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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비지 Oct 14. 2024

#2 림프암 투병기

조직 검사

드디어 국립암센터 진료 날이라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하여 그동안 돌아다니며 찍었던 정밀 검사 촬영을 구운 CD와 소견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챙겨서 갔다. 이때가 폐 뒤쪽에도 혹이 있다고 발견한 8월 초에서 약 한 달을 더 기다린 9월 10일이다. 국립암센터라는 곳을 진료 예약을 잡으면서 처음 알게 됐고 국립암센터가 전국에 이곳 일산에 하나밖에 없다는 말에 놀랐다. 병원을 가는 길이 날이 좋았지만 내 기분은 너무나도 착잡했다. 제발 암이 아니길 단순 양성이길 그저 수술로 쉽게 끝날 수 있는 거길 믿지도 않는 신께 빌면서 차에 몸을 맡긴 채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하고 정형외과를 진료과로 잡았기에 안내 데스크로 가 정형외과 위치를 묻고 가서 예약한 환자인지 확인 후 대기 의자에 앉아 달라 하여 동생을 제외한 어머니, 아버지, 나 이렇게 셋이 초상집 분위기로 앉아 있었다. 이윽고 내 이름이 호명이 되고 선생님 진료실 문이 열렸다. 간단한 인사 후 우리가 가져온 영상과 각종 소견서들을 유심히 읽으시며 무언갈 열심히 적으시고 다시 영상물을 마우스 롤러로 컨트롤하며 확대했다 펼쳤다 하며 보시고는 입을 떼며 말씀하셨다 "종양이 많이 퍼져있네요 그것도 크기가 꽤 커요. 자세한 건 결국 조직 검사나 혈액 검사 골수 검사 등으로 알 수가 있어요. 우선 입원을 해서 필요한 검사를 합시다." 이렇다 할 병명이 무어냐 질문했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단 말 밖에 듣지 못했다.

그렇게 우린 입원 확정만 얻은 채 진료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입원도 바로 될 줄 알았지만 환자들도 워낙 많을뿐더러 다음 주엔 추석까지 겹쳐 의료진들이 거의 없어 대략 2주를 대기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16일 후인 9월 26일에 입원을 하게 됐다. 입원을 하고 혈액암 환자들만 있는 맨 꼭대기 10층 병동의 1002호에 배정을 받았다. 환자 팔찌를 차고 이제 병실로 들어왔는데 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넓어서 좋았다. 최근에 신축을 해 다 깨끗했고 우연히 배정받은 게 3인실이라 다른 4, 5인실보단 자리가 쾌적했던 것이다. 옷도 흰색 환자복으로 환복을 했다. 희한하게 환자복만 입으면 몸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아파 보인다 그래서 싫다.. 그렇지만 내 상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이고 해결하려면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인정을 하며 병상에 걸터앉았다. 이윽고 주사 퍼레이드가 시작 됐다. 라인을 새로 잡았다 앞으로 계속 수액을 맞고 여러 약을 투여하려면 기본이 되는 라인을 계속 팔에 꽂고 있어야 편하다. 그리고 채혈 검사를 시도 때도 없이 했다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한 거 같았다. 아프지만 꾹꾹 참았다 반드시 이 병실을 살아서 나가겠단 분노만으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솔직히 억울했다 내가 몸을 혹사시키며 산 거 같지도 않고 운동도 안 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느 날 어깨가 아팠고 그게 큰 종양의 병변으로 인한 통증이었으며 그로 인해 난 지금 국립암센터에 암 의심으로 환자로 입원해 있어서 그런 거 같았다.

의사 파업 대란으로 인해 조직 검사도 바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입원하고도 일주일은 있다가 조직 검사를 실시했다. 처음 받아보는 시술이라 두려웠다. 전신 마취가 아닌 의식이 있는 국소 마취로 주변만 마취하고 좀 두꺼운 바늘을 몸속 깊숙이 종양이 있는 곳까지 집어넣어 채취를 하는 바늘 생검 방식으로 했는데 식은땀이 나면서 너무나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난 의료진들의 친절함과 능숙한 기술과 마취의 위대함 덕에 큰 고통 없이 조직 검사를 끝냈다.

조직 검사란 채취한 종양 덩어리를 냉동시켜 아주 얇은 슬라이스 형태로 잘라내어 특수 약품을 묻혀 염색한 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이게 어디로부터 발현이 됐고 어떤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암인지 알아보는 검사다.

검사가 까다롭고 절차 하나하나가 시간을 요구하므로 대략 길면 2주 짧으면 1주가 소요된다고 했다.

그래서 병원에선 달리 처치해 줄 것도 없으니 일단은 가퇴원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졌다. 조직 검사 입원은 조직 검사 전 필요한 세부 검사들을 해야 하고 끝나고 나서 떼어낸 종양에서 출혈이나 여타 위험한 징후들이 나타날 수 있기에 입원을 하는 것인데 나는 무탈하게 끝나서 가퇴원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그렇게 집으로 되돌아가 또 하염없이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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