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박달 소설집)

by 박달





"그걸 깜빡 잊었었네요."


참, 답답하다. 내가 그렇게 계속 설명을 해줬음에도 왜 그걸 잊고 이렇게 계약을 하고 공사를 하고 있을까.


최근에 읽었던 책에 나왔던 보통의 주변인보다는 조금은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분은 직접 나서서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만할 뿐, 실제로 관심을 갖고 찾아보거나 직접 발품을 팔아서 나가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아니다. '아예' 없다.


직접 가서 투자할 곳을 찾아 볼 정도의 사람이라도 하나 내 주변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부동산 투자로 재테크를 하고 있는 나는 이미 수 년 동안 집을 사고 세를 주고, 다시 또 집을 사고 세를 주는 나름의 재테크를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직업이 교직이다보니, 내 주변에선 아무도 이런 일에 관심이 없었다.


대화할 상대가 없으니, 언제나 혼자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이 학교 행정실의 직원이었던 이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 선생님은 유산으로 상속 받았던 아파트가 주변 재개발 등으로 크게 올라서 상당한 목돈을 갖고 있던 중이었다.


무언가 좀 해볼까 하던 선생님과 답답하게 혼자 재테크를 해오던 나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아주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부동산 매물을 함께 보고, 또 보는 동안 그 분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부동산 투자의 초보였던 이 선생님은 너무 마음이 급했다. 당장 아무 것이나 구입해서 월세를 받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나 강했다. 사실 나 역시 급한 마음에 이것저것 아무 것이나 막 사고 싶은 욕망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뒤 계산을 최대한 자세히 살피고 고려해서 투자에 들어가는 편인데, 이 선생님은 그게 되질 않고 있었다. 게다가 약간 귀가 얇은 느낌(?). 부동산 업자의 말에 너무 쉽게 현혹되어 당장이라도 그 부동산을 구입하려고 나섰다.


몇 차례나 구입 직전까지 가는 것을 제지하고, 제지했다. 너무 아닌 것을 좋다며 구입하려 하는 것을 막아주고 그랬음에도 실질적인 부동산 지식과 경제적인 판단 능력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어느 사이, 이 선생님은 스스로 찾아가서 본 다가구 주택 건물에 매우 심각하게 현혹된 상태로 내게 호불호를 물어온 것이었다.


내가 매우 강하게 좋지 않음을 이야기 했으나, 이미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무조건 구매, 구매, 구매로 그의 머릿 속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한 7억 중반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겠죠?"


아뇨,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건물은 구입 후에 재건축을 무조건 해야하는데, 선생님이 단독으로 신축을 세울 수 없는 땅입니다. 이쪽 옆집이나 저쪽 집을 추가 구입하거나 동업으로 지어야하는데,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또, 지금 이 집은 너무 구옥이라, 반지하의 경우 화장실이 아예 외부에 있잖아요. 이건 화장실을 추가로 넣어야 하는 것인데,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각 화장실을 새로 만들어서 넣어야하고, 정화조도 휠씬 깊게 매설해야 하잖아요.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비용도 상당할 것이구요. 현금 5억이나 쥐고 계시니, 더 나은 수익이 나는 것이 분명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선생님, 한 7억 초반 정도면 괜찮은 가격이죠?"


휴우. 아니, 사지 말라는데, 가격을 깎으면 괜찮냐고 물어온다. 이건 사겠다는 것 외에 무엇이냐. 아니라고 이건 선생님께 이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집이라고 계속 설명을 하는데도 도통 수긍하는 눈치가 아니다.


"아 그래요? 선생님, 제가 여기 마곡에 이게 들어오고, 저게 들어와서 여기에 길이 이렇게 뚫리면 여기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네, 마곡에서 가까운 것은 좋아요. 이곳의 위치 자체가 나쁘진 않아요. 평지고 개발될 곳과 가까운 곳인 것은 좋아요. 충분히 상권이 형성될 수 있을 지역인 것도 맞구요.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의 형태를 보세요.

모양이 이상하죠? 따로 골목이 있고, 쑥 들어간 집이에요. 전후좌우에 다 집이 있는 꼴이에요. 그러면 신축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더라도 매우 작은 규모 밖에 만들 수가 없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은 주변의 주택을 매입하여 함께 개발하거나 동업을 해야하는데, 동업은 원래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고, 선생님이 매입하여 신축하는 방법이 최선인데, 저 분들이 언제 팔지도 모를 뿐더러, 판다고 해도 그 값을 선생님이 치를 수 있느냐? 그런 것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이잖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이쪽 방향으로는 도로가 절대 날 수 없어요. 이미 이런이런 형태의 건물들이 있는 곳에 건물들 일부를 도려내어 가면서 도로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 가능성이 거의 없어요.


