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센스가 뛰어나신 분

(박달 소설집)

by 박달





"아! 정말 죄송해요. 저희 반이 문제네요. 문제에요... "



박XX 선생님이 약간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학폭 신고 서류를 넘기면서 건네는 인사였다. 벌써 세 번째였다. 그 학급에서 학생들끼리 싸운 일로 학폭사안으로 접수된 것이 말이다. 1차, 2차 두 사건 모두 담임 교사가 신고했던 사안이었고, 양측 학부모가 왜 학폭으로 접수가 됐는지 모른다하는 특이한 사안이었다. 피해 학부모님이 '애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그걸 뭘 학폭까지 갑니까' 라고 내게 되물어서 학폭 담당 교사로 민망하게 생각이 들었던 사안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정도의 사안이었다.


나와 같은 업무를 맡은 과학과 김민수 선생님도,


"아니 저 양반, 곧 교감되실 분이야. 근데, 왜 이런 사안을 무조건 학폭으로 신고하는 이유가 뭐야?? 진짜 이해가 안 간다."


나와 딱 똑같은 생각을 하셨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학폭을 그냥 없었던 일로 한다거나 귀찮아서 하기 싫다는 방향의 말이 아니다. 학교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다툰다. 그렇다고 그 다툼 모두를 학폭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다. 학폭으로 진행되면 두 학생 간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렵게 망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은 싸움의 원인도 극히 사소하고, 그들 스스로도 곧바로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하고 용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면 학폭으로 조사하는 것이 맞다.



근데, 위의 이 선생님은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단 신고를 했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양측 학생을 불러다 이야기 해보면, '저희끼리는 이미 다 풀었어요. 왜 학폭을 해요?' 하고 황당해한다.

당연히 앞선 두 사건 모두, 교육청 학폭위로 보내지 않고 학교장 종결로 처리되었다.



그리곤 또, 오늘 세 번째 사건을 전달한 것이었다.


접수 됐으니 조사를 해보자 하며 불러서 이야기 해봤는데, 역시나였다. 지난 사건들처럼 학생들 모두 학폭이 아니라고 했다. 양측 학부모와 통화를 했다. 학부모의 의견도 같았다. 학폭 안 하면 안 되느냐는 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박XX 선생이 신입 교사에게 조언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뭐 그리 고민을 하고 그래. 처음부터 그냥 원칙대로 신고해버려. 그래야 학부모가 말을 잘 들어. 교직 센스가 있어야지. 그냥 사소하다 싶어도 봐주고 그러면 말 안 듣거든? 그냥 사소해도 죄다 신고하고 그러면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나 찍소리 못해. 1년이 편한 거야. 알았지? 교직에는 센스가 필요해!"


...... 교직 센스가 대단하신 분이다.


그러한 교직 센스가 뛰어나신 교사 덕분에 학생들과 학부모는 필요 이상의 고민과 걱정을 하며 학폭 진행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되었고, 학폭 사안 담당 교사는 수업준비보다 더더욱 중요한 학폭조사를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었다. 교직 센스가 놀라우시다.

매거진의 이전글롱롱타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