마 보답하면서 "어머니~ 올해는 김장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당당하게 한마디 던지고 올 예정이다. ㅋㅋ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남편은 주전부리가 많이 필요하다. 요즘은 검정깨강정, 들깨강정을 종종 먹는다.

남편에게 "유튜브 보면서 강정을 좀 만들어 줄까?" 했더니,

"아니, 또 도구 사고 하면 돈이 더 든다. 그냥 강정 사먹자." 라고 한다. ㅋ

나는 이제 재미가 들었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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