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주 방어전_(4) 마을 주민 대피
새벽 안개가 아직 산허리를 감싸고 있을 때, 실직 북부의 고을에는 비상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번 짧고, 한 번 길게’—
그것은 침입 대비를 의미하는 신호였고, 마을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머릿속에 외워둔 행동 수칙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의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산그늘 아래 좁은 길로— 서둘러요!”
“내성으로 가야 안전합니다!”
아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마을 아이들과 노인들을 이끌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숲속 동물 무리를 이끄는 어미처럼 움직였다. 노파의 등을 붙들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으며, 수풀의 가장자리로 사람들을 유도했다. 그녀의 눈은 사람이 아니라 바람과 길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사부는 말 위에서 마을 전경을 훑어보았다.
그의 옷자락은 새벽 이슬에 젖어 있었고, 잠 한숨 못 잔 그였으나, 눈동자는 타오르는 등불 같았다. 병사 몇 명을 나눠 집집마다 마지막 확인을 지시한 뒤, 그는 직접 물동이를 메고 나르는 농부에게 다가가 말했다.
“짐은 버리십시오. 지금은 사람이 먼저입니다.”
농부는 땅에 내려놓은 가마니를 보며 망설였으나, 이사부의 눈을 보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던졌다. 그 모습은 곧 다른 이들에게도 번졌고, 마을은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되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