부동산 투자는 부정적인 것, 최악의 상황을 설정하고 접근해야 살아남아요. 지금 선생님처럼 긍정적인 것을 보고 접근하면 누구나 다 쉽게 사겠지요. 그건 옳지 않은 생각이에요. 이건 아니에요.



"아, 고민이 많이 되네요. 그런데 선생님, 부동산에서 요기 앞쪽의 골목처럼 된 곳을 거의 공짜 가격으로 파는 것으로 깎아준다고 했어요. 그러면 이게 한 다섯 평쯤 되나요? 그러면 그걸로 평당 1000 정도.. 한 5천 더 깎을 여지가 생기죠. 그걸로 낮추면 좀 계산이 되지 않을까요? 한 7억 밑으로 계산 되지 않나요?"



휴우. 심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다시금 정리해주면서 이 땅이 선생님 생각처럼 개발되고, 주변부분도 선생님이 구입하여 개발하면 당연히 대박인 땅은 맞다. 하지만, 이런이런 문제들로 불가하다. 이렇게 설명을 길게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쵸? 선생님도 여기 개발되기만 하면 대박인 것은 좋게 보시죠? 그쵸. 저도 바로바로 벌 생각은 안하구요. 한 5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또 한 1억 정도 모을 수 있거든요. 그걸로 요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좀 가능성이 있겠죠? 여기 개발도 진행되구요."


... 더 할 말이 없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꽤나 시간이 지났다. 이 선생님은 이 집의 매입 계약을 치뤘다.


그리곤 내게 연락을 해왔다.


"선생님, 내외부를 어떻게 해보죠?"


구입한 것은 반대했지만, 이왕 산 것을 도와줘야지 어쩌겠나. 그래서 실내는 이러이러하게 꾸미시라, 외부는 반지하를 위해서 옆집 사이의 담을 상단에서 투명한 것으로 막고 베란다 형태로 고쳐주고, 실내형태로 확장을 해주면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질 수 있겠죠? 이렇게 넓힐 수 있으면 내부를 터서 넓게 임대를 주세요. 방 1개씩 하면 수익이야 높겠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로는 좁은 원룸 형태는 매력이 없어요. 특히 낡은 주택이라, 더 안오려고 할테니 차라리 넓게라도 만들어서 장점을 만들면 좋겠죠.


공사비는 최대한 인테리어 업자분들 여럿 불러서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하되, 시공하는 것 조목조목 체크해두시고, 마감 날짜를 분명히 못 박으세요.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공사비는 점점 올라가고 날짜는 점점 길어집니다. 중요한 것이니 잊지 마세요.



정말 수 시간에 걸쳐서 자세히 다 언급해주었다.


그리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선생님, 시간 좀 되세요?"


이 분이 내 교무실로 올라오셔선 무언가 궁색한 표정을 지었다. 질문이 있다는 것일게다. 나도 얼른 나가서 조용한 구석의 복도에서 대화를 이었다.


"선생님, 여기 반지하의 세탁기를 이렇게 놓는 것이 좋을까요? 이렇게 놓는 것이 좋을까요?"


네? 세탁기를 설치해주시려구요? 근데, 좁은 집에 세탁기를 넣어주신다면서 통돌이 형태로 넣어주시면 어떻게 해요? 당연히 매립해서 드럼 세탁기 형태로 싱크대 밑에 넣으셔야죠. 그래야 공간이 확보되고 더 넓게 쓰일 수 있죠.


근데, 싱크대를 어디에 넣나요? 싱크대 공간을 확보 안하셨네요? 싱크대도 옛스타일의 이런 것 넣으시면 안되구요. 이런 요즘 스타일로 넣으셔야 인테리어상 매력을 줄 수 있어요. 이것과 이것의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여기 담과 벽 사이에 샤시 같은 것 넣어서 베란다고 하시라니까 안하셨어요?


"아, 그거 잊고 있었네요. 그걸 해야하는데, 잊었었네요."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참 묘하다. 욕심이 가득찬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은 특이한 동물이라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알고 싶은 것만 안다.


부동산과 관련된 짧은 일화였지만, 욕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적어보았다.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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