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롱타이어

(박달 소설집)

by 박달


“얼마에 하셨었나요? 저희는 속일 수가 없어요. 흐흐흐.”


센터 특유의 작업복에 살찐 얼굴을 갖고 있는 그가 신뢰라곤 느낄 수 없는 미소를 흘리며 나에게 물어왔다.

어제 장착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내 차의 타이어가 터졌다. 그래서 타이어 회사에 A/S를 문의하니까 이곳 <롱롱타이어>라는 업체를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오게 된 타이어 전문의 카센터였다. 오늘은 봄비가 흩날리듯 내리는 통에 운전이 쉽지는 않았다. 무슨 분무기로 뿌리듯 비가 내리니까, 사이드미러에 하얀 분무가 잔뜩 뿌려지니 후미가 영 보이지 않았다. 잘 안 보이는 걸 억지로 겨우겨우 이곳에 도착했다.


내 차가 주황색으로 꾸며진 롱롱타이어 카센터 건물에 진입하니, 카센터 바깥쪽에서 일하던 회갈색 작업복의 남자가 무슨 일로 오셨냐는 식으로 눈짓만 한다. 인사를 하거나, 뭘 도와드릴까요? 혹은 무슨 고장이세요? 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 같았는데, 눈짓으로 말을 걸어오는 건 또 의외의 인사법이다.


봄비가 여전히 분무처럼 내리는 건 맞아도 되겠다 싶어 차에서 그냥 내렸다. 그러곤 그 눈짓으로 인사하는 남자에게,


"XX 타이어에 전화했었어요. 아마 예약이 된 것으로 아는데요?"


대뜸 안으로 들어가 보란다. 안쪽 사무실에서는 두 명의 직원이 어딘가에서 사 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그 눈짓의 남자가 나를 따라 들어가면서 XX에서 뭔 전화 받은 것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건 내일 온다고 말씀드렸다면서 도시락을 먹던 이가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그 둘 중의 하나인 파란 작업복을 입은 살찐 얼굴의 그가 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더 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것 XX쪽에서 잘못 전달한 것 같은데요. 내일 온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미안하다는 투는 있는데, 표정은 미안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니가 잘못 왔잖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에 더 가까웠다.


근데, 나는 어떤 물건을 예약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XX타이어 업체가 내 차량의 펑크난 타이어의 예비 타이어를 미리 주문해 두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미리 준비를 해야하는 고급 타이어도 아니었다. 또 우리나라의 타이어 관련 서비스가 그렇게 미리미리 챙겨주는 것도 아니기에, 이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건 아닌 것 같고, 뒷타이어 펑크 때문에 왔습니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자, 그 살찐 얼굴의 남자가 이제야 알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아~아! 뒷타이어 펑크 사용할 수 있나 확인 요청하는 전화 왔었어요. 그 분이시네."


이제는 내가 아닌 내 뒤의 눈짓 인사의 남자에게 말했다. 눈짓 남자는 별 대답도 없이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아무래도 내 차로 가는 것 같아서 나도 덩달아 따라 나왔다.


눈짓 남자는 별다른 표정도 없이 내 차에 그냥 올라탔다. 아무래도 내 차를 자기들 작업하기 좋은 위치로 옮기려는 것 같았다. 내가 차 열쇠를 꺼내 주니까 그제야 내 차에 열쇠가 없다는 걸 알았는지, 받아 든다. 이것도 사실. 차 옮기겠다. 열쇠는 안에 있느냐고 내게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눈짓 남자는 차 열쇠를 넣자마자, 바로 확 돌리더니 시동을 켰다. 이 점도 영 개운치 않았다. 디젤 차량은 코일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라도 시간을 두고 엔진을 켜야 한다고 수없이 들어와서 나도 꼬박꼬박 그렇게 하는데. 이 사람은 그냥 단번에 돌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눈짓 남자가 차를 뒤로 살짝 빼더니, 리프트 기계 쪽으로 차를 넣었다. 차를 들어올려야 작업하기 편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근데 내 차를 좀 과하게 위로 올리는 것 같았다. 아마 차량 하단부에 펑크 난 타이어를 넣어뒀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내가 그래서,


"펑크 난 타이어 찾으시는 거에요? 그거 트렁크에 그냥 있어요!"


내가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별 대답도 없이 차를 다시 내렸다. 그러곤 트렁크를 열어 타이어를 꺼냈다. 내 차량은 구형 SUV라 트렁크 안쪽에 스페어 타이어가 있지 않고 차량 하부 바닥에 붙어있었다. 그렇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뭘 묻던가 해야 대답을 하던가 하지. 참 묘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트렁크 쪽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잡더니, 바로 옆에 서 있는 나한테 또 눈짓을 보낸다. 비키라는 눈빛.

내가 옆으로 피하니 타이어를 내려놓는다. 타이어를 내리니 그제야 아까 사무실에서 밥 먹던 그 얼굴 살찐이가 나오면서 타이어를 살핀다. 아무래도 이 눈짓보다는 얼굴 살찐이가 더 기술자인 모양이었다. 나이로 봐선 눈짓이 더 들어 보이긴 했는데, 신참에 더 가까운 모양이었다. 셋 중에서 제일 쉬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말이다.


