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시작
여느 때처럼 주말에 느긋하게 일어나 정오까지 알바를 가고 저녁 8시에 퇴근하고 집 근처 하천에서 러닝을 했었다. 평소에도 러닝을 좋아했고 운동을 좋아해서 러닝 말고도 틈틈이 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알차게 내 생활비(?)와 용돈을 벌고 운동까지 하고 산뜻하게 샤워까지 해서 뿌듯하게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밥을 먹으려는데 숟가락을 집어 들어 올리는 순간 오른쪽 어깨 쪽이 뜨끈해지더니 순간 뭐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 내가 국립암센터에서 링거를 꽂은 채 암투병을 할지 상상도 못 했었다.
일단 대수롭지 않게 이 놈의 몸뚱이는 운동을 해줘도 못 알아준다고 투덜대면서 좋아하는 반찬으로 손을 뻗었는데 그때도 많이 시큰거리고 쿡쿡 쑤셨지만 그날은 그냥 하루 고생을 해서 몸이 투정 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잠에 청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내 몸이 투정이 아닌 정말 진지한 경고를 보낸 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왜냐하면 오른쪽 어깨 특정 부분이 아닌 오른쪽 쇄골과 뒤쪽 날개뼈까지 즉 상반신 오른쪽 어깨 전체가 엄청난 통증이 수반되면서 팔이 옆 위로 앞 위로 뒤쪽으로도 올라가지가 않았다. 알바도 가야 되고 생각보다 너무나 큰 통증에 움직임까지 제한이 걸리니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아..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어도 당장 알바는 가야 했다. 그래서 그냥 근육통에도 효과가 있는 타이레놀을 먹고 일터로 갔는데 그때 당시 치킨집에서 치킨을 튀기고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치킨을 튀길 때 넣는 바스켓도 들지 못해서 결국 사장님께 지금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당일 휴가를 받았다.
다행히 그날이 그 주 마지막 일이고 다음 주에 일을 가면 되는 거라 5일의 시간이 있어 그동안 관리 해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알바도 그날이 마지막 날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그렇게 일단 동네 병원을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좁쌀만 한 크기의 석회 때문에 주변 힘줄을 누르면서 염증을 유발하여 그렇다고 하였다.
소염제와 힘줄 염증 재생 주사 치료를 받고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다시 알바 갈 날이 다가와도 차도가 없고 오히려 더 움직임이 제한이 생겨 결국 알바를 그만두게 되고 혹시나 하여 그냥 다른 동네 병원을 돌아다니며 치료하길 3주 정도 지난 시점 그때가 7월 말이었다.
마냥 낫겠거니 생각하면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며 동네 다른 병원으로 가 진찰을 받았는데 거기도 어느 동네 병원처럼 몇 달 주사 치료를 받으면 낫는다면서 주사 치료를 시행하기 전 통증이 심해 일단 주사 치료 전
초음파 기계로 보며 신경을 차단해 주는 신경 차단술을 하려고 하는 순간 시술해 주시려는 선생님이 "어... 이게 뭐지.. 뭐가 많이 보이네요." 하면서 정상인 왼쪽 어깨를 초음파 기계로 보여주면서 "이거 보세요 정상인 곳은 이렇게 깔끔하게 뼈는 검은색 힘줄은 흰색으로 보이잖아요 근데 여기 오른쪽은 뼈 부분이 검지 않고 흰색이 군데군데 많이 보이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식은땀이 나면서 초음파 기계를 유심히 봤는데 진짜 물에 계란물을 풀어놓은 듯이 검게 보여야 할 뼈 부분에 흰색 물질이 엄청 많이 보였다.
선생님은 "가서 보호자 분도 들어오시라고 해요" 하면서 어머니까지 들어오시자 내 상태를 아주 면밀히 말씀해 주셨고 이건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봐야겠다고 상급병원진료 소견서까지 써주셨다.
정말 그때부터 눈이 하얘졌다 '정말 큰 일인가.. 아님 그냥 염증이 너무 심해서 그런 거겠지'라 생각하면서 집으로 일단 돌아왔다.
하지만 부모님은 보통 일이 아니라며 할 수 있는 대학병원을 진료 예약을 하자고 했고 찾아봤는데 의사 파업 대란으로 인해 진료 예약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간신히 국립 암센터에 예약이 잡혔다.
혹시 몰라 암일 수도 있다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예약을 잡았기 때문에 국립암센터에도 예약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진료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MRI와 CT를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영상의학과 전문 병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촬영부터 하기로 했다. 그때즈음이 처음으로 내게 상급 병원 진료를 추천한 지 2주 정도 지난 8월 초였다. 그렇게 정밀 검사를 끝내고 영상의학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대략적인 영상의 판독을 받으러 선생님을 찾아뵀는데 진짜 그날의 충격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른쪽 어깨 상완골 부분 전체가 종양이 많이 자랐고
뼈를 뚫고 주변 힘줄과 근육에까지 퍼진 상황입니다..
믿기지가 않았다.. 찍은 영상을 보니 정말 오른쪽 어깨 부분에 달걀보다 더 큰 종양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쇄골 갈비뼈 뒤쪽 날개뼈까지 온 곳곳에 크고 작은 종양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치 네가 그렇게 아팠던 이유가 고작 힘줄 염증 따위가 아니라며 위엄을 보이며 압도적으로 나를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나를 휘감고 있었다..
선생님은 하루빨리 진찰을 받고 병변이 왜 발생했으며 원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귓등으로도 들어오지 않을 위로를 말씀하셨다 암이라고 아직 단정 지을 순 없으니 너무 걱정 말고 진찰을 받아보라고..
그렇게 어머니는 우시면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그러시고 아버지도 감정의 동요가 그렇게 많지 않으신 분이 눈을 빨갛게 물들게 하시더니 낯빛도 어둡게 하시고선 연신 괜찮을 거다 아무 일 아닐 거다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야말로 비상이 걸려 상급이고 하급이고 진찰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식구는 될 수 있는 중급 이상부터의 병원들을 수소문하고 찾아다녔다. 그러다 정형외과를 크게 하는 종합병원에 가서는 우연찮게 더 큰 시련을 듣기만 했다.
바로 폐 뒤쪽에서 큰 혹을 발견한 것이다. 이때가 8월 초였다. 정말 암울했고 정말 무서웠다. 정말 내가 죽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직 오른쪽 어깨의 종양 퍼레이드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장기 쪽 근처에도 큰 혹이 있다고 하니 정말 머리가 핑 돌면서 구역질이 나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렇게 하나씩 내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렇다 할 진찰과 결과를 듣지 못한 채 전전긍긍 국립 암센터의 진료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암인지 아닌지 불안하고 피 말리는 지옥 같은 날을 지내면서 기다리다 마침내 진료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