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척 하기

에티켓을 지키면 좋을 텐데

by 장성수

시시비비를 가리길 좋아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논쟁을 좋아했다.

무언가 사회규범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이에게 지적질을 하곤 했다.


그래서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는 분과 말다툼을 했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새치기'를 하신 어르신을 타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과 쉽사리 논쟁하고 사이가 멀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타인의 행위를 평가하는 언행을 지양하게 되었다.


최근 흥행 중인 영화 한 편을 보려 극장을 찾았다.

앞쪽 일부 열들을 제외하고는 만석에 가까웠다.

영화는 너무 감동스러웠고 주책스럽게 눈물이 났다.


영화 상영 중 영화 화면이 밝아지는 장면이 있을 때쯤

비워진 앞열 좌석에 올려진 발을 보았다.

안 보았으면 좋을 것을.. 흰 양말이라 눈에 띄었다.


'아직도 저런 인간(?)이 있구나'하며 영화에 집중하려는데..

큰일 났다.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저 놈의 저 발이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집중을 방해했다.


그래도 영화가 너무 재밌고 감동스러워인지

영화 스토리에 내 신경이 모였고

감사하게도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 엔딩 장면이 올라오면서 극장 안의 조명이 켜졌다.

그 '흰 양발'의 주인공(?) 얼굴을 보지 않으려 서둘러 나오려는데

그 주인공의 복장 역시 다소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

그 주인공이 자신의 아들과 함께 있는 것을 의도치 않게 목도(?)하였다.

다소 씁쓸했다.


사실 그 '흰 양발'의 주인공이 앞 좌석에 발을 놓여 놓았을 때

'아니 같이 온 사람이 좀 제재하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하는 행동을 청소년 아들이 제재하기는 쉽지 않았을 듯하다.


그냥 생각이 많아진다.

아직 나는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가' 보다

그냥 못 본 척할걸 그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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