그 얼굴 살찐이가 분무기로 비눗물을 뿌리면서 타이어 펑크 부위를 찾으려 했다. 근데, 이 사람이 영- 찾질 못했다. 내가 이쪽 어디인 것 같다고 얘길 해줘도 잘 못 찾았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찾아서는 여기요! 여기! 이렇게 말하니 그제야 알았다는 식으로 여기네. 여기야. 이런다.


그리곤 어디서 드라이버인지, 송곳인지로 그 구멍 부위에 꽂아선 막 쑤신다. 그리곤 최대한 벌어지게 타이어 구멍을 넓히더니,


"흐흐흐 이건 못 써요. 완전 찢어져서 못 써요. 막 요래 작은 못 같은 거 박힌거면, 그냥 콕 박아버리면 되는데, 이건 못해요. 못 써요."


내 희망을 밟아버린다. 이 타이어는 구매해서 장착한 지 한 달도 안 된 거의 새 타이어였다. 장거리를 간 적도 없으니, 정말 새것에 가까운 타이어였는데. 정말 아까웠다. A/S를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이런 얘길 들으니 정말 아쉽고 아까웠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지금 장착해 둔 스페어 타이어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바꿔야 했다. 새것으로 장착해야 했다. 그래서 그에게 새것으로 달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가 웃으며 사무실로 따라오란다. 그렇게 오라고 하곤 내게 물은 말이 그것이었다. 저 타이어 장착할 때, 얼마에 하셨냐는 물음이었다.


"저것 두 개를 인터넷에서 19만 원 정도인가. 20만 원인가. 준 것 같아요."


내 대답에 그 특유의 웃음을 던지던 얼굴 살찐 남자는 경악했다.


"아니, 두 개에 20만 원, 19만 원이요? 아니, 이게 공장도가 있어요. 저희가 속일 수가 없어요. 저희는 이게 딱! 정해져 있어서 속일 수가 없거든요. 진짜 속일 수가 없어요."


타이어 가격표를 보여준다. 타이어 가격표를 보니, 내가 쓰던 타이어의 값이 쓰여 있었다. 그것도 출고 가격, 공장도 가격, 소비자 가격하면서 아주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값이 16만7420원이라고 십원 단위까지 표시되어서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심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얼굴 살찐이가 다시금 강조했다.


"여기 보이시죠? 이 타이어를 9만5천 원? 10만 원? 아~ 그건 나올 수가 없는 가격이에요. 여기 보이시죠? 공장도 가격이 십육만칠천사백이십 원? 그쵸? 이거 속일 수가 없거든요. 저희는 이게 딱 정해져 있어서 속일 수가 없어요."


그의 그런 강조에 신뢰감이 들지 않는 건 참 희한했다. 아무튼 그와 가격으로 다툴 문제는 아니었고, 20여만 원 이상을 부르면 다른 곳에서 사서 장착하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아서, 좋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제가 인터넷으로 구매한 것이라 좀 쌌었나부죠. 아마 급하게 할인했었나 보네요. 그래서 그 타이어 얼마에 파신다는 건데요?"


가격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 얼굴 살찐이가 대답은 안하고 컴퓨터로 판매사이트를 켰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를 켜곤 거기서 내 타이어 사이즈를 검색하더니, 가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나도 덩달아 그 화면을 같이 봤다.


그는 혼잣말처럼,


“9만 5천 원? 10만 원? 아~ 이거 불가능한 가격인데, 이게 어떻게 그렇지?”


내 말을 못 믿겠다는 건지, 아니면 가격을 흥정하겠다는 건지는 도통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와 나는 인터넷 쇼핑의 가격을 쭉 스캔했다. 간간이 11만 원, 혹은 13만 원 짜리도 눈에 보였다. 물론 대다수는 16만 원에서 20만 원 이상이었다.


그러다가 어딘가에서 멈췄다. 판매처가 롱롱타이어로 된 타이어 판매자의 광고였다. 딱 보니 타이어 가격이 14만7천 원이었다.


그가 그 가격을 보고 나더니, 급히 화면을 이리저리 옮겼다. 나한테 보여주지 않으려 한 것인지 급하게 화면을 옮겼다. 그러다가 내 눈에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9만6천 원! 판매!


9만원 수준에서 팔고 있는 타이어를 찾았다. 그래서 내가 대뜸 ‘거기 있네요.’라고 하니 그가 스캔을 멈추고 나의 손짓을 따라 그 글을 클릭했다.


역시 내 타이어랑 같은 기종의 타이어였다. 완전 같은 것이었고, 내가 산 가격과 비슷했다. 그때, 그의 표정을 살피진 못했지만, 그는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의 마우스 질이 다소 거칠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 광고를 쭉 보더니,


"아, 여기 대구에 있는 대형 창고형 타이어 업체인데, 아, 이건 진짜 저희가 못 이겨요. 이건 진짜 너무 커서 엄청나게 타이어를 갖고 있거든요. 이건 진짜 못 이겨요. 여기 제가 대구에 있을 때 알던 곳인데, 진짜 여긴 못 이겨요. 아, 이게 근데 장착비가 별도잖아요? 그쵸? 여기 진짜 크고, 제가 잘 아는데, 진짜 창고 커요."


