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 소설집)
아침부터 헐레벌떡이다. 어제도 퇴근 후에 저녁도 못 먹고 계속 짐 나르고, 운전하고, 다시 짐 나르고, 운전하느라... 피로한데다, 늦은 저녁을 그것도 잔뜩 먹고 잔 터라, 굉장히 피곤했나보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던 시간보다 십여 분을 늦게 일어났다.
어머니께서 우유에 미숫가루를 타주신다. 바나나 하나랑 우유 미숫가루를 숟가락으로 풀어서 마신다. 피곤해서 앉아있는 것도 괴롭다. 이따가 수업도 해야하고, 금요일은 수업도 많은데 피로함을 어찌 견딜지 걱정이다. 시간은 7분.
우유가 문젠지, 마시자마자 배가 아프다. 이거 원, 시간이 애매하다. 볼일 봤다간, 늦을 것 같다. 그냥 세수하고 양치하곤, 머리만 급히 감는다. 머릴 말릴 시간 따위는 없다. 부랴부랴 옷을 입는다. 양복 바지에 반팔카라티를 꺼내 입는다. 양말을 신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얼른 가야한다. 가방에 지갑을 넣고, 시계를 팔목에 건다. 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 휴대 전화를 가방에 넣는다. 아침을 함께하던 티비를 끄고, 거실 불을 끈다. 신발을 신고 문을 나선다. 시간은 24분.
24분에 차를 끌고 나가면 정말 미치지 않고는 제 시간에 도착한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온다. 그것도 제법 온다. 이런 비 오는 아침은 미친 날에 가깝다.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차에 오른다. 차 빼내기 수월한 곳에 주차한 것이 다행이다. 차 빼는 것이 어려운 장소는 없으나, 약간의 시간 차이는 난다. 아침에는 1분이 귀하다.
건물 주차장을 빠져나와 집 앞 횡단보도 앞에 차를 멈춘다. 상대 차선에서 익숙한 차량이 쌍라이트를 번쩍인다. 아버지 차.
크락숀은 울리시며, 유턴하신다. 나도 차를 세워야 하나보다. 아마, 뭔가 할 말을 있으신가보다. 이대로 가야 늦지 않는데.
비가 엄청 내린다. 아버지 차 뒤에 내 차를 세운다. 아버지가 비를 맞으시며 내 차로 오신다. 윈도우를 열었다. 아버지 차에 있는 짐을 옮겨야 한단다. 시간이 없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주차장을 가서 짐을 옮기자고 하신다. 이대로 가도 지각이라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가 우산을 내려놓으시곤 바로 차량 트렁크를 여신다. 짐을 드신다. 나도 덩달아 우산을 내리고 짐을 든다. 오늘 나갈 짐이다. 이따가 집에 와서 다른 것도 실어야 한다.
바쁘다. 바빠. 비를 흠뻑 맞았다. 말리지도 않은 머리에 빗물이 가득이다. 얼른 가야한다. 이러다 지각한다. 32분.
악셀을 거침 없이 밟는다. 중고 RV라 밟아도 느리다. 앞의 SM5가 느리다. 짜증난다. 추월할 상황이 못 된다. 골목길이다. 다행히 옆으로 빠진다. 얼른 가야한다. 택시가 있다. 코너에서 살짝 멈추는 느낌이다. 코너라서 그런가보다. 이런 그냥 정차다. 비상등도 없이 그냥 승객을 하차 시킨다. 매너 없다. 더러운 놈.
급해도 양보하지 않으면 피해 갈 수가 없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위해 멈춰선다. 그 차가 지나간다. 급히 골목에서 큰 길로 진입한다. 달린다. 정말 가속하고 싶다. 생각처럼 달리지 못한다. 버스와 옆 차량 사이에 고민한다. 가속 뒤 추월이냐. 서행 뒤 차선 바꾸기냐. 가속이 부족하다. 서행하고 뒤로 붙는다.
신호가 바뀌려고 한다. 악셀을 밟는다. 빠져나간다. 우회전 차선에 선다. 이쪽이 빠르다. 다행이다. 삼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 1분은 족히 절약했다. 가운데 차선이 제일 빠른 곳인데, 다시 우회전 차선에 선다. 운 좋으면 한 번에 빠질 수 있다. 재수를 믿어본다. 44분.
쾌재다. 우회전 차량이 싹 빠지고 두 번째다. 앞 차도 사거리 앞에서 가운데 차선으로 끼어든다. 나도 그 뒤에 붙는다.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린다. 조금 더 앞으로 붙어준다. 빵빵 거리더니, 자기도 직진 자세를 취한다. 우회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웃기는 놈이다. 신호 들어왔다. 이젠 진짜 거침없이 가자.
버스만 없으면 대세는 3차로다. 1차로가 제일 빠르다는 정설은 여기서는 안 통한다. 버스가 있으면 1차로지만, 버스만 없으면 3차로가 갑이다. 3차로로 쭉 빠진다. 역시 빠르다. 주황색 신호 따위 악셀로 밟아준다. 멀리 버스의 느낌이 있다. 2차로로 올라선다. 내친 김에 1차로로 간다. 버스를 피해 올라오는 차들이 많다. 47분.
학교 앞이다. 신호가 거의 바로 들어왔다. 진입 가능한 포지션이다. 내 뒤로 세 대는 더 들어가겠다 싶다. 교내로 들어왔다. 통학 학부모 차량이 많다. 그들 차가 곳곳에 멈춘다. 짜증난다. 피할 수가 없다. 시간이 촉박하다. 급하다. 비가 온 덕에 늦는 선생님이 많은 것 같다. 아는 차량이 곳곳에 보인다. 다행이다. 늦어도 저들과 함께라면 괜찮다.
주차장으로 진입. 빈 칸이 보인다. 럭키! 늦은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 뒤로 여유가 있을 정도다. 얼른 세우고 우산을 꺼낸다. 가방을 든다. 내리면서 우산을 편다. 차량을 잠근다. 뛴다. 시계를 본다. 49분.
교무실로 뛰어든다. 빈 자리가 보인다. 시계를 본다. 확실한 50분 안쪽! 늦지 않았다. 나는 지각하지 않았다.
------ 201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