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할머니의 눈물

따뜻한 법집행을 고민하며

by 장성수

'지하철 역 플랫폼 등에서 길을 막고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를 단속해 달라'는 신고가 떨어졌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지하철 보안관 두 분이 할머니 한분 곁에 계셨다.

지하철 보안관의 진술을 들어 보니 이 할머니가 과거 수십 차례 걸쳐

지하철 역사 내 통로 등지에서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전단지를 무단 배부하고 있었다고 한다.


'범칙금을 부과해야겠구나' 생각하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걱정과 불안함에 눈에 띄게 몸을 떨고 계셨고 눈가는 이미 젖어 있었다.

그리고 연신 '잘못했다. 죄송하다' 하셨다.

맘이 흔들린다. '그냥 이번에 엄중히 경고하고 계도하여 귀가조치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보안관을 슬쩍 바라보니, 쌍심지(?)를 켜고 '이번엔 무조건 단속해야 한다. 이번에도 그냥 넘기면 재발한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하였다.

다시 할머니를 바라본다.


"할머니 여기는 많은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어서, 여기서 경찰관이랑 말씀하시는 게 불편하실 거 같네요. 사람들이 덜 다니는 곳에서 얘기를 나눠요"하곤 인적이 드문 곳으로 10M가량 이동한다.

"할머니 이번에는 단속을 해야겠어요. 과거에 이런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단속을 해야겠어요."

할머니는 말하신다. "한 번만 봐주세요.."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붙잡곤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단속을 해야겠어요."

10여 분간 진행된 할머니의 힘없는 저항(?)과 간청을 뒤로하고 단속에 나선다.

할머니도 체념에 이른 듯 범칙금 부과에 따른다.

범칙금 부과를 위해 필요한 핸드폰 번호를 여쭤보니 선선히 알려주신다.

그런데 할머니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오셨다고 한다.

이러면 해당 번호가 할머니의 실제 번호인지 확인할 길이 난망하다.

순간 이 할머니가 허위 핸드폰 번호를 알려준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긴다.


할머니 주거지를 여쭤보니, 단속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일단 할머니를 순찰차에 태우고 할머니 주거지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20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전해 주신다.

주민센터의 도움 등으로 현재 거주하는 곳에 살고 있지만,

집에만 있기 너무 적적하기에 밖을 나서 신다고 한다.

예배가 있는 수요일, 금요일, 주말은 교회에 가지만,

예배가 없는 다른 날은 소일거리가 없어 이렇게 전단지를 배부하신다고 한다.

전단지 배부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소일거리인 셈이었다.

그리고 이 전단지 배부가 실제로 얼마나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를 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식사는 구청 또는 주민센터에서 나온 생활 도우미들의 반찬 배달을 통해 끼니를 때우신다고 한다.

그리고 연신 할머니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 집에서 사는데 어떻게

범칙금을 납부하느냐'며 힘없는 목소리로 읍소하며 연신 눈물을 닦으셨다.


할머니 집 근처에 도착하여 다른 직원에게 할머니 핸드폰을 확인하라고 하고

동네 작은 슈퍼를 찾았다.

선물용 두유 세트를 샀다.

이를 들고 털레털레 할머니집 앞으로 가니 맘이 무거워졌다.

반지하에 가까운 외지고 협소한 건축물이었다.

해당 주거지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직원에게 '왜 여기 서있는지' 물었다.

할머니는 살림살이 등이 부끄럽다며 집 안으로 들어오진 말라고 하셨단다.

밖에서 '할머니 핸드폰 찾으셨어요'하고 물으니, 나에게는 들어와도 된다고 하신다.

입장한다.

그리고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실외 온도와 다른 바 없는 실내 공기가 내 폐를 찌르는 듯하다.

단속을 마무리(?)하고 부족하기만 한 두유 세트를 할머니께 전달한다.

연신 '감사하다'고 하신다.

맘이 무너진다.


지구대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할머니를 단속하는 게 맞긴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지'

언론을 통해 중대범죄, 재벌집단의 범죄, 학교폭력 가해자 부모, 직장 내 성범죄 가해자 등이 대형 로펌 변호사 또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신의 죗값을 줄이려 발버둥 치는 모습을 접한다.

중대한 범죄를 자행하고도 뻔뻔한 변명을 일삼는 자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할머니를 본다.


법은 과연 공정하게 세상을 의율하고 있는가.

법은 사회적 약자 또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좀 더 따뜻해야 하지 않는가.

실제 현장에서 법 적용은 '강자에 강하게 약자에 약하게' 할 수 있는가.

또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본다.



작가의 이전글스토킹 그 집착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