그의 얘기는 뭔 얘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진짜 내가 말한 가격이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공장도 가격이 16만 원이 넘는 표를 내게 제시한 것은 최소한 20만 원은 받으려고 했던 것이었고. 내가 10만 원을 부르니 절대 그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려고 사이트를 열었을 것이다. 근데 이건 자기네 메이커 업체에서도 자기네 공장도 가격보다 싸게 팔고 있으니. 게다가 내가 말한 가격에 파는 업체도 있으니 말이다. 그는 당황할 수밖에.


내 그래서.


"가격이 안 맞으시면 그냥 제가 알아서 살게요. 여기는 장착비를 얼마나 받으세요?"


먼저 선제 공격을 했다. 가격 비싸면 안 사겠다는 신호를 먼저 날렸다. 그랬더니 그가 살짝 고민하더니,


"아, 그... 가격이요. 이 가격으로 하고 장착하시는데,... 저희 장착비는 만오천원 받는데..."


그는 조금 전부터 말의 앞뒤가 없어졌다. 머리가 복잡한가보다. 그가 일어나서 다시 나의 펑크 난 타이어 쪽으로 갔다. 나도 따라서 그쪽으로 향했다.


내 차의 펑크 난 타이어는 이미 다른 직원이 휠을 제거해 둔 상태였다. 그는 그걸 가리키며, 이렇게 다 찢겨서 엄청 위험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거 보이시죠? 안쪽 다 찢겼어요. 다 갈렸네요. 이렇게 되면 혹시나 A/S를 해도 위험해요. 진짜 위험하셨네. 뭐가 단단히 확! 찢고 간 것 같네요."


나 역시 알던 부분이었으나,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타이어 안쪽을 보니, 정말 타이어 부숴진 가루가 많이 보였다. 위험하긴 했던 것 같다. 뭐 어차피 비싸게 받지만 않으면 여기서 할 생각이었는데, 굳이 가격 얘기는 하다가 말고, 이걸 강조하러 나올 필요는 없었는데 이 얼굴 살찐이의 상황극 설정이 대단했다. 그 사이 고급 벤츠 승용차가 한 대 들어왔다.


검정색이면서 차체 높이도 낮춘 멋을 부린 벤츠였다. 예비군복을 입은 운전자가 내리니까, 그 눈짓하던 이가 ‘어서오십시오’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다른 직원도 ‘어서오십시오’라며 인사를 하고, 곧이어 나를 상대하고 있던 얼굴 살찐이도 나를 버려두곤 ‘어떤 문제시죠?’하고 그에게 다가간다. 그 예비군복의 벤츠 주인이 ‘뭐 뭐라고’ 얼굴 살찐이에게 얘기하자, 그가 다른 직원에게 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리곤 내게 다시 와선,


"음 다른 곳에서 사셔서 차량 입고시키시면 싫어들 할 텐데요?"


내게 물어왔다. 다른 곳에서 네가 타이어를 사 오면, 장착해 주는 것은 기분 나쁘니까 사려면 여기서 사고, 장착만 시킬 것이면 오지 말라는 압박이었다.


나는 개의치 않다는 듯이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그냥 차량 본사 센터에 들어갔었어요. 거기는 그냥 군말 없이 해주니까요."


내 대답은 이랬다. 네가 싫으면 말아라. 어차피 다른 센터에서 해주니까, 너 외에도 해줄 사람 많다는 역공이었다. 그리곤 다시 정확하게 공격 목표를 골라서 다시 물었다.


"타이어 얼마에 해주시는 건데요? 웬만하면 그냥 여기서 갈고 가려고 해요. 얼마에 해주시나요?"


내가 차분하고 밝은 톤으로 이렇게 묻자, 그가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니, 그가 크지 않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14만5천 원에 장착해 드릴게요. 가격이 아니시면 그냥 사서 다셔도 되구요. 흐흐."


그가 나름 밝은 표정으로 내게 마지막 답변을 요구했다. 나도 그리 나쁜 가격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타이어를 인터넷으로 아무리 싸게 구매해도, 10만 원 정도는 들어 갈테고, 장착 비용으로 만원 정도는 들어 가는데다 하루 이틀은 더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계산하면 3만 원 정도의 차이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보통 카센터에서 20만 원 가까이 받는 타이어라는 점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아~ 이번엔 오래 써야 하는데, 이거 거의 새것인데, 이렇게 터지고 나니 영 속상하네요."


우리의 합의는 이루어졌다. 그는 다시금 밝은 표정으로 알겠다면서 타이어 교체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그리곤 벤츠 주인에게 다가갔다.


"흐흐~ 저희는 속일 수가 없어요. 다 쓰여있으니까,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다니까요. 흐흐흐"


<끝>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벌써 10년 정도는 지난 일입니다. 기록을 보니, 2013년 4월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제야 글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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