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내 누군지 아니

이유 없는 혐오에 대하여

by 장성수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범죄도시'란 제목의 영화는 알 것이다.

영화 '범죄도시'하면 역시 마동석 배우가 열연한 강한 형사 '마석도'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이는 '장첸'이다.

잊혀지지 않는 '장첸'의 대표적인 대사는 '니 내 누군지 아니'다.


'범죄도시'는 2017년 10월에 개봉하여 '7백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하였지만

그 성공이 마냥 즐겁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대림동에 거주하는 흔히 조선족이라 칭해지는 한국계 중국인이 그들이다.

이 영화가 흥행할수록 중국 연변 등지에서 이 땅에 건너온 조선족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는 커져만 갔다.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혐오가 차오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이들이 중국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배설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극소수를 점하지만, 이들의 활동 그리고 언론 전파 등으로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중국인에 대해 마냥 우호적일 필요는 없으나, 하나 확실한 것은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그리고 그 혐오가 사회적 소수와 약자를 향한다면 명백한 죄악이다.

그런데 보통 혐오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보다는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향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은 그 그룹이 다양하다. 화교, 중국인, 조선족 등.

하지만 우리는 이 그룹도 구분하지 못한 채 중국과 관련됐다고만 하면

'짱깨", "사스", "왕서방"이라 칭하며 조롱하고 혐오한다.

조선족은 일제 강점기에 만주벌판으로 떠밀려 넘어가 척박한 땅을 일구던 우리 민족의 애잔한 후손들이다.

중국 땅에서도 조국에서도 소속되지 못한 채 이유 없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간다.


물론 문화적 차이로 국내에서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하거나, 일부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자들도 있다.

이들의 행위는 제지해야 하고 그 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 일부로 인해 그 소속 집단 전체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일부 남성들의 부정적인 행실을 이유로, 한국 남성 전체를 '한남'이라 비하하거나

일부 여성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이유로, 한국 여성 전체를 '된장녀'라고 비하하는 게 정당화될 수 없음과 같다.


업무를 하다 보면, 조선족을 상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업무 특성상 업무상 만나게 되는 이들은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을 유발한 이들이다.

그래서 업무 상 만난 조선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억이 많지는 않다.

가끔씩 편견이 엄습하긴 하지만, 다시 정줄을 잡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본다.


최근 중국인, 중국계 한국인의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 주변으로 반중시위가 계획되어 주변 일대가 긴장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어른들의 우려와 달리 해당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 아이들과 그 부모의 한탄 어린 한숨이, 한국인이 느끼지 못하는 불안함이, 자기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그들을 사로잡을지.

혐오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혐오하기에 혐오한다.

혐오하기에 이유를 만든다.

혐오는 혐오를 낳는다.

그 혐오는 사회의 약한 고리를 향한다.

혐오의 사슬이 끊어지